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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은 지나쳐도 모자란다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요즘 사회는 말하는 사람이 많고, 듣는 사람은 드물다. 앞다투어 자기 생각을 펼치고, 자신이 옳다는 확신에 찬 목소리가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는 힘은 '겸손'이라는 이름의 미덕에서 나온다.


겸손은 단지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태도, 타인의 말을 끝까지 듣는 자세, 그리고 정답을 독점하지 않겠다는 열린 마음이다.


이 모든 태도는 결국 자신을 낮추는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런 겸손은 지나칠 정도여야 한다. 그래야 균형이 맞는다.


왜냐하면, 겸손은 쉽게 오해받는다. 특히 요즘처럼 스스로를 내세워야 살아남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겸손한 사람은 존재감이 약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할까 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자기 PR에 집중하고, 겸손은 마치 손해 보는 미덕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진짜 강한 사람은 겸손할 줄 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조용하다. 배운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쉽게 단정 짓지 않는다. 그들은 안다. 말보다 행동이, 주장보다 배려가 더 큰 울림을 주는 법을, 그리고 그런 겸손은 상대를 감동시키고 신뢰를 이끌어낸다.


세상은 속도에 민감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느림에 반응한다. 겸손은 느리다. 한 걸음 물러서고, 남을 세워주는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비로소 관계를 맺는다.


겸손이 지나쳐도 모자란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착각하고, 더 자주 실수하며, 언제든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틈을 메우는 것이 바로 '겸손'이다.


자신을 낮춘다는 건 결국 더 멀리 보고, 더 넓게 이해하려는 선택이다. 오늘도 한 발짝 물러서 보자. 그 자리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겸손은 결코 손해가 아니다. 그것은 관계의 뿌리이자, 삶의 품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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