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보부상의 애환이 서린 발품 길 (영주-대구)
AM 4:10
알람이 울렸다. 낯선 잠자리에 부대끼며 잠을 뒤척이다 일찍 깼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벌써 1차 여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멀리도 왔다. 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무심함 그 자체다. 삶이란 역시 각자 도생이란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여정이었다. 사람들은 도시나 시골이나, 페라리를 타나 마을버스를 타나 동등하게 바쁘다. 문제는 시간에 관한 여유의 문제이다.
행복을 기획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숙제이자 딜레마가 실천의 획득이지만 거기서 멀찌감치 벗어난 사람들을 보면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남은 투어 일정을 더 해봐야 알겠지만 이 조그만 땅 덩어리에서 이토록 다양한 인간 군상을 순식간에 만날 수 있는 날것의 여행이란, 역시 삶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이런 버스여행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월요일 아침. 쌀쌀해진 날씨와 무관하게 사람들은 늘 그렇듯 무심하게 다시 버스에 오를 것이다. 오늘도 나는 거기서 행복한 사람들과 불행한 사람들을 또다시 만나게 되겠지. 시골버스 안에서 인생이 함께 구른다. 아무튼, 조금 더 눈을 붙여야겠다.
#버스오딧세이 #울진모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