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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Mar 14. 2020

87. 울진-평해 7번 국도_’ 주마간산’의 행복한 주

CHAPTER 5. 보부상의 애환이 서린 발품 길 (영주-대구)


울진에서 기성. 망양해수욕장을 거치고 월송정을 지나 평해에 이르는 7 국도는 바다를 바짝 두고 달리다가 가끔은 멀리 떨어지며 수평선을 바라보게 배려해준다. 한동안 강원도와 충청도의 두메산골 오지를 달린 터라 갑자기 나타난 바다는 반가움과 동시에 여행자의 숨을 시원하게  트여주었다.



고려말 관동별곡의 저자인 문인 안축은  길을 지나가며 ‘하늘도 나지막한 수면이 평평하구나라는 시를 남겼다. 여기에서 수평선을 이루는 바다는 바로 평해의 해안가 풍경이다. 평해라는 지명이 이미 고려말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평해는 울진의 옛 이름이었을 만큼 유명한 고을이었다. 안축이 말에 올라  길을 지나갈  해안에는 푸른 보리가 평원을 이루었고, 해안선에는 황금모래밭이 10리에 걸쳐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주마간산으로 보았더라도 아름다운 풍경이었을 것이다.



주마간산이란 말은 뭔가 대충대충 보고 지나간다는 뜻을 지녀 부정적으로 많이 쓰이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일반적으로 말의 속도는 평보, 속보, 구보, 습보  4가지로 분류된다. 이를 시속으로 환산하면 평보는 6.6km, 속보는 13.2km, 구보는 19.2km, 습보는 59.4km 해당한다. 여기서 습보는 경마장에서나   있는 말의 주법이니까 이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일반적으로 주마간산은  20km 내외의 속도이다. 시내버스가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속도와 비슷하다.



 정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예전에는 무척이나 빠르게 느껴졌을 테지만 지금은 풍경과 생각을 합쳐볼  있는 다소 여유로운 속도라   있다. 내가 주마간산을 긍정적인 측면으로 바라보고 시내버스 여행을 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래전 어느 양반들처럼 유유자적 말을 타고 유람하던 분위기를 요즘엔 시내버스를 타고 느낄  있기 때문이다.



동해에 면한 울진군의 평해 바다를 바라보며 버스와 말을 오가는 야릇한 감상을 하는 사이 말의 생김새를 닮은 버스가 영해 터미널에 도착했다. 나만의 행복을 찾고자 떠난 여행에서  바다를 만난 것은 행운이란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작가 기욤 아폴리네르는 행복에 관해 ‘가끔은 행복을 찾아가는 것을 멈추고서 그냥 행복해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래, 나는 지금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한 주행이었다.


#버스오딧세이 #울진_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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