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Koln)
야~ 일나라... 벌써 날 샜다
친구 녀석이 모닝커피를 끓이며 아직 시차적응이 안된 날 깨우는 소리가 아침을 알리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캠핑장에서 맞은 북유럽의 겨울 날씨는 고약하기 이를 데 없다. 익히 들은 대로 반짝이는 아침 해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여기는 독일의 북부이자 게다가 겨울이다. 고대 로마인들도 게르마니아인 들과의 싸움에서 겨울에는 전쟁을 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고약한 날씨 아니던가.
희희낙락 명랑병 환자들도 며칠만 있으면 사색을 해야 할 만큼 찌뿌둥한 날씨~ 카리브 해 푸른 해변의 불타는 태양 정도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여행의 설렘을 안겨줄 한 줄기 햇살은 기대했었는데.. 역시나 날씨 하나는 꽝이다. 독일인들이 왜 철학에 심취했던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역시 이런 날씨 덕분이었던가? 그리스 식 철학과 독일 철학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도 역시 날씨 탓이 아닌가 싶다 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런 꾸부정한 날씨를 뒤로하고 첫 번째 여행코스의 기점인 암스테르담으로 날라 가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캠핑카에 물과 전기를 가득 싣고 드디어 긴 여정에 돌입한다.
차를 타고 가면서 쾰른으로 가는 독일의 반듯한 고속도로변 풍경들을 바라보며 메모지에 이런저런 단상을 옮겨 적는다. 이제 시작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굳이 유럽을 캠핑카로 여행하고자 했을까? 1988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봇물 터지듯이 해외여행을 나가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사실 처음 해외여행을 나갔던 사람들이 바라 본 다른 나라의 세상은 역사와 문화유산을 비롯해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충격이었을 것이고 그 모든 것을 주어진 시간에 다 보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여행 자체가 당연히 부담스러운 일정이 되었을 것이다. 나 역시 개인적인 일로 인해 여러 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지만 항상 일정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었고 유럽의 문화와 여행패턴을 직접 느끼기에는 무리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 여행이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주마간산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에펠 탑에서 사진 찍고 양치기가 양 떼 몰고 목초지를 지나듯 베르사유를 들렀다가 탄성 한번 지르고 곧바로 스위스로 넘어가 식사 한 끼 때우고 그 높은 인터라켄까지 올라가는 차력사도 힘들어할 빡센(?) 10여 일 일정의 패키지여행 상품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택하는 대부분의 여행 패턴이었기 때문이었다. 얼렁뚱땅, 대충대충, 빨리빨리의 전형적 패턴이라 할 수 있겠다. (15년 전엔 정말 그랬다 --;)
또한 젊은이들이 성지순례처럼 필수적으로 생각하는 배낭여행 역시 고되고 힘든 일정, 그리고 경비의 부족 등으로 여유롭게 바라보아야 할 여행지와 일정들이 힘든 고행으로 변질되기 십상인 것도 우리가 캠핑카로 여행을 선택하게 된 주요 동기가 되었다. 오죽했으면 그 재미난 여행을 여자 친구랑은 가지 말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등장했을까.
하지만 그 무엇보다 캠핑카를 이용해 유럽을 돌아보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이곳에서 가장 보편적인 여행 패턴이 캠핑카를 이용하는 여행이고 그들이 즐기는 이러한 캠핑여행을 우리도 직접 한번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유럽의 자잘한 마을과 풍경 그리고 사람 사는 모습들을 소소하고 자세하게 돌아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또한 한몫을 했다. 한마디로 패키지여행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찐한 캠핑카 여행을 제대로 한번 뽐뿌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언제인지 모르게 쾰른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길거리의 한 연인이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며 진하게 프렌치 키스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연인들의 머리 위 저 멀리로 우뚝 솟은 쾰른 대성당이 보였다. 난 이 연인들이 보내준 아름다운 프렌치 키스가 마치 여행을 시작하는 나에게 보내주는 길한 징조라고 생각했다. 에니웨이, 우린 장을 보고 난 후 쾰른성당 근처에 주차되어 있던 캠핑카 안에서 따끈따끈한 바게트와 베이컨 그리고 우유를 잔뜩 올려놓고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며 멋진 점심을 즐겼다. 그러면서 왜 캠핑카가 유럽여행의 정답인지를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시동을 걸었다. A3 고속도로를 타고 암스테르담으로 날아가기 위해, 마리화나에 취한 밥 말리의 그 누런 이빨 사이로 빨려 들어가듯이.
damotori's travel notes _쾰른 대성당과 몽블랑
인간의 거대한 욕심은 종교를 낳았다. 그리고 인간의 끝이 없는 욕구는 거대한 역사의 사탑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었다. 늘 그렇다. 몽블랑 만년필이 아무리 좋아도 그 잉크에 묻어 나오는 아름다운 글씨에 비하겠는가? 아무리 큰 첨탑이라도 없이 사는 아름다운 거지의 마음을 알겠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