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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Aug 24. 2016

초밥의 미장센 <Jiro Dreams of Sushi>

Jiro Dreams of Sushi, 2012_데이비드 겔브

지로 드림스 오브 스시(Jiro Dreams of Sushi)_데이빗 겔브


2012년 3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다큐 전문 감독 데이비드 겔브가 연출한 할리우드 작품으로 당시 85세의 초밥 요리 대가 '지로 오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음식 전기 다큐멘터리다. 도쿄 중심부에서 아들과 함께 '스키야바시'로 불리는 초밥 전문점을 운영하며 일본 전통음식 스시와 함께 살고 있는 주인공 지로의 삶을 들여다본다.


이 식당은 요리 전문가이며 수많은 요리 관련 서적을 집필한 앤서니 보다인이 진행하는 요리 여행 TV 프로그램 <노 레저베이션>에서 세계 최고의 초밥 요리점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초밥에 인생을 바친 일본의 어떤 장인의 이야기다. 



초밥 장인 지로상이 운영하는 식당은 도쿄 긴자의 한 지하도에 위치해 있다. '스키야바시 지로(すきやばし次郞)'. 지난 2008년에 첫 발간된 도쿄 판 '미슐랭' 가이드에서 첫해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최고점인 ★★★을 받았다.      


누구는 미슐랭이 일본에 별을 쏟아부었다고 조롱하기도 했지만, 미슐랭 가이드에 등장하는 쓰리스타 식당은 단지 그곳의 음식을 먹기 위해 그 나라를 방문해도 된다는 확실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스키야바시 지로'는 2012년 당시, 전 세계 106군데 밖에 없는 '미슐랭 쓰리스타 레스토랑'의 하나였다.      


'스카야바시 지로'는 2016년 오바마와 아베의 정상회담 식사장소이기도 했다.


이 한편의 다큐멘터리는 지로의 어릴 적 이야기에서부터 그가 장인이 되고 그의 아들과 제자들이 또한 장인의 명단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는 겨우 7살에 집을 떠나 삶의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때 그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해준 말이 평생의 인생을 좌우한다. 


"넌 이제 더 이상 돌아올 집이 없다."   

  

그가 필생을 걸고 초밥 인생에 목숨을 건 이유이기도 하고, 둘째 아들이 독립할 때 비장하게 해 준 말이었다고 전한다. 그는 인생에서 실패란 생각할 수도 없었다고 표현한다. 실패는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고 그러한 인생은 그에게 있어 가치가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시 돌아갈 집이 없었기에 그는 실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초밥을 한마디로 생선과 밥의 균형점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생선 자체로도 이뤄질 수 없는 것이고 밥으로만 되는 것도 아니다. 잘 준비된 생선의 신선한 숙성도가 밥의 풍미와 만나 적정한 균형점을 찾은 맛이 진정한 초밥의 맛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기본적으로 초밥이 차갑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점을 제공한다. 밥의 온도를 인체의 온도와 동일하게 맞추고 초밥을 제공하는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내레이터인 요리전문가는 지로의 초밥을 협주곡이라고 표현한다. 그것은 전통적인 생선들이 등장하는 1부에서는 매우 견고한 협주곡으로 흐르다가 제철 생선을 만나자 변주곡으로 변화하고 마지막 디저트 음식들은 아름다운 관현악으로 정리된다.     



지로상은 마흔 살 때부터 초밥 쥐는 손을 보호하기 위해 외출할 땐 반드시 장갑을 낀다. 출근을 하면 장갑을 벗고 조리사복으로 갈아입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꼿꼿한 자세로 서서 서빙하는 내내 자신이 쥐어준 초밥을 먹고 있는 손님을 흘끗 쳐다본다. 여자 손님에겐 먹는 속도를 맞추기 위해 남자 손님의 그것보다 작게 낸다. 또, 손님이 왼손잡이라면 초밥 놓는 방향을 다르게 하는 세심함을 지켜가고 있다. 


미슐랭 조사관은 그가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앞에서 그의 초밥을 먹는 것이 처음에는 공포에 가까웠다고 말한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초밥을 먹는 사람을 자세하게 응시한다.  자리라 그래 봐야 몇 개밖에 없는 조그만 실내. 단 여섯 명의 적디적은 주방 인원. 점내에 화장실이 없어 공동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처지. 어뮤즈-애피타이저-메인-디저트 다 필요 없이 메뉴는 그저 초밥 하나뿐.      



하지만 지하의 이 조그만 식당은 3만 엔부터 시작하는 미슐랭 쓰리스타 자격을 지닌 세계적인 레스토랑이다. 무려 스무여 점에 49만 원, 그러나 두 달 뒤에나 예약이 가능하다. 지로상은 자신이 추해 질대로 추해져서 손님들이 보기 싫어할 때를 은퇴시기로 삼고 있다. 지로상은 지금도 꼭 영업 시작 전, 준비된 재료를 확인하고 맛본다. 미각이 없으면 절대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 못한다는 지로 상의 신조 때문이다. 맛에 있어 수준 높은 고객을 감동시키려면 그 수준 이상이 되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좋은 음식 맛을 모르는 셰프가 어떻게 고객을 감동시키겠냐고 

되묻는 지로상.      


지로상과 다큐멘터리 감독인 데이빗 겔브


이 다큐멘터리는 한 사람의 인생이 우리에게 실제로 어떤 감동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작은 생선 한 점, 그 생선 토막에 85년이란, 정확히 말하면 76년간 열정을 쏟아부은 어떤 장인의 이야기가 완벽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장면,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열정적이고 성공적인 인생의 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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