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목수 이야기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옛날 '재경'이라는 목수가 나무를 깎아 악기 받침대를 만들었는데, 완성된 악기를 본 사람들은 모두 놀라 마치 귀신이 만든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때 임금이 물었다.

너는 대체 어떤 기술로 이것을 만들었느냐?


재경은 "저는 목수일뿐 무슨 특별한 기술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점이 있기는 합니다. 그것은 바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차분히 한다는 것입니다"


임금이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재경은

"저는 일에 착수하기 전에 기운을 다른 곳에 쓰지 않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씁니다"


이렇게 사흘을 가다듬고 나면 상이나 벼슬에 대한 마음이 사라지고 닷새가 지나면 비난이나 칭찬이 내 마음에 들까 안 들까 하는 조바심마저 없어집니다.


마침내 이레가 지나고 나면 내 사지나 몸뚱이가 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립니다. 이렇게 마음을 어지럽힐 만한 것들이 사라졌을 때 산으로 들어가 천성 좋게 사란 나무들을 살핍니다.


만약 나무 생김새가 정묘 하여 악기를 만들기에 적당하다 싶으면 그때서야 일을 시작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만둡니다.


이렇게 오롯해진 마음의 평정은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자신이 살아온 생애를 통해 결국은 밖으로 드러나는 법입니다.


이것이 제가 일하는 방식이며 사람들이 제 악기를 보고 귀신같다고 하는 것은 다 여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육상 국가대표 진민섭 선수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독하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독한 건 일주일 이상 못 간다.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꾸준히 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것은 힘은 들어도 싫증 나지는 않는 법이라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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