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다큐멘터리
30분
컬러
대만
프로그램 노트
에위스는 두 자녀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엄마다.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 문제로 인도네시아에서 대만으로 이주한 그녀는 불법 체류의 불안감 속에서 쉬지 않고 일했다. 2012년 대만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았지만, 건설노동자인 남편과 이주여성으로서 그녀의 불안정한 처지가 경제적 곤경과 육아의 어려움을 배가시켰다. 이때 이주 여성 노동자와 그녀들의 아이들을 위한 쉼터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다른 아이들을 돌보며 함께 지내고 있다. 〈어린 날의 틈〉은 에위스가 최대한 성대하게 두 자녀의 인도네시아 전통 성인식을 치르는 장면을 중요하게 다룬다. 한 집단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의식을 통과한 두 자녀는 그러나 곧 다시 대만으로 돌아와야 한다. 문화의 교차점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매번 새롭게 정의하며 살아가야 할 아이들은 몇 번의 성인식을 더 거쳐야 할까? 그건 어떤 모습일까? 여전히 흰 피부를 동경하고, 경찰이 되어 이주 노동자를 체포하고 싶다는 아이들이지만, 다큐멘터리는 엄마 나라의 성인식과 쉼터의 기억이 그들의 불안정한 항해에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김선명) - 디아스포라 영화제 홈페이지
인천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 상영된 <어린 날의 틈>은 대만에서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민 가족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에위스는 생계를 위해 고국을 떠나 대만에서 노동자로 일하다 현지인과 결혼했고,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쉼터'에서 다른 이주민들을 도우는 삶을 살고 있다. 영화는 이 가족이 인도네시아 전통 성인식과 대만의 일상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통해, 국경을 넘는 삶이 얼마나 많은 정체성의 틈새에서 이루어지는지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영화의 가장 강렬한 순간은 이주민 2세대인 아이가 "경찰이 되어 이주 노동자(불법 체류자)를 잡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이 순간은 차별이 어떻게 다음 세대에 내면화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아픈 고백이다. 마치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배반하는 꿈을 꾸듯, 이 아이는 사회가 부여한 '합법성'의 기준을 무의식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 대사는 이주민 2세대가 겪는 정체성의 분열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국가의 경계 정책이 개인의 꿈까지도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에위스 가족의 삶은 글로벌 이주 시스템의 모순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엄마는 '노동자-아내-엄마'라는 정체성의 변환을 강요당하며, 자신의 꿈은 어느새 가족의 생계를 위한 희생으로 바뀌어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대만인처럼 행동해야 하고, 집에서는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해야 하는 이중 생활을 한다. 특히 전통 성인식 장면은 이런 갈등이 가장 극적으로 표출되는 순간이다. 정성스럽게 머리에 쓰개를 얹히는 의식이 끝나면, 아이들은 다시 대만의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이 의식은 과연 문화적 뿌리를 확인하는 장인가, 아니면 정체성의 분열을 더욱 부각시키는 퍼포먼스에 불과한가?
영화는 '쉼터'라는 공간을 통해 이주민들의 현실을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표면적으로는 이주 여성들의 안식처이지만, 실상은 국가가 방치한 이주민들을 위한 임시 수용소에 가깝다. 에위스가 이곳에서 다른 이주민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은 차별의 시스템 속에서도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들 모두가 '영원한 임시체류자'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현실을 고발한다. 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언어를 가르치며, 어른들은 고국의 음식을 나누는데, 이는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 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공동체의 탄생을 암시한다.
디지털 시대의 디아스포라는 새로운 양상을 띤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고국의 문화를 실시간으로 접하며, 할머니 세대와는 달리 물리적 거리를 초월한 정체성 구축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연결성은 오히려 정체성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SNS에서 접하는 고국의 이미지와 현실에서 마주하는 차별 사이에서, 이 아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재정의해야 한다.
트럼프 시대의 반이민 정책이 증명하듯, 세계는 점점 더 적대적인 이주 환경으로 변모하고 있다. <어린 날의 틈>은 이런 글로벌 흐름 속에서 국경을 넘는 삶의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법의 틈새, 문화의 틈새, 언어의 틈새 사이에서 아이들은 성장해야 한다. 이 영화는 특정 국가의 문제를 넘어, 모든 디아스포라가 공유하는 보편적 고통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단순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국경이라는 인위적 경계가 만들어낸 인간적 딜레마에 대한 강력한 성찰이자, 우리 모두가 마주해야 할 미래의 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