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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Aug 22. 2024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모든 편견과 차별에 반대하는 입장, 어떻게든 우리는 그 입장에 서야...

  내가 맨 처음 읽은 페미니즘과 관련한 책은 아마도 《당원이 된 창녀》였을 것이다. 1950년대 초 상하이에서 정부에 의해 이루어졌던 7천여 명의 창녀들에 대한 개조 및 자력 갱생 사업에 대한 기록물인 책이다. 여러 페미니즘의 이론들 중 맑시스트 페미니즘이나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취사하여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삼십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세기가 바뀌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반복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목격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됩니다. 만일 남자아이만 계속해서 반장이 되면, 결국 우리는 무의식적으로라도 반장은 남자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만일 남자들만 계속해서 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을 목격하면, 차츰 우리는 남자만 사장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기게 됩니다” (p.16)


  아주 얕은 수준의 페미니즘을 공부하던 그 시기에 아내와 연애를 시작하였다. 남성이 주도권을 쥐는 것이 당연시되었던 (지금이라고 얼마나 바뀌었겠냐만) 그때 아내는 나를 따르는 후배이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나를 따르던 여자 후배였던 아내에게 절대 내뱉어서는 안 될 말이 있었는데, 그것은 ‘여자는~’ 혹은 ‘여자가~’ 로 시작되는 모든 문장이었다. 아내는 모든 차별과 편견을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을 지금까지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 우리가 남자들에게 저지르는 몹쓸 짓 중에서도 가장 몹쓸 짓은, 남자는 모름지기 강인해야 한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그들의 자아를 아주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남자들이 스스로 더 강해져야 한다고 느낄수록 사실 그 자아는 더 취약해집니다... 또한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도 대단히 몹쓸 짓을 하고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에게는 남자의 그 취약한 자아에 요령껏 맞춰주라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p.31)


  나는 그러한 아내와 연애를 하고 결혼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조심스러워하였다. 때때로 튀어 나오는 편견의 발언, 예를 들어 저기 저 이상한 운전의 주인공은 아줌마일 거야, 에 혼쭐이 나기도 하였다. 아내와 나는,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에 의해 당연시 되는 책임과 의무를 서로에게 부과하지 않았다. 우리는 인간으로, 그리고 사회적 인간으로 자신에게 가능한 범위 안에서 상대에게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오늘날 젠더의 문제는 우리가 각자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도록 돕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이어야만 하는지를 규정한다는 점입니다...” (p.37)


  삼십여 년 전, 그때는 남성이 주도권을 쥐는 것을 당연시하던 분위기와 페미니즘을 무조건적인 선으로 받아들이던 의식이 혼재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때는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여겨지던 많은 가치들이 폐기되었다. 아내는 여전히 어떤 편견에 사로잡혀 무의시적 차별에 이르게 되는 말과 행동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한 아내와 함께 살고 있으므로 나는 말과 행동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만 한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주의가 나를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왔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편견과 차별에 반대하는 아내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문화를 만듭니다. 만일 여자도 온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 우리 문화에 없던 일이라면, 우리는 그것이 우리 문화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p.49)


  나의 입장 또한 아내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저자의 ‘우리 모두는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라는 저자의 발언에 찬성한다. 페미니즘의 여러 방향이 있고 그중 어떤 것들은 논의 구조에 허점을 많이 지니고 있기도 할 것이다. 자신들의 입장을 행동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어떤 왜곡에 대해서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 사이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대의와 함께 이루어지는, 성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 아니 우리는 어떻게든 그 입장에 서 있어야 한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Chimamanda Ngozi Adichie / 김명남 역 /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We Should All Be Feminists) / 창비 / 95쪽 / 2016 (201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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