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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Mar 08. 2020

70. 신림면 황둔리_찐빵, 호빵 그리고 호호

CHAPTER 4. 산골 오지에서 삶을 돌아보다 (동해-영주)


원주 관설동에서 영월 주천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황둔이라는 마을이 있다. 얼핏 그냥 지나치기 쉬운 마을인데, 여기는 재미난 먹거리 집성촌이 있어서 시간이 되면 잠시 들렸다가도 좋을 듯  곳이다.



길가에 뜬금없이 황둔찐빵 가게가 9 정도 올망졸망 모여있어 출출하거나 차에서 간식으로 먹기에 적당하다. 물론 찐빵 하면 횡성의 안흥찐빵이 유명하지만 여기 찐빵은  다른 매력이 있다.  한집만 골라 대충 담고 붕떠나도 아쉬움이 없는 안흥과 달리 집집마다 찐빵 메뉴가 비슷한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황둔찐빵은 안흥찐빵과 다르고, 옆집 찐빵과도 다르다. 빨리 길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에겐 질끈 머리가 복잡해지는 이상한 찐빵마을이다.



빵은 떡과 달리 찌지 않고 반죽해서 굽는다. 그러면 찐빵은 굽지 않고 찌는데 빵이라고 하는 이유가 뭘까? 본래 우리나라에서 밀가루는 귀한 식재료였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원조 덕에 대중화됐다. 당시 밀가루로는 국수와 수제비 정도가 요리의 전부였다. 물론 빵도 있었다. 그러나 서민들이 먹기엔 너무 쌌다. 그래서 팥소를 만두 같은 피에다 넣고 쪄서 먹었는데 누군가 이를 슬쩍 빵이라고 우긴 것이다. 찐빵은 빵이 아니냐고 눈을 부라리면서.


이런 서민들의 빵에 대한 갈망을 일찍이 알아챈 사람이 있었다. 분식집에서 팔던 찐빵을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먹을  있게 만든 것이다. 겨울만 되면 구멍가게에 단골로 등장하는 호빵이다. 뜨거운 찐빵을 손으로 들고 호호 불면서 먹는다고 해서 호빵이라고 했다. 황둔리가 있는 신림면에  가족이 모닥불에 손을 모으고 즐거워하는 호호캠핑장이 있는 건 우연이 아니었다.


#버스오딧세이 #황둔리찐빵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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