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덕꾸덕한 기본 치즈 파스타
그 자체로도 훌륭하게 즐길 수 있지만 비주얼, 풍미, 식감 등 모든 면에서 요리를 바꿔놓는 재료이기에 널리 활용되어왔죠. 뭐, 요즘은 밥에도, 등갈비에도, 닭갈비에도, 쭈꾸미에도... 하여간 먹을 수 있는 것에는 일단 치즈를 얹는 듯하네요.
아니나 다를까, 이탈리아 요리에서도 치즈는 매우 인기가 많고 핵심적인 재료 중 하나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탈리아 치즈의 왕'이라고 불리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파마산)'에 대해서는 익숙하실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탈리안 레시피를 찾다보면 파마산만큼 자주 마주치게되는 치즈가 있는데, 그것은 '페코리노 로마노(페코리노)'라는 치즈죠.
그리고 오늘은 그 페코리노 치즈를 이용한 요리를 해볼게요! 아주 간단하고, 독특하면서도 소박한 치즈 파스타, '카치오 에 페페(Cacio e Pepe)'입니다.
카치오 에 페페는 알리오 에 올리오와 비슷한 느낌의 파스타인데요. 핵심적인 재료 몇가지만으로 맛을 내는 파스타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소스의 이름이 곧 들어가는 재료의 이름이라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Cacio(카치오)는 이탈리아어로 '치즈'라는 뜻인데, 특히 중부 및 남부 이탈리아에서 널리 생산되고 사용되는 양젖 치즈(대표적으로 페코리노)를 지칭하는 방언 정도되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역시 치즈를 뜻하는 'formaggio'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죠. Pepe(페페)는 후추입니다.
어쨌든 자연스럽게 재료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네요.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페코리노 치즈는 양젖으로 만든 치즈로, 이탈리아 치즈 중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어요. 짭짤한 경질 치즈면서 주로 파스타에 곁들여 먹기 때문에 파마산이랑 느낌은 비슷한데, 직접 드셔보시면 페코리노만의 독특한 향과 맛을 강렬하게 느껴보실 수 있겠습니다. 주로 이태리 중부, 남부에서 널리 사용되는 치즈다 보니 해당 지역의 레시피를 참고하시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가장 유명한 예로는 까르보나라가 있겠네요.
원래는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치즈였는데, 코스트코에서 판매를 하고 있나봐요. 저는 인터넷으로 구입했습니다.
총 40g 정도를 두가지 굵기로 갈아서 썼는데요. 소스를 만드는 용도로 30g, 플레이팅 이후 뿌려주는 용도로 10g을 따로 갈았습니다. 전자의 경우(30g) 물에 잘 녹도로 가장 고운 굵기로 갈았고, 후자의 경우(10g) 눈에 잘 띄어야 하므로 한단계 굵은 굵기로 갈아서 준비해보았습니다.
넉넉하게 기호에 따라 사용하시면 됩니다.
뭐 조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보여드릴 것이기도 하지만, 편의상 미리 한번 짚고 넘어가도록 하죠.
3-1. 치즈 그레이터
넉넉한 양의 치즈를 갈 때는 아무래도 박스 그레이터가 편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굵기를 조절할 수도 있고요. 다이소에서 구입한 것인데 아주 잘 쓰고 있네요. 물론 일반 치즈 그레이터를 사용하셔도 무방합니다.
3-2. 국자
조리 과정에서 면수를 필수적으로 추가해 주어야하므로 국자도 꼭 필요합니다.
3-3. 집게, 거품기, 나무젓가락
집게는 면을 건질 때, 거품기는 소스를 만들 때, 나무젓가락은 만든 소스에 파스타를 버무릴 때 사용합니다. 구체적인 용례는 이후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면을 삶는 과정은 특별할 것이 없지만, 한가지 신경쓰이는 것이 있다면 면수의 간입니다. 자체적으로 짠맛을 가지고 있는 치즈에 면수를 더해야하기 때문인데요. 자칫하면 파스타가 너무 짜지지 않을까싶어 면수의 간을 조금 약하게 했습니다. 뭐, 큰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조리 과정을 알아봅시다.
파스타 삶는 것은 기본적인 과정이기는 한데, 선택적으로 한가지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곱게 간 30g의 치즈를 끓는 물 위에서 데워주는 것인데요. 굳이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은... 면수를 넣었을 때 치즈가 생각만큼 잘 녹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날이 추워서 그랬는지 너무 굵게 갈아서 그랬는지, 어쨌든 소스가 만들어지질 않아서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미리 열을 좀 가해줬네요.
만약 이 과정을 거치신다면 믹싱볼이 꽤 뜨거워져 있을테니 꼭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후에 오븐 장갑을 끼고 작업했습니다.
국자로 면수를 조금씩 넣어주시면서 치즈를 녹입니다. 농도를 신경 쓰시면서 거품기로 잘 섞어주시면 되겠습니다.
후추를 넉넉하게 넣고 다시 섞어줍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시면서 소스 농도가 너무 묽다고 느껴지시면 여분의 치즈를 더 넣어주시고, 소스 농도가 너무 되직하다 싶으면 면수를 더 넣어주시면서 조절하시면 됩니다.
그 이후에는 파스타가 다 삶아질 때 까지는 특별히 할 일이 없네요.
짜장면 비빌 때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집게 같은 것을 이용하셔도 좋지만, 자칫하면 파스타를 상하게 만들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나무 젓가락이 제일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독특한 육각형 모양을 가진 그릇을 사용했습니다. 파스타 자체가 좀 단조롭다보니 그릇은 좀 튀는 것을 사용해볼까 한것인데요. 뭔가 그릇이 햇빛처럼 반짝반짝하는 것 같아서 다소곳이 얹힌 파스타를 말 그대로 빛내주는 듯 하네요. 요즘들어 항상 애용하고 있는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유리그릇이 활용도로 보나 디자인으로 보나 참 쓰임새가 많은데, 전자레인지에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네요...
어쨌든 파스타를 담고, 약간 굵게 갈아놓은 페코리노 치즈와 후추를 그 위에 흩뿌려주시면 플레이팅도 끝입니다!
독특한 페코리노의 풍미와 잘 녹아든 치즈가 주는 '꾸덕꾸덕한' 식감이 돋보이는데요. 치즈가 듬뿍 들어간 음식이 주는 맛이 굉장히 뭐랄까, 풍부한 느낌이 있잖아요? 입에서부터 가득가득 차오르는 그 맛은, 간단한 가정식으로서의 카치오 에 페페의 느낌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일 파스타(알리오 에 올리오), 토마토 파스타(간단한 방울 토마토 파스타)를 거쳐 이제 치즈 파스타까지 알아보았으니 제가 생각하는 '기본 파스타' 부류는 모두 알아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저 나름대로는 일종의 커리큘럼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는 것인데요(ㅋㅋ...)
기본 과정에서는 스파게티를 사용해 간단한 소스를 다뤘다면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파스타(면)와 다채로운 맛을 찾아보는 [파스타 이야기]를 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신경쓰고 있는 플레이팅과 그릇에 관련된 이야기도 계속하고요.
감사합니다~
*2017년 12월29일 수정(사진 상하단부 검은 줄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