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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부엉씨 Feb 08. 2017

리조또를 만들 때 알아둘 내용

리조또 개론(2)

리조또 조리과정에는 몇 가지 독특한 부분이 있습니다


 오늘은 리조또 만드는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그 독특한 부분은 무엇이고 왜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0. 육수 준비

맛없는 육수로 리조또를 만들면 맛없는 리조또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맛있는 육수를 준비합시다. 닭 육수, 해물 육수, 야채 육수, 뭐든 어울리는 것으로요.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강조하는 내용은, 바로 육수를 뜨거운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많기 때문에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그냥 상온에서 보관한 육수를 사용해도 된다는 의견부터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차가운 육수를 그대로 써도 된다는 말까지 많은 걸 보면 굳이 뜨거운 육수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개인적으로는 항상 리조또를 만들기 전에 시간을 내서 육수를 만드는 편이라 뜨겁지는 않더라도 최소 따뜻한 상태의 육수를 사용하게 됩니다.


1. 재료 손질

지난번 글에서 리조또에 필요한 재료를 알아보았습니다. 그것들 중 따로 손질이 필요한 것은 양파와 주재료(예를 들면 버섯이나 호박) 정도겠네요. 하지만 오늘은 주재료를 넣지 않은 기본 리조또(risotto bianco) 조리를 가정하고 글을 쓰는 것이니, 주재료에 대해 따로 다루지 않겠습니다.

 양파는 잘게 다져주세요. 저는 가능하면 잘게 다지려고 노력하는데, 양파가 너무 굵으면 완성된 리조또를 먹을 때 식감이라든지 맛이 좀 어색하더라고요.


2. 쌀은?

외국 친구들은 리조또를 만들 때 쌀을 씻지 않습니다. 쌀 표면에 묻은 전분이 씻겨나가면 적절한 점도를 가진 리조또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평소 밥을 지을 때 최소 서너 번은 헹궈내는 데다 불리기까지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큰 차이죠. 그래서 우리도 쌀을 씻는 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는지 생각해봤습니다.


 우리가 밥을 할 때 쌀을 씻는 가장 큰 이유는 쌀 표면에 묻은 먼지나 쌀겨를 씻어내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도정 기술이 좋아져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지만, 그래도 씻어 먹는 게 좋대요. 위생상 필요한 과정이라는데 무작정 생략하기가 좀 그래서 고민이 되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쌀을 씻지 않으려면 흔히 무세미라고 불리는 씻어 나온 쌀을 사용해도 됩니다. 다만 집에서 먹는 쌀이 있는 경우 리조또만을 위해서 무세미를 따로 구입하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에 그냥 하나의 선택지로서 남겨두는 게 좋겠네요.


 쌀 씻기에 대한 의문은 잠시 미뤄두고, 불리기로 넘어가 봅시다. 우리는 밥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쌀을 30분에서 1시간 정도 불려서 사용하잖아요. 하지만 리조또를 만들 때는 쌀을 안 불리셔도 됩니다. 솔직히 불리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근거가 확실하질 않아서 단정 지을 수는 없겠습니다. 제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쌀의 식감인데요. 쌀의 중심부까지 물이 스며든 상태로 조리를 시작하면 속까지 다 익어서 식감을 알 덴떼로 못 살릴 것 같아요.


 여기까지를 정리하면, 쌀 씻기는 보류, 불리기는 금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이후 쌀을 볶는 과정과 함께 생각해보아야 하니 아래에서 더 살펴보기로 하죠!


3. 버터, 올리브 오일에 양파 볶기

냄비에 적당량의 버터나 올리브 오일 혹은 그 둘 모두를 두르고 다진 양파를 볶아줍니다. 중불과 강불 사이(중강불?) 정도에 올려서 살짝만 볶아주시면 돼요. 양파 색이 갈색으로 변하면 안 된다는데, 그러면 아무래도 양파 맛이 너무 강해지고 리조또 색깔도 짙어질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보통 버터와 올리브 오일을 함께 사용합니다


4. 쌀 굽기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색이 변하지 않도록 빠르게 볶아주는 양파와 달리, 쌀은 냄비에서 1분 정도 구워줘야 합니다. 그 말인즉슨, 표면에 살짝 갈색빛이 보여도 상관없다는 말이죠. 이렇게 쌀을 구워주는 가장 큰 이유는 쌀 자체에 고소한 맛을 더해주기 위해서인데요. 이 맛은 좋은 리조또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니 놓쳐서는 안 되겠네요.

양파 너무 못다졌네요...(침울)


 그리고 이 부분에서, 아까 마무리하지 못한 쌀 이야기의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Serious Eats라는 요리 웹사이트에 올라온 한 기사를 통해서인데요.

