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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향정원 Sep 10. 2018

사냥꾼의 정신

斷想(25)

생계를 위해 튼튼한 두 다리가 보물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질주가 본능이요 생존이며 삶이었던 그 시절에 세렌게티 초원에서 알래스카 설원에서 표범처럼 날렵한 두 

다리로 심장이 터지도록 달리곤 했었다. 주체할 수 없는 본능과 자유를 위해 바람을 가르고 비를 가르며 

들판을 달리던 그런 시절이 우리에게 있었다.

 

오늘 우리는 사냥꾼의 정신을 잃어 버리고 매끈한 세단에 몸을 싣고 포연이 자욱한 삶의 전장으로 달려간

다. 

그곳에는 잘생긴 외모와 현란한 세치의 혓바닥만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생각이 많아진 커다란 머리, 오늘의 안녕에 대한 초조함으로 건조해진 눈빛은 초점 없이 자꾸 흔들리며 불안하게 사방을 경계하고 있다. 

타인의 가슴에 자꾸 생채기를 내고 있다. 튼튼한 두 다리, 질주 본능이 결코 자랑이 될수 없는 낮 선 세상에서 마음 붙일곳 없어 부평초처럼 여기 저기를 유영하고 다닌다. 헛헛한 관계의 갈증으로 늘 목말라 한다. 



 

그래도 달리기, 운동만이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요 방책이라고 자신에게 속삭이며 오래전 탈색되어 달리기의 자유로움을 잊은 채 무기력하게 퇴화된 근육을 추스린다.  한때는 용맹했던 사냥꾼의 후예임을 상기하며 신발끈을 졸라매고 밖으로 나간다. 

달리는 것은 조물주로부터 물려 받은 본능과 역행하는 행동이다. 고독하고 때로는 고통을 수반하는 육체적 자학 행위다. 

안락지대(comfort zone)밖으로 나오기를 꺼리는 우리의 마음을 거스리는 행위다. 그러나 온몸으로 전달

되는 심장의 힘찬 고동침과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삶의 무거움에서 해방을 느낀다. 속박에서 벋어난 무한 

자유를 느낀다. 

상사의 싸늘한 눈길을 무력화 시켜준다. 내일의 안녕에 대한 걱정을 잠시 접어둔다. 비록 그 길이 작심삼일, 찰나적 순간 일지라도 선조들의 무한 자유를 그리워하는 한 도전은 계속될 것 이다.

초원을 달렸던 사냥꾼의 DNA가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달릴 수 있다. 

 

달리기, 운동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더 이상 박물관에 진열된 박제된 선사 시대의 유물이 아니다. 

고결한 우리의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이란 친구를 곁에 두어야 한다. 운동만이 내일의 맛난 희망이고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사냥꾼의 후예로 이 지구상에서 명예롭게 살아 갈 수 있도록 한다. 

존엄한 인간의 당당한 위용은 뷰티샵에서 아이새도나, 립밤를 고르고 얼굴에 분칠하는 곳에 있는게 아니라 

운동장이나 사무실에서 흘리는 땀방울의 반짝거림에서 찾을수 있다.

사냥꾼의 정신이 살아 있는한 우리는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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