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너무 먼 곳에서 너무 미스터리하게만 펼쳐지는 멜로 드라마...
아프리카에서 구호 활동을 하던 주디스 노엘, 그녀는 어느 날 길에서 큰 사고를 겪게 되고, 마침 그곳 아프리카에서 봉사 활동을 하던 한국 의료팀에게 발견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오고 한국의 병원에서 깨어난다. 그녀는 한국인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어를 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입양되어 미국인 가정에서 자랐다. 하지만 양모의 사망 후 평탄치 않은 시기를 겪었고, 아프리카까지 흘러갔다.
“수는 분명한 사실 하나를 부둥켜안고 가만히 숨 쉬었다. 이곳에 온 뒤 처음 보는 리의 동작이었다는 것. 그런데 수는 그런 리의 동작을 예감했던 것이다. 그 예감이 2년 이전의 기억에 속하는 것이라고 수는 확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억의 한토막이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고 눈물겨운 일이었다. 그런데 단순한 과거의 어떤 기억의 단편이 아니라, 리의 습관에 관련된 기억이었다.” (p.61)
하지만 그녀의 본명은 수전 요한슨, 사람들은 그를 수라고 불렀다. 주디스 노엘은 그녀가 아프리카에서 쓰던 이름일 뿐이었다. 수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그러니까 수가 양모를 잃은 후에도 함께 하였던 친구 엘린이 있다. 지금 그녀는 한국에서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온 상태이다. 그녀는 엘린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엘린에게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애인 리가 있다.
“(힘들었겠다. 그동안 모르는 척해주어서 고마워. 수를 곁에 두고 나를 위해 나무공이를 깎는 당신. 당신 얼마나 힘들까. 나는 오늘부터 얼마나 힘들어야 할까. 하지만 당신과 함께 견디는 것이니 반밖에 힘들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수가 낫겠다.)...” (p.265)
아직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수, 그녀에게는 자동차 사고가 남겨 놓은 화상 상처가 남아 있다. 그리고 자동차 사고를 전후로 한 얼마 동안의 기억을 통째로 잃었다. 그녀는 자신이 왜 사고를 당했는지 사고가 있기 전 자신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를 정확히 떠올리지 못한다. 그런 수를 엘린은 아낌없이 챙겨주고 있다. 엘린은 수가 기억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세 꼭짓점을 잇는 선분이 악기의 현처럼 곧고 빛나기를, 세 개의 현이 동시에 울릴 때 그 소리가 보랏빛 하늘의 새벽별처럼 영롱하기를. 삼각형의 내면은 언제나 배려와 사랑의 공명으로 가득하기를, 그러기를... 그런데 선분의 탄력은 느슨해져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수는 마음의 문을 닫았으며, 엘린은 매정해졌다. 리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돈을 두려워하며 침울해졌다.” (p.355)
그리고 엘린에게는 수와 함께 리가 있다. 그리고 리 또한 엘린의 곁에서 그러므로 동시에 수의 곁에서 두 사람을 지킨다. 유일하게 아프리카 태생인 그이지만 그에게도 미스터리한 구석이 있다. 리는 현재 엘린과 사랑하는 사이지만, 수를 대하는 태도가 어딘가 미심쩍다. 막연하게 떠올려지던 것, 기억을 잃은 수와 자신들만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엘린과 리, 세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얽힌 것이고 이제 어떻게 풀어질 것인가...
“‘이루어지니까 찾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은 요루바족 가이드 사내였다. 이 이야기 속의 누구도 끝내 그의 말뜻을 알지 못했다.” (p.432)
작가는 소설을 통해 멜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자신의 원을 풀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그렇게 수와 엘린과 리라는 세 인물의 멜로 드라마를 원 없이 풀어낸 것이 바로 소설일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아프리카라는 공간적 배경이 설정되었고, 입양된 미국인과 그녀의 친구 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사랑하는 혹은 사랑하였던 남자라는 인물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너무 멀고, 인물들의 캐릭터는 너무 흔해 보인다. 심장을 움켜쥐지 못하는 멜로가 아쉽다.
구효서 /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 / 해냄 / 435쪽 / 2016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