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인간》

하부 구조의 하부 구조라 할만한 편의점을 향하고 있는 이 시니컬한 시선.

by 우주에부는바람

*2016년 11월 9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어제 까페 여름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둑해질 무렵 까페에 들렀더니 안주인인 후배가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밖이 춥던데 옷이 얇네 춥겠다, 라고 말하자 후배는 큰일이네 멀리 가야 하는데, 라고 말했다. 옆에 서 있던 선배 또한 아무래도 옷이 얇은 것 같다고 거들었다. 그런데 어디 가는데, 묻자 어린 시절 화실 선생님이 정치를 해서 거기에 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선생님이 정치를 해? 다시 묻자 후배는 네, 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네가 거기를 왜 가냐고 묻자 얼마 전 우연히 까페에서 재회를 했다며 그래서 가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그래? 그래도 이상하네, 오래 전 선생님이 정치를 하는데 네가 왜 거기를? 그제야 후배가 푸하 웃으며 말했다, 형!!! 선생님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요, 전시를 한다고요... 잠자코 듣고 있던 선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니가 아주 요즘 정치에 푹 빠졌구나....


사실 그랬다. 막장으로 치닫는 이 정권의 민낯을, (짐작은 하였지만) 무엇을 상상하였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이 정권의 몰락을 (혹시 다시 기어 오를 것 같아 불안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화를 내다가 허탈해 하다가 분해 하다가 고소해 하다가 참담해 하다가 불안해 하느라 변변히 책도 읽지 못했다. 몇 권의 책을 조금씩 읽었지만 진척이 없었고, 겨우 이 책 《편의점 인간》을 끝까지 읽었다.


“그때 나는 비로소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으로서의 내가 바로 이날 확실히 탄생한 것이다.” (p.27)


소설의 주인공인 게이코는 이미 어린 시절, 정상적인 인간으로서의 행동 패턴에 실패한 인물이다. 유치원 시절 죽은 새를 보며 함께 불쌍해 하기보다 구워 먹자, 라고 말함으로써 초등학교 시절 싸우는 친구를 말리기 위해 삽으로 그 중 한 친구의 머리를 후려침으로써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보통의 아이였던 동생 그리고 부모님의 덕분에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라 정상인들이 해야만 한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흉내내면서 학창 시절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1998년 대학 1학년 때 우연히 시작한 편의점 알바 이후, 첫 번째 손님을 맞이하면서 느낀 탄생의 기분 이후 18년 동안 같은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실제로 작가는 대학 문학부 예술학과 재학시절부터 이 소설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지금까지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 물론 그 사이 틈틈이 소설을 썼고, 그 소설들로 군조신인문학상과 노마문예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나에게는 편의점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편의점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어떻게 되고 싶어 하는지, 손에 잡힐 듯이 알 수 있었다.” (p.186)


하지만 서른을 넘겨 시집도 가지 않고 취업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편의점 알바를 하는 그녀를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어떻게든 정상적인 인간인 것처럼 살기 위하여 노력했지만 그것이 수포로 돌아갈 것 같아 두렵다. 그러다 주변의 독려에 힘입어 편의점 알바를 하다 그만둔 시라하 씨와 동거를 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인간인 것처럼 흉내내는 자신 대신 ‘편의점 점원이라는 동물’일지라도 흉내낼 필요가 없는 자신을 받아들이기로 작정한다.


“이제 깨달았어요. 나는 인간인 것 이상으로 편의점 점원이에요. 인간으로서는 비뚤어져 있어도, 먹고살 수 없어서 결국 길가에 쓰러져 죽어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내 모든 세포가 편의점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고요.” (pp.188~189)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시작에서 마지막까지 돌고 도는 서사 끝에 ‘편의점 인간’이라는 하나의 큰 덩어리로 단단히 뭉쳐지고 있다. 유물론에서 말한 하부 구조, 21세기에 도래한 그 하부 구조의 하부 구조라고도 할 수 있을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그리고 그 공간에서 존재하는 인간을 이토록 시니컬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싶다. 그건 그런데, 소설 속 게이코 씨, 스스로를 ‘편의점 인간’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 ‘편의점 점원이라는 동물’로 규정짓는 게이코 씨를 보면서 자꾸 박근혜가 오버랩 되는 것은 내가 요즘 너무 정치에만 눈길 두고 있어서일까.


박근혜야말로 소설 속 게이코 씨처럼 자기 자신은 완전히 잃어버린 채, 주변에서 만들어놓은 어떤 허상, 그 허상을 흉내내면서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닐까. 그런데, 그렇다면 박근혜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그녀는 그것을 결국 알아내게 될까... 아, 그런데, 만약, 박근혜가 지금의 대통령이라는 직위야말로 바로 자신의 진짜 정체라고, 지금까지의 모든 행위는 모두 흉내내기였지만 지금 대통령인 자기 자신만은 진짜라고 믿고 있다면, 아, 무섭다. (여하튼 이것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박근혜 이후 우리나라의 정신분석학은 진일보하게 될 것이다, 드라마투르기와 함께...)



무라타 사야카 / 김석희 역 / 편의점 인간 (コンビニ人間) / 살림 / 191쪽 / 20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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