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가끔은 손빨래의 즐거움! 꼬뜨 다 쥐르

꼬뜨 다 쥐르 (COTE D'AZUR)

by 다모토리
푸른 지중해를 바라보고 있는 남 프랑스 꼬뜨 다쥐르

꼬뜨 다 쥐르 (COTE D'AZUR). 국제 영화제로 유명한 깐느와 연인들의 바다라고 일컬어지는 니스 해변 그리고 모나코라는 걸출한 휴양도시가 하나의 라인으로 이루어진 데다 연중 온화한 기후 덕분에 휴양과 관광을 위해 찾아오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우리는 어느새 이탈리아를 벗어나 망통을 기점으로 깐느와 니스 그리고 모나코와 앙티베로 이어지는 환상의 해변 코스를 캠핑카를 타고 달린다. 일본의 천재 작가 무라카미 류가 언제나 극찬을 마다하지 않는 이곳엔 최고급 호텔과 Bar, 그리고 최고급 미슐랭 레스토랑들과 유명인들의 별장이 한데 어우러져 그야말로 휴양의 낙원이다.



감청색이란 뜻의 꼬뜨 다쥐르(COTE D'AZUR)는 항상 많은 사람의 인파가 몰리는 유럽 최고의 지중해인데 그중에서도 니스는 활 등처럼 굽어있는 해변이 자갈로 이루어져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도 처음엔 이곳에 깔려있는 아름다운 자갈에 취해 몇 시간 동안 자갈을 줍기도 했는데 이 조그만 자갈을 빈 병에 넣어 친한 친구들에게 선물을 해 주었더니 다들 너무나 좋아했다. (나도 좋았지, 돈 안 들어서^^)



겨울의 니스 해변 풍경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서 한참을 거닐게 한다. 아는 분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러스트 앤 본> 이란 영화에서 마리앙 꼬띠아르가 수영하는 장면이 나온 도시가 바로 여기 니스다. 불의의 사고로 장애가 된 여성과 변변치 못한 직업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남성 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영화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여배우 마리앙 꼬띠아르는 눈부신 니스의 해변과 그렇게나 잘 어울렸던 것이다.



우리는 이 감청색 찬란한 해변 길을 쭉 달려 앙티브에 있는 오토 캠핑장 (Camping Le Rossignol)에 도착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캠핑카는 캠핑장에 있을 때가 가장 편안하고 예뻐 보인다. 앙티브에서 짐 정리도 할 겸 새로운 여행 계획도 짤 겸, 겸사겸사 2박 3일 동안 푹 쉬기로 하고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밀린 빨래도 하고, 물도 채워 넣고, 차도 정비하고, 청소도 하고, 그릴을 꺼내 차양 아래에서 바비큐 파티도 하고 말이지.


실로 얼마만의 여유인가?


먼저 밀린 빨래를 손으로 일일이 빨아서 캠핑카 주변에 쫘악하고 널어놓았다. 물론 동전 세탁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입고 있었던 냄새 풀풀 나는 옷들을 직접 손으로 빨아 너는 일은 캠핑장에서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운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Camping Le Rossignol


빨래는 인류가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된 오래된 의식이다. 사피엔스 시절에는 주로 종교적 의미가 컸겠지만 살다보니 몸차림을 깨끗하게 해서 남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으려는 사교적 욕구가 빨래의 진정한 목적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본인 스스로가 더러움을 견디지 못하는 난감함이 우선이었겠지만. 아무튼 나의 더러워진 옷을 손으로 조물락거리면서 깨끗하게 빠는 행위는 때론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나는 간만에 원시적 인류가 되어 물속에 빨래를 흔들거나, 손으로 비비고 발로 밟는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며 남아도는 시간을 빨래라는 행위로 즐긴다. 그러다 보니 지중해의 맑은 햇빛과 바람에 취해 나의 원시적인 빨래는 마치 힐링의 한 방법으로 까지 여겨지기도 했다. 아! 이런 느낌 좋구나...(근데 사진은 없다는 --;)



오래간만에 차갑게 손으로 하는 빨래가 무지하게 시원하고 즐겁다. 깨끗하게 헹구어 지중해 햇살에 옷을 널어놓고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때리는 이 멋진 여유. 얼마만에 누리는 호사인가? 마치 그림 같은 풍경 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이것이 바로 직접 해보지 않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캠핑의 즐거움이 아닐까. 뭐 이런 생각을 좀 했지만 이 날 하루만큼은 정말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냥 지중해의 날씨에 모든 것을 맡기고 멍 때리는 즐거움을 누리기로 했다. 멍! 멍!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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