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 따뜻한 안티파스토
특히 이탈리아 요리 코스의 시작인 안티파스토(antipasto-복수형은 antipasti)를 보면 그 말이 더욱 실감납니다. 안티파스토(anti: 앞 + pasto: 식사)는 전채요리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보통은 큰 접시에 다양한 치즈, 살루미 등을 푸짐하게 올려 내놓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위와 같은 모습이겠네요(이미지는 구글과 핀터레스트 검색을 통해 가져왔습니다.) 절인 야채, 생야채, 치즈, 햄, 빵, 비스킷, 견과류 등등,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나눠먹는다고 하지만 저렇게만 먹어도 한끼 충분하지 않을까요...?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저도 저런 모둠형태의 전채 플래터(platter)를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으나, 그랬다간 제 통장 잔고도 반이 될 것 같아서요...ㅎㅎ 대신 저는, 역시 많이 사랑받는 안티파스토 중 하나인 브루스케타(bruschetta: 석탄에 굽다라는 이탈이아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임 - 참숯구이빵?)를 준비해보았습니다!
브루스케타는 구운 빵 위에 다양한 토핑을 얹어먹는 핑거푸드의 일종인데요, 간단히 말해서 타파스와 비슷한 형태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영어권 사람들이 하도 그 이름을 '브루쉐타'등으로 잘못 읽어서, '잘못 발음되는 이탈리아 요리 이름'을 논할 때면 항상 거론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죠.
타파스 말씀을 드렸지만, 같은 이탈리아 음식 중에도 크로스티니(crostini)라고 비슷한 음식이 있는데요(그 차이는 다음에 다루도록 할게요!) 그 음식들과 브루스케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하면, 브루스케타는 빵의 표면을 바삭하게 구운 다음, 생마늘을 문지른다는 것입니다. 이게 별 것 아닌 것 처럼 보여도 마늘향이 굉장히 강해요. 그러한 특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브루스케타를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마늘빵'의 이탈리아 버전, 또는 원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빵 위에 올리는 토핑은 굉장히 다양한 편입니다. 프로슈토같은 햄류를 올리는 경우도 있고, 구운 버섯이나 채소, 치즈 등을 자유롭게 조합해서 올리기도 하죠. 저는 '크리스마스 레시피'라는 컨셉에 맞춰서, 먹는 이의 입속을 특유의 달콤함과 고소함, 그리고 따뜻함으로 채워줄 땅콩호박을 이용한 토핑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진 한가운데 조롱박처럼 생긴 노란 물체(?)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땅콩호박입니다.
외국 요리 영상에는 'butternut squash(버터넛 스쿼시)'라는 이름으로 엄청 많이 등장하는 재료인데, 최근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수확철인 9~10월이 지나면 마트나 시장에서 드물게 볼 수 있습니다. 달콤하고 고소하면서도 영양적으로 풍부해서 가을철, 겨울철의 대표적인 식재료 중 하나더라구요.
저는 경동시장을 방문해 구입했습니다. 호박 파는 곳을 가보니 큼지막한 늙은 호박들만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사모님께 따로 여쭤본 결과, '땅콩호박은 시기가 좀 지나서 물건이 그리 많지 않다'는 대답을 들었어요. 그래도 남아있는 물건 중 모양이 깔끔한 것 두개를 개당 2,000원에 골라올 수 있었습니다.
대강 뿌려줄 것이라서 딱히 정해진 양은 없습니다.
2~3쪽은 다져서 준비해주시고요, 1쪽은 마지막에 사용할 것이니 킵해두시면 되겠습니다.
"크러쉬드 레드 페퍼"라고 시중에 파는 것이 있는데 저는 그냥 그것을 이용합니다. 그게 편하더라구요.
식빵...은 너무 얇고 연해서 좀 그렇고요. 바게트나 치아바타같은 빵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깜빠뉴 쪽도 괜찮을 것 같구요.
개인적으로는 파리바게뜨 천연효모빵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즐겨 이용합니다. 큰 것 말고 작은 사이즈 제품을 잘라 쓰면 크기도 딱 좋더라구요.
몇 그람인지는 체크해보지않았지만, 2테이블 스푼이면 100g 가까이 되는 것 같아요. 사실 2테이블 스푼이라고 적어놓은 것은 레시피 상의 정량입니다만... 맛을 보시면서 입맛에 맞게 사용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정량의 2배 이상인 200g을 사용했습니다 ^_^...
이것도 리코타 치즈랑 내용은 비슷합니다. 파마산 치즈는 짠맛이 있으니 간도 주의해주세요.
넉넉하게 준비해주세요.
저는 5g정도 사용했습니다. 자꾸 무게로 말씀드려서 죄송스럽기는한데, 마트에서 10g 단위로 파는 제품의 절반을 이용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립니다.
조리 과정을 알아봅시다.
오늘은 처음 다루는 재료가 있으니, 재료 손질부터 시작해보도록 할게요.
땅콩호박은 껍질이 단호박만큼 단단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두부마냥 연한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손질 과정에서 꼭 손을 조심해 주시고, 칼을 잡지 않은 손으로 호박을 꽉 붙잡아주세요.
먼저 양 귀퉁이를 썰어냅니다.
