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tobadesign Nov 01. 2020

[프롤로그] 킨츠기: 우연의 이음

깨진 그릇,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오랫동안 사용하던 찻잔과 소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차를 마시려고 꺼내다가 떨어뜨려 찻잔에는 금이 가고 소서는 이가 나갔습니다.

정말 아끼던 찻잔 세트였기 때문에 그동안의 시간이 아쉬워 버리지 않고 그대로 수납장 한편에 넣으며 분명 그릇 수선을 배울  있는 좋은 환경에 있었으면서도 배우지 않았던 저를 원망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초 한국에서도 킨츠기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금 가고 이가 나간 소서를 직접 수선하게 되었습니다.

킨츠기(金継ぎ)는 깨지거나 이가 나갔거나 금 간 기물을 생옻으로 수리하고 금이나 은 등으로 마무리하는 일본식 수리 기법입니다.




봄을 가까이  2020 늦겨울,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킨츠기 작업을 위해 공방에 갔습니다.

수업은 2 동안 이어졌고 선생님의 안내를 받으며 조용히 사부작사부작 작업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위안과 치유가 되었습니다. 이걸 번아웃이 정말 심했던 시기에 배웠더라면 조금  힘내서 회사에서 일할  있지 않았을까.


킨츠기 수업을 마친 지 6개월 정도 지난 지금, 힘든 시기에 저에게 위안과 치유가 되었던 킨츠기를 지금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킨츠기 초보이기 때문에 모르는 부분은 선생님께 여쭤보거나 킨츠기 책을 찾아보며 조심조심 작업하고 있습니다. 일상이 불안과 고독으로 싸여 있지만 그릇을 수선하는 시간만큼은 머릿속의 생각을 비우고 저와 마주하는 시간으로 지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그릇을 수선하다가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그릇들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이 그릇들을 수선해서까지 사용하려는 이는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일까?


그러한 궁금증이 이어져 '킨츠기: 우연의 이음'이라는 저만의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킨츠기의 선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우연'한 사건을 통해 '우연'으로만 탄생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 우연히 생긴 선을 이어 끊겼던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킨츠기라고 생각해 프로젝트 이름을 지었습니다.

프로젝트는 저에게 기물 수선을 의뢰한 분을 인터뷰하고  이야기를 생각하며 수선을 완성해갑니다. 그리고 수선이 끝나면 수선의 과정과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글을 쓰고 사진으로 남깁니다.


기록 남기는 것에 서툴기 때문에 어설픈 글과 사진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시작한 프로젝트를 잘 이어가려고 합니다. 글은 일주일에서 열흘에 한 편을 올릴 예정입니다.




사람도 사물도 모두 다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만나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게 되어 곁에 두고 있다가 한순간의 사건으로 잠시 끊겼던 이야기가 다시 이어지는 것.

'킨츠기: 우연의 이음'이라는 작은 프로젝트를 통해 사물과 사람의 이야기가 또 다른 이음으로 연결되길 바랍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