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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면규 칼럼니스트 Mar 03. 2024

"수의 주머니" 왜, 없을까

살며 생각하며

광화문에서 약속 시간에 잠시 짬이 있어 교보문고에 들러 이것저것 읽고 싶은 책들을 들춰보는 와중에 문득 "수의에는 왜 주머니가 없을까" 생각이 스친다.


"사람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 단지 시간 차이만 있을 뿐" 이것은 만고의 진리다. 불가에서는 인간의 죽음을 옷을 갈아입는 것에 비유하면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그동안 입었던 낡은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것과 같다"라고 한다.


'수의'는 죽은 자(망자))의 옷이다. 죽음을 맞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드레스'가 바로 '수의'다. 그리고 인간의 죽음에 대한 예의와 품위를 지켜주는 소중한 옷이다.


'수의'를 두 번 입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일생에 단 한 번, 그리고 단 한 벌만 입는다. 그것도 스스로 입지 못하고 남이 입혀주어야 입을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잠시 후 화구 속으로 들어가 한순간에 타버릴 옷이라 하더라도 그 순간까지 인간은 옷을 입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살아 있는 동안에 모은 많은 재물과 권력을 저승까지 가지고 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천 원짜리 한 장, 숟가락 하나 지니지 못하고 빈손으로 떠난다.


그래서인지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 돈이나 재물 등 넣어서 가지고 가야 할 어떤 것도 없으니 당연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망자한테 조금이라도 고급스러운 옷을 입혀 드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갖고 가야 할 게 꼭 재물 같은 것 말고 다른 것은 없을까 궁금하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남에게 베푼 사랑, 또 내가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사랑 같은 것 말이다.


특히 부모의 사랑을 받아서 태어난 것부터 가족한테 받은 사랑과 아내가 남편에게 또 남편이 아내한테 받은 한 없는 사랑, 그 귀한 것을 그냥 두고 가는 것보다 수의 주머니 한쪽에 담아 가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다른 호주머니에는 그동안 살면서 내가 남을 용서하지 못한 것을 비롯해서 내가 남한테 청하지 못한 용서까지 넣어서 가지고 가면 좋겠다. 그래야 편안하게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돌아가신 분 수의에  "사랑과 용서" 주머니 2개를 달아 드리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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