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알려주는 신호 무시하지 않기

매일의 이야기 3

by kotobadesign

역시 약을 먹고 자야 했다.

아니 약을 먹었는데도 두통은 가라앉지 않았고 자면서도 살살 머리를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한밤중에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야 했다. 마지막 남은 두통약을 이미 먹어 버려 감기약이라도 먹어야겠다 싶어 약을 찾는데 응? 등이 왜 간지럽지?

화장실로 가서 옷을 들추고 거울로 확인하니 두드러기가 오른쪽 등 쪽에서 팔 쪽으로 나 있었다.

이상하다 나 자기 전에 먹은 것도 없는데. 저녁도 6시에 먹었는데 두드러기가 지금 일어난다고?

두드러기를 보자마자 지끈 지끈거리던 두통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양 갑자기 머리가 맑아졌다.

한 시도 넘은 시간에 두드러기로 응급실에 갈 수도 없고 어쩌지 하다가 얼마 전에 두드러기 때문에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 남아 있는 게 떠올랐다. 그거라도 먹어야겠다. 의사 선생님도 먹다가 괜찮으면 하루치 정도 남겨 뒀다가 갑자기 올라오면 먹으라고 했으니 괜찮겠다 싶었다. 약을 먹고 누워 있자니 이놈의 두드러기는 도대체 언제까지 나를 따라다닐까 얄미워졌다.


나는 원래 뭘 먹어도 두드러기가 나지 않는 체질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마치 보톡스를 맞은 것처럼 입술이나 턱이 부어올라 있고 뭘 먹지 않았는데도 활동하다가 보면 다리에 두드러기가 나 있다가 가라앉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시작했다. 두드러기가 생기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장 처음은 그 몇 년 전에 기침이 멈추지 않아 대학병원에서 정말 독한 약(마약성이었던 걸로 기억한다)을 처방받아 먹었는데 며칠 먹다가 두드러기가 올라와 동네 피부과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번. 이것도 몇 년 전 엄마 집에서 잠시 지낼 때였는데 만 원에 세 개 하는 뻥튀기를 사서는 이틀 동안 혼자서 두 봉지를 내리 먹다가 두드러기가 올라와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몸이 안 좋네 싶을 때는 두드러기가 생기거나 턱이나 입술이 부어오르곤 한다.

두드러기는 대부분 금방 가라앉기는 하는데 갑자기 두드러기가 올라오면 당황스럽다. 병원에 바로바로 가기는 하지만 어제처럼 갑자기 밤에 올라오면 어떻게 할 줄을 모르겠다. 그래서 어제는 약국에서 감기약처럼 살 수 있는 두드러기 약이 있다면 사두어야겠다 생각하기도 했다.

몸이 도대체 왜 이럴까. 이런 상황을 반복해서 겪을 때마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이제는 몸과 대화하는 방법을 조금 알게 되기도 했다. 어제처럼 갑자기 얼굴 일부분이 붓거나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날은 보통 그전에 무리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역시 무리했구나, 쉬어야겠네 하고 쉰다. 어제는 하루 종일 일도 하고 킨츠기를 한다고 네 시간을 집중해 선을 그렸으니 몸에 무리가 갈 만도 했다.




나는 몸이 알려주는 신호를 잘 들으려고 한다. 과거에 한 번 크게 앓았던 적이 있었던 터라 그 신호를 무시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단 무리하면 어떻게든 몸은 다른 신호를 또 보낸다. 더 심한 강도로. 그게 나는 두드러기와 맥관부종(병원 진단을 받은 적은 없지만 검색해보니 그런 것 같다.)인 것 같다. 며칠 엄마 집에 있는 동안 집에만 있고 산책조차 안 했더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운동 부족.

평소에는 한 시간 정도는 꼭 걷는데 그것도 안 하고 있었더니 힘들게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몸이 비명을 지른 것이다. 살기 위해 운동한다는 말. 이제는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자주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매일 아침에 스트레칭은 하지만 그것으로는 역시 부족하다. 빨리 걷고 천천히 뛰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두드러기는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안 그러면 일어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으니. 약을 먹어서 없어진 것인지 저절로 없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을 살피면서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걷는 걸 좋아하는 엄마가 평생 혹사한 발에 통증이 생겨 고생하면서 매일 발과 대화하며 하루의 움직일 양을 정하는 것처럼 나도 내 몸과 대화하며 매일을 잘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하고 싶은 일을 건강 때문에 포기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는다.

건강해야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다. 엄마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오늘따라 더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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