필립 로스 《굿바이, 콜럼버스》

이제 그만 안녕, 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끈질기게 남아 있는...

by 우주에부는바람

이민자의 사회이며, 다종교 사회인 미국의 일면을 유대인의 시선으로 유대인을 바라봄으로써 그려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 내부에서는 폭풍이라도 휘몰아치는 것만 같은 이 다원적인 사회의 일면을 이쪽에서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부분 사회의 모든 봉합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허위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커다란 숙제이고, 1950년대 미국이나 2010년대의 세계나 허우적거리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니...


「굿바이, 콜럼버스」

나는 어느 날 브렌다라는 처녀를 만나고 빠져 든다. 유대인인 나는 또한 유대인 가족인 파팀킨 패밀리의 한 켠으로 조용히 스며든다. 나는 여름 휴가를 이들 가족의 저택에서 함께 보내고, 이들 가족의 대소사를 옆에서 지켜본다. 미국적인 것, 유대인의 것의 나뉨 혹은 유대인의 것과 정통파 유대인의 것의 나뉨 등이 얼핏 드러나지만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는다. 다만 어떤 변곡점에 서 있는 사회의 모습을 젊은 청년인 나와 브렌다 혹은 이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는 점 정도를 눈치챈다.


「유대인의 개종」

유대교의 교리에 대항하는 유대계 소년 오스카의 도전이 그려진다. “어떻게 된 일인지 지붕에 올라가 있을 때는 어두워질수록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오지가 아는 것이라고는 두 집단이 새로운 두 가지를 원한다는 것뿐이었다. 친구들은 활기차게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노래처럼 외치고 있었다. 어머니아 랍비는 자기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단조로운 목소리로 읊조리고 있었다. 이제 랍비의 목소리에서 울음은 사라졌고, 어머니의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 (p.250) 한쪽엔 오스카와 그의 친구들이 다른 쪽에는 오스카의 어머니와 랍비가 있다. 양쪽 그룹은 옥상 위와 그 아래처럼 나뉜다. 위쪽을 바라보며 그 위에 계신 하느님을 빌미로 아래를 구속하려는 쪽과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그 위에 계신 하느님을 빌미로 아래를 구속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쪽의 사이, 그 어디쯤, 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신앙의 수호자」

유대교를 가지고 있으면서 군대에 들어온 그로스바트가 보여주는 이중적인 태도를 바라보는 또한 유대교도인 나의 매몰찬 시선이 그려지고 있다. 신앙을 수호하려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것뿐이었던 비루한 한 사내가 안타깝다. 종교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어떤 허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엡스타인」

옆집의 여성과 바람이 난 엡스타인 씨, 그리고 그의 아내 골디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들의 딸의 이야기와 이들의 조카의 이야기도 함께 등장한다. 성적인 것에 대하여 고루한 그러나 그 고루함이 어두움의 원천이 되어야만 했던 시절의 이야기이며 그러함에도 벗어나기 힘들었던 어떤 규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유대인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남성과 여성의 이야기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노래로 그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다」

이민자들이 사회인 미국의 1950년대를 그리고 있다. 그들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이탈리아로부터 왔는지 아니면 이스라엘로부터 왔는지 아니면 또 다른 어느 곳으로부터 왔는지는 그들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 것일까... 그 영향은 소용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소용이 없다고 아무리 외쳐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일까...


「광신자 엘리」

개신교도들이 주축인 지역 사회에 겨우겨우 발을 맞추며 살아가는 유대인, 그러한 유대인과 겨우겨우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중인 개신교도들... 그러나 이들 사이에 어느 날 정통교 유대인이 만든 일종의 공동체가 등장하고 유대인인 엘리는 이제 이들과 지역 사회 사이의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책무를 짊어지게 된다. 그는 자신의 양복을 내어주면서까지 이들을 다독이려 애쓰지만 결국 그가 먼저 허물어지고 만다.



필립 로스 Philip Roth / 정영목 역 / 굿바이, 콜럼버스 (Goodbye, Columbus) / 문학동네 / 477쪽 / 2014 (1959, 1964,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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