다음으로는 땅콩호박을 사진에서 보시는 것 처럼 4등분해주신 뒤, 숟가락으로 씨를 긁어냅니다. 생각보다 씨가 단단하게 붙어있는데요,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은 약간 힘을 주어 뜯어낸다는 생각으로 하셔도 되겠네요.
땅콩호박은 구워먹으면 더 맛있다고하네요. 그러니 그 맛을 더 즐기고, 속살을 연하게 만들기 위해(이후 으깰 것이기 때문에) 오븐에 구워주겠습니다.
씨 까지 정리된 땅콩호박의 속살이 위로 가도록 가지런히 오븐 트레이(오븐 철판?)에 올려주시구요, 그 위에 올리브 오일을 골고루 뿌려주세요. 양을 계량하여 넣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2~3 테이블 스푼 정도 뿌린 것 같네요.올리브 오일 뒤에는 준비된 다진 마늘, 매운 고추 빻은 것, 로즈마리를 잘 퍼트려서 놓고, 소금, 후추간도 해주시겠습니다.
그리고, 준비한 땅콩 호박을 오븐에 섭씨 200도로 40분동안 구워주세요!
맞춰놓은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늘과 로즈마리 향이 은은하게 퍼져나옵니다.
오븐에서 그렇게 구우면 호박 살이 물렁물렁해지는데요, 이제는 껍질과 살을 분리해주어야합니다. 별 다른 방법은 없구요, 숟가락을 이용해 요령껏 파내고 긁어내고 해주세요.
저는 오븐에서 꺼내자마자, 그러니까 땅콩 호박이 엄청 뜨거울 때 '앗뜨!앗뜨!"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왠지 뜨거울 때 더 잘 발라질 것 같아서 그랬지만... 상당히 뜨거웠습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셔요.
호박을 모두 발라내고 나면 오븐 트레이는 아마 다 식었을 거에요.
땅콩 호박과 같이 구워진 로즈마리 잎사귀도 긁어서 넣어주시고, 트레이 바닥에 자작하게 깔린 올리브 오일은 마늘, 로즈마리, 호박 등의 향을 간직하고 있는 엄청난 재료가 되었을테니, 조심스레 트레이를 기울여서 발라낸 호박에 쪼르르 부어주세요.
그런데 아마 바닥에 있는 마늘이나 빻은 고추는 까맣게 탔을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 과정에서 그런 것들이 섞여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는것도 잊지 마시구요!
준비했던 파마산, 리코타 치즈도 과감하게 넣어주세요. 재료 부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치즈의 양은 입맛에 맞게 사용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파마산을 1테이블 스푼 넣으니까 좀 싱거운 듯 했고, 리코타를 2테이블 스푼 넣었으니까 호박맛이 너무 강하게 났어요(솔직히 호박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취한 조치는 리코타를 레시피 정량의 2배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간은 좀 싱거워도 괜찮다고 판단해서 파마산을 더 넣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재료들을 포크로 으깨가며 잘 섞어주시면 토핑은 완성입니다.
브루스케타에 쓸 빵을, 겉이 바삭해지도록 구워주세요. 보통은 그릴팬에 그릴 자국을 내면서 굽는데요. 딱히 저는 그릴팬도 없고, 팬에서 빵을 굽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닌듯하여 그냥 토스터를 이용했습니다.
빵이 준비되었으면 브루스케타의 가장 큰 특징인 마늘향을 입혀주실 차례인데요. 사진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생마늘을 반으로 잘라, 자른 단면을 빵 표면에 문질러 주시면 끝입니다. 매우 간단하지만 아마 깜짝 놀라실거에요. 정말 '마늘향'이 생생하고 강렬하게 나거든요.
마늘을 문질러주시면 그 위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슬쩍 발라주시구요. 빵 위에도 별도로 소금, 후추간을 해주시면 브루스케타를 위한 빵도 준비가 끝난겁니다.
그리고 준비한 토핑을 퍼 담으면...!
이렇게 예쁜 땅콩호박 브루스케타가 완성되었네요!
맛은 굉장히 다채롭습니다. 오븐에서 같이 구웠던 빻은 고추 때문인지 살짝 매콤한 맛도 느껴지고요, 향긋한 로즈마리와 마늘의 향 그리고 땅콩 호박의 달콤함과 고소함, 리코타의 부드럽고 풍부한 식감까지 맛보실 수 있습니다. 호박 토핑에는 아직 오븐에서의 온기가 은은하게 남아있어서 따뜻하게 즐길 수 있었는데요. 뿐만 아니라, 호박이 주는 느낌이라는게 되게 따뜻하고 풍성한,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다'는 말처럼 말이죠.
평소 호박을 별로 좋아하지않는다고 했던 저도 참 맛있게 먹었는데, 여러분도 그 기분좋은 달콤함을 가족, 친구 등과 함께 나눠보셨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정말 따뜻한 겨울,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아요!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 레시피는 간단하게나마 '코스'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음료(뮬드 와인)와 안티파스토(땅콩호박 브루스케타)까지 마쳤으니 이제 다음 코스는 첫번째 메인 요리입니다!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까지 얼마 남지않았는데 디저트까지 다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네요... 요리나 브런치 글 작성도 속도를 좀 올려야겠습니다.
어쨌든 다음 요리도 기대해주세요!
*2017.09.11 부르스케타->브루스케타 수정 (이 때 왜 이렇게 적었는지 알 수가 없네요...)
*2017년 12월29일 수정(사진 상하단부 검은 줄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