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지 않는 사람 "무서운 사람"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옛날에 '윤회'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시골 마을에 갔는데 날이 저물어 한 주막에 들러 주인장한테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지 묻자, 빈방이 없어 안된다고 말한다.


할 수 없이 윤회가 마당 평상에 앉아 쉬고 있는데 이때 방에서 나온 주인집 아이가 커다란 진주를 갖고 놀다 넘어져 마당에 떨어뜨렸는데 하필이면 이때 옆에 있던 거위가 그 진주를 냉큼 삼켜 버렸다.


그러자 집안에서는 "비싼 진주를 잃어버렸다"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으며, 주인장은 "오호라, 당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꼬드겨 진주를 꿀꺽했나 보군!"


말 못 하는 아이는 옹알이만 할 뿐 윤회의 무죄를 설명하지 못했고 집주인은 윤회가 범인이라 확신하고는 "내일 관가에 고발하겠다"면서 윤회를 밧줄로 포박하였다.


윤회는 기가 막혔지만 침착한 성격인지라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조용히 한마디 던졌다. "좋소, 주인장 뜻대로 하시오. 다만 저 거위도 내 곁에 함께 매어 놓으시오"


집주인은 아무 변명도 하지 않는 윤회를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요구대로 거위를 윤회 옆에 매어 놓았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윤회가 집주인을 큰소리로 불렀고, 주인이 "도둑놈 주제에 웬 말이냐?" 했지만 윤회는 화내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저기 거위가 똥을 누었으니 한번 살펴보시오"

집주인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똥을 바라보자 어젯밤에 잃어버린 진주가 보이는 게 아닌가.


집주인이 죄송하다면서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는지 묻자, "어제는 내가 무슨 말을 했어도 당신은 믿지 않았을 것이오" 그리고 혹시 내 말을 믿었더라도 필시 거위 배를 갈라 진주를 찾아냈을 것 아니겠소? 그러자 주인은 윤회 말에 크게 감복해 큰 절을 넙죽 올렸다고 한다.


여기서 주는 교훈은 "싸움을 피할 수 있다면 기꺼이 피하라" 싸움은 진쪽이나 이긴 쪽이나 내상을 입는다. 따라서 가장 잘하는 싸움은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동양의 현자는 이것을 "변함없는 두터운 덕"이라 말했다.


윤회는 분명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들었겠지만 누구보다 차분했고 냉정했다. 그는 단지 하룻밤만 지나면 모든 것이 자연스레 밝혀지고 오해가 풀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자는 "가장 훌륭한 덕은 물과 같다"고 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만 하지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도 장애물을 만나면 굳이 싸우려 들지 말고 물처럼 부드럽게 감돌아 나가면 어떨까 싶다.


이기려고만 드는 사람의 마음에는 혜안과 통찰의 싹들이 자라날 수 없다고 한다. 앞뒤 재지 않고 사납게 달려드는 사람은 제 손에 쥔 패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어떤 일이든 평정심을 유지하기만 하면 전체적인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고 하니, 살아가면서 남들과 다르게 조금 부드러움을 선택해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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