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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Feb 03. 2019

엄마를 찾아 떠나는 맛여행 <엄마의 레시피>

엄마의 레시피 (What’s for Dinner, Mom?, 2016)

이별을 경험해야 비로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게 된다.  




언제나 내 옆에 있을것만 같던 누군가가 나의 곁을 떠나면 우리는 그제서야 비로소 그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나의 어머니는 내가 철없던 시절에 돌아가셨다. 가족이란 언제나 끊임없이 샘솟는 우물가의 새싹처럼 매년 파릇하게 돋아나는 생명같은 것이라 믿고 있던 나에게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엄마는 청천병력같은 현실로 다가왔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고여서 차마 보기가 힘들었다.  돌아가시기 전에 단 한번이라도 어머니에게 따뜻한 말을 건내 본 기억이 없는 나로선 117분의 러닝타임이 마치 끔찍한 고문과도 같았다. 왜 우리는 살아있을때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헌신하지 못하는가? 손을 잡아주고, 힘들어 하는 그 얼굴을 맞대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내기가 그리 부끄러운 것일까?


가난한 집에서 그저 돈 한 푼이라도 벌려고 보따리 장사를 하시던 어머니가 남대문에서 물건을 떼어와 새벽 첫차를 타기 전까지 내 하숙방에 머물때에도 난 차디찬 얼굴로 단 한마디 위로를 해주지 못했다. 심지어 왜 창피하게 그런걸 들고 다니냐며 면박을 주면 어머니는 그냥 눈물을 훔치면서 새벽 잠을 설치고 시커먼 청량리 바닥으로 썰물처럼 사라지곤 하셨다. 지금도 투박한 손으로 난을 키우며 끝내 계절의 한 순간 반드시 그 놀라운 난꽃의 향을 피워내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설 명절이 다가오기 전에 이 영화를 꼭 한번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한가위 명절에 고향집에 내려 가거든, 그리고 만약 어머니가 살아계시다면 반드시 어머니의 손을 따뜻하게 한 번 잡아드리시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나즈막히 말하시라.


"살아계셔서 감사하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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