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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Mar 08. 2020

66. 사라진 영광의 뒤안길_상동 구래리

CHAPTER 4. 산골 오지에서 삶을 돌아보다 (동해-영주)


태백에서 시내버스로 넘어온 곳은 영월 상동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전쟁물자 수탈을 위해 세워진 상동 텅스텐 광산은 한때 세계 최대의 생산량을 자랑했다고 한다. 전성기 시절엔 인구 3만을 기록했지만 60년대 폐광이 된 이후 마을 주민은 천여 명 남짓으로 줄었다.



대낮임에도 거리에 사람이 없어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다운타운은 을씨년스럽다 못해 살짝 공포심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거리 곳곳에 조성된 동상과 벽화는 이런 음산한 분위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오늘은 이곳을 거쳐 영월에서 제천까지 이어지는 좀 빡빡한 스케줄을 짜 두었다. 그런데 내 폰에 저장된 시내버스 운행표에는 분명히 오후 2 시대에 영월 가는 차량이 있었음에도 결국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골일수록 운행표를 믿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니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한다) 불길한 마음에 부랴부랴 터미널을 홀로 지키고 계신 매점 할머니에게 물었다.



“아, 영월 가는 버스? 그거 하루에 딱 한 대 있어. 뭐 오가는 사람이 있어야 차도 댕기지. 4시 반이나 돼야 올 거야. 버스표는 여기서 끊고, 카드는 안돼”


할머니가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덕분에 무려 4시 반까지 아무도 없는 상동 거리를 만끽(?)할 수 있었다. 터미널 위로 상동 최대 유흥밀집 지역이었다고 하는 다운타운을 걸었다. 거리는 서부극에나 나올 법한 우울한 애리조나 골목길을 연상시킨다.



한때 월급을 포대자루로 받아 들고, 한잔 술에 얼큰해 떠들썩하게 술집 턱을 넘나들었을 억센 몸의 광부들 모습이 골목 곳곳에서 느껴졌다. 그런데 골목 안 어디선가 라디오 소리가 들린다. 호기심에 다가가니 조그만 슈퍼에서 왠 생뚱맞은 올드팝 한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Billy Joel이 부릅니다. Uptown Girl’


#버스오딧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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