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인생 뭐 있냐? Take a break!

스코틀랜드로 가며

by 다모토리

리버풀을 지나면서 국도로 길을 달리던 친구 녀석이 연실 투덜댄다. 꼬불꼬불한 길은 운전자의 의지를 매일매일 시험하고 있다. 작은 차도 아니고 캠핑카다. 길가 양쪽으로 툭 튀어나온 돌담에라도 긁히는 날이면 맡겨 놓은 렌터카 보증금마저 떼일 수 있는 상황. 조심해야 하는 운전이 연속으로 이어지니 짜증도 날 법하다.



사실, 섬나라 아니랄까봐 해도 너무 했다. 시골길은 거의 악몽이다. 일본도 이럴까? 이 녀석들 몇 백 년 전 마차가 다니던 길을 손도 까딱 안 하고 길 한복판에 줄만 찍하고 그어 놨다. 이게 영국의 도로다. 이러니 우리가 몰고 간 캠핑카는 거의 탱크 수준이고 맞은편에 차가 올 때는 백미러를 접어~말아하는 고민을 해야 할 판이었다. 노상 방뇨라도 할 참으로 갓길을 찾으면 그놈의 갓길은 십리에 하나 있을까 말까.


“이걸 도로라고 만들었냐~좀팽이 같은 자식들 ”



스코틀랜드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투덜투덜. 모두들 투덜쓰가 되어 버렸다. 내친김에 하나만 더 불평하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도 잘 수 없다. 2시간 이상 정차하면 요금을 따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몰래 하면 될 것 같지? 아서라! 괜히 큰 코 다친다. 에니웨이, 근데 이거 너무 한 거 아뇨?라고 따질 곳도 없다. 다들 영국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불만만 가득해졌는데 얼라?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조금은 익숙한 문구 판이 자꾸만 등장하는데 눈에 자꾸 밟힌다.



“ Tiredness can kill.. Take a break! ”


그래, 맞아! 하루, 이틀 동안도 맘 놓고 쉬지 못하는 세상이다. 우리는 너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언제인가? 바쁨이 미덕이 되었던 시절, 성실함은 나의 성공보다 조직의 성공을 보장하는 살벌한 자격요건이었다. 이젠 쉬지 않으면 죽는다. 놀지 않으면 죽는다. 스트레스는 풀지 않으면 독이 된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바로 자신 그 사람이다.


그런데, 쉰다는 것도 작정하면 어려운 법. 쉬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일하는 방법 또한 가장 잘 안다. 그래서 여행은 목적이기 전에 진행형 바로 그것인 셈이다. 길은 무지하게 스트레스받게 좁게 만들어 놓고 큰 간판에 넌 쉬어야 해!라고 웃기듯 외치고 있는 영국 애들. 그래서 애들을 쉽게 미워할 수 없다.



그렇게 구시렁거리며 스코틀랜드에 도착했을 때 런던에서는 코빼기도 안보이던 눈이 조금씩 보이더니 급기야 눈으로 가득한 구릉들의 한 복판으로 들어온 우리는 감탄을 하기 시작했다. 으~악~~~~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 퍽퍽하니 내리고 있는데도 스노 체인이 없다는 생각 따위는 챙길 겨를도 없었다.



마냥 눈이 좋았고 거기다 그 낮은 언덕들, 한 언덕을 넘으면 나오는 작은 마을 또 한 언덕을 넘으면 나오는 또 다른 언덕, 산으로 둘러싸여 자란 우리에게 이 언덕을 넘는 우리는 큰, 아주 큰 무덤들을 넘고 다니는 개구쟁이가 되어있었다. 영화 하이랜더에서 본 세트들이 눈 옆으로 실제 지나가고 있었다. 물론 스코틀랜드 위에는 그 하이랜드가 실지로 있지만 우리에게는 이곳이 바로 그 하이랜드였다. 저쪽 언덕 너머에서 칼 차고 말 탄 기사들이 열명은 뛰어나올 듯하다.


Road-42.jpg


그렇게 눈발 거세지는 스코틀랜드 북쪽 커크 스톤을 뻘뻘거리며 올라간다. 황무지의 산.. 거기에 눈이 뒤 덮이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그 모습은 장관이다. 앞뒤로 차라고 생긴 것은 한 대도 보이지 않는 적막한 산 길. 전설 속의 성으로 우리는 숨 가쁘게 캠핑카를 몰고 가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빨리 길에서 벗어나 쉬고 싶다는 것! 바로 그것. 여행이란 그렇게 인생의 길에서 잠시 벗어나 쉬는 여정인 것을 스코틀랜드의 민둥산은 친절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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