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도전한 수저 디자인

1.2. 디자인과 제작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세 가지 디자인

by Sam Lee

1.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숟가락과 젓가락


디자인과 제작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세 가지 디자인

처음 수저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건,

수출을 많이 하고 있던 한 거래처 대표와의 저녁 자리에서였다.

외국 바이어에게 한국 숟가락과 젓가락을 선물했는데,

실제 사용하지 않고 귀하게 보관하며 한국을 떠올린다고 했다.


그 말은 들은 나는,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만들고 싶다.’

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 무렵 나는 충무로에서

디자인과 인쇄업을 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시각디자인에는 익숙했지만,

제품 디자인에 속하는 금속 가공 기술이나

수저 제작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IMG_3660.JPG 기와무늬 수저세트


2. 세 가지 디자인으로 완성


하지만 한국적인 수저세트를 만들겠다는 마음은

‘나의 새로운 삶의 길’로 삼겠다는 마음만은 확고했다.

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디자이너와 머리를 맞대고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했다.

화이트보드에는 디자인 아이디어와 스케치로 채워졌고,

우리는 기존 수저의 기본 형태는 유지하고

전사인쇄 방법을 활용해 제작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몇 달의 회의 끝에 세 가지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한국 전통 한옥의 곡선미를 담아

한국의 미를 알리는

‘기와무늬 수저세트’,

축하의 의미와 함께

수저에 리본을 묶은

‘리본 수저세트’,

음식의 화룡점정을 담당하는

‘해오름 수저세트’였다.



3. 세 가지 디자인에 총 3만 개를 제작


다음 단계는 제작이었다.

우리가 숟가락, 젓가락 기물 디자인으로 제작하려면

금형 제작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공장에서 보유한 기성품 기물을 선택하고

그 위에 전사인쇄를 적용하기로 하였다.

기물부터 전사인쇄까지 제작을 맡길 공장을 찾아 발로 뛰며 방문했고,

수많은 상담 끝에 한 곳을 결정했다.

IMG_3709.JPG 해오름 수저세트


하지만 첫 시도는 순탄치 않았고,

전사인쇄 후 연마 과정에서 수저 표면에 연마 때가 끼고,

인쇄는 벗겨지는 불량이 발생했다.

결국 판매보다는 홍보용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많은 제작 비용을 부담하며,

외주 생산업체가 제안한 기본 생산 수량이

만 개라는 말을 그대로 믿은 탓에,

수저 업계 관행조차 모른 채 터무니없이

세 가지 디자인에 총 3만 개를 제작하였다.


4. 길을 열어 준 상징적인 출발점


돌이켜보면,

이 세 가지 수저세트는 제작 기술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완벽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길을 열어 준 상징적인 출발점이었다.

IMG_3764.JPG 리본 수저세트


디자인 비전공자로서 한국적인 문화를 담는 수저세트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 당시 다행히도 곁에는 훌륭한 디자이너 동료들이 있었고,

그들의 도움으로 첫 수저세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시각디자인 관련 그래픽 툴은 다룰 수 있었지만,

제품 디자인을 위한 도면을 그릴 수 있는 캐드는 낯설고 어려웠다.

야간작업이 끝난 뒤에도 시간을 내어 조금씩 익히고 배우면서,

혼자서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금 나는 조형예술 디자인학 박사과정에서,

우리 수저의 세계화를 위해 디자인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첫 도전에서 얻은 교훈과 가치가 내가 가야 할 길을 비추는 든든한 불빛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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