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반
'컴퓨터 들여다보면서 공부가 되냐'며 의구심 가득한 눈빛을 보내던 부모님은 그래도 저를 믿고 손바닥 만한 동영상 재생 기기인 PMP까지 사주셨죠. 비록 저는 항상 alt+tab을 누를 준비가 되어있었지만(...) 인터넷 강의는 가장 재밌고 유익하며 좋은 선생님이었습니다. 사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다양한 자격 시험이나 인증 시험을 칠 때는 인강으로 준비하고 있으니, 여전히 좋은 선생님이죠.
뿐만 아니라 요즘은 그런 영상 교육 자료들을 학업 이외의 영역에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건방지게 글까지 쓰고 있는 저의 취미, 요리가 그 대표적인 예죠. 제가 만드는 요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그러한 레시피 영상들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요리 영상을 접하는 방법은 크게 페이스북과 유튜브로 나뉘는데요. 저는 유튜브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컨텐츠들은 영상미라든지 음식의 맛과 형태에 있어서 의심의 여지없이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말이 많은 쪽을 선호하거든요. 그래야 아는 척하고 글도 쓰고 그러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유튜브의 영상들은 저에게 선생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간단한 테크닉부터 구체적인 레시피까지 요리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오늘은, 그 선생님들 중에서 제가 특별히 많은 도움을 받은 분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동명의 케이블tv 채널이 관리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테이스티로드, 오늘뭐먹지, 한식대첩 등 다양한 유명 요리 프로그램의 영상 클립을 볼 수 있는 곳이라서 재밌는게 많아요.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즐겨 봤던 것은 올리브쇼2014였습니다.
올리브쇼2014는 제국의 아이들 출신 광희와 마스터 셰프 코리아 출신 박준우, 이 두명의 MC와 5명 내외의 셰프들이 출연하는 요리 방송입니다.(홍은희씨가 계셨던 초반 방송은 논외로 합니다) 두 MC의 케미도 좋았고, 예능과 요리, 차분하게 설명해주는 셰프들의 노하우가 적정선에서 어우러졌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최고의 요리 방송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방송된 내용 중 레시피만을 따로 떼어 1분 내외로 편집한 클립들입니다. 이 자체로도 유용한 자료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셰프들의 토크 부분이 다 잘려나간 것은 아쉬운 일이네요.
한가지 귀띔해드리자면, 유튜브 검색창에 "올리브쇼"라고 쳤을 때 많은 영상이 나옵니다. 물론 한회 방송분을 통으로 올려놓은 것은 없지만, 큰 편집없이 MC와 셰프의 토크를 그대로 살린 영상들은 꽤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저작권법을 존중하기 때문에 그것을 절대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런게 있다고요.
정말요!
저는 올리브쇼 이외에도 올리브 채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요리를 하기 시작했는데요. 아직 쿡방이 범람하기 전이라 요즘처럼 오버스럽지도 않고, 편안하게 요리에 대한 관심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가 굉장히 수월했고요. 재료나 노하우도 한국의 상황에 맞는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한국에서는 "크노르(영어 발음은 '노르', '뇨르' 이런 식으로 들리더라구요)"라고 불리는 외국 식품 회사의 유튜브 채널입니다. 저는 스톡 큐브, 스톡 팟 같은 조미료 회사로 알고 있는데 여러가지 인스턴트 식품도 종합적으로 취급하고 있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이 회사 제품을 한번도 써본 적 없어서 맛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 회사가 운영하는 이 채널에서는 다양한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어요. '식품 회사에서 소개하는 레시피가 뭐가 대수냐'라고 하실 수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우리에게 요리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참으로 비범한 사람이라는데에 있습니다.
위에 있는 아저씨는 영국의 전설적인 셰프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인데요. 카리스마 넘치는 성격으로 유명하죠. 어쨌든 주방에서 한가락(...)하셨던 분답게 요리하는 모습과 설명 하나하나에서 굉장한 내공이 느껴집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주는 전달력도 뛰어나고요. 무엇보다 그가 소개하는 메뉴들이 서양 요리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는 친숙하고 쉬운 것들이 많다는 점도 장점이죠.
다만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크노르라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일종의 마케팅 수단이기 때문에, 레시피마다 제품이 꼭 한번씩은 등장합니다(마치 "김치에 ~를 싸먹어 보세요"를 보는 듯한...) 유명 셰프가 소위 제품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지 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많은데요. 저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좀, 뭐랄까, 캐주얼해보여서 나쁘지 않더라구요. 솔직히 집에서 요리하면서 스톡을 하나하나 만들어 드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잖아요. 그만큼 요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좋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혹시 본인의 자존심이나 건강에 대한 걱정으로 제품을 사용하기 싫다! 하시는 분들은 레시피의 스톡 제품을 본인이 직접 만든 것으로 바꾸시거나, 아니면 아예 사용안하셔도 됩니다. 사실 리조또처럼 스톡이 꼭 들어가야하는 요리가 아닌 다음에야, 대개 생략해도 되겠더라구요.
오늘은 제가 요리를 배우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유튜브 채널 중, 초심자 내지는 막 요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분들이 보기 좋은 것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쭉~ 설명을 하면서 한가지 빼먹은 것이 있다면, 이 과정은 서양 요리 과정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소개하는 영상의 대부분이(사실 Olive 채널 빼고 전부다...) 영어를 사용합니다. 근데 솔직히, 대충 요리 과정, 그리고 재료에 대한 개념만 잡히면 언어는 큰 장애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저는 이탈리아어를 하나도 못하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의 영상을 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정 불편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걱정하지마세요! 제 브런치가 있잖아요?(찡긋) 깔깔깔!
어쨌든 오늘 글이 [개념반]이었으니, 다음 글에서는 실제 다양한 레시피를 참고할 수 있는 [실전반] 커리큘럼으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