  위 기사는 리조또 만드는 과정 전반에서 유용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가장 독특했던 부분이 바로 이 쌀 굽기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먼저 저자는 쌀에 고소한 맛을 내주기 위해 쌀을 굽는 행위의 효용을 인정해요. 하지만 동시에 쌀을 굽게 되면 생기는 역효과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리조또의 점도가 낮아진다, 즉, 덜 끈적거린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전분이 건조한 상태에서 뜨거운 열을 받으면 성질이 변하기 때문인데요. 저자는 쌀의 고소한 맛과 전분을 동시에 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재밌게도, 저자는 우리와 친숙한 것으로 그 문제를 해결합니다. 바로 쌀뜨물이죠. 사실 리조또를 만들 때는 쌀을 씻지 않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쌀을 한번 헹군 물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어쨌든 저자는 쌀 표면에 묻은 전분을 물로 씻어낸 다음, 쌀은 굽고 헹군 물은 스톡에 더해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마치 우리가 쌀뜨물을 가지고 찌개도 끓이고 국도 끓이고 하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위에서 결론 내리지 못했던 쌀 씻기에 대한 문제도 이제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꼭 쌀을 씻어야겠다면, 두 번만 씻는 겁니다. 첫 번째 씻을 때는 혹시 있을 수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씻은 물을 버리고, 두 번째에는 쌀을 물에 살살 문질러 뿌연 쌀뜨물을 뽑아낸 뒤 활용하는 것이죠. 쌀은 그대로 굽고요. 단, 쌀을 불리면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이 과정은 조리 직전 최대한 신속하게 이루어져야겠습니다.

 

5. 백포도주 두르기

헹군 쌀에 서서히 황금색 또는 갈색이 돌기 시작하면 백포도주를 한 바퀴 휙 돌려주시면 됩니다. 저는 뭐 따로 계량하지는 않고 쌀이 잠길랑말랑할 정도로 부어주는데요. 이러면 포도주가 갖고 있는 풍미라든지 달콤함이 쌀에 베여들어또 다른 맛을 준다고 하네요.


6. 육수 한 국자씩 넣어주기

리조또의 가장 특징적인 조리법일 텐데요. 육수를 양껏 붓고 끓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한번에 한 국자씩 넣고 졸여주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도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통방식대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육수를 약간씩 넣어주면 리조또의 점도를 계속 확인해가면서 만들 수 있으니 원하는 수준으로 맞추기가 한결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7. 틈틈이 저어주기

육수를 한 국자씩 넣어준 다음부터는 단순 반복입니다. 육수를 넣고, 나무 또는 실리콘 주걱으로 리조또를 저어주세요. 이렇게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쌀을 골고루 익히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쌀알이 들러붙지 않게 하기 위함이며, 마지막은 주걱으로 쌀 표면을 마찰시켜줘서 쌀이 가진 전분을 더 끌어내기 위함입니다. 다만 마지막 이유에 대해서는 '별 차이 없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다른 것 보다도, 냄비 바닥에 리조또가 눌어붙는 경우가 많아서 좀 많이 젓는 편입니다. 짜증 나더라고요... 하지만 너무 과하게 젓거나 과격하게 저을 경우 쌀 알이 상하고 리조또가 질어지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하니 여러분은 조심해주세요.


8. 버터와 파마산 치즈로 마무리

마무리 과정이에요. 먼저 리조또가 들어있는 냄비를 불에서 빼주시고요. 버터와 파마산 치즈를 넣고, 뚜껑을 닫아 냄비 안에 남은 열로 그것들을 잠시 녹인 뒤, 주걱으로 섞어주시면 되겠습니다버터와 파마산 치즈를 넣어주면 맛도 있고,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리조또를 완성할 수 있으니까요. 양은 취향껏 넣어주시면 되겠습니다. 


9. 완성

지난 글에서 보았던, 잘 만들어진 리조또의 특징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거기에 들어맞나 하나하나 따져봅시다.


일정한 점도를 가짐과 동시에 부드러울 것

 이태리 사람들은 이렇게 일체감을 이루면서도 부드러운 리조또의 특징을 알 론다(all'onda: 파도치는)라고 한다네요.

사진1. 팬을 앞뒤로 강하게 흔들어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쌀알이 각각의 모양을 보존한 채로 고르게 익고, 알 덴떼로 조리되었을 것

 리조또가 죽도 밥도 아닌 가장 큰 이유죠. 마치 파스타의 알 덴떼처럼 쌀을 씹으면 단단한 심이 느껴져야 합니다.


조리된 쌀의 맛이 다른 재료의 맛과 잘 어우러질 것

 먹으면서 확인하면 되겠습니다!!!




휴, 드디어 끝났네요. 사실 저도 리조또는 파스타만큼 많이 만들어먹는 음식이 아니라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계속해서 배웠어요. 그 과정에서 모르던 사실도 많이 알았고, 또 그것을 글로 옮기는 게 또 엄청 힘들었습니다. 경험상 제가 쓸 때 힘들어했던 글은 읽는 분들도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 걱정이긴 하네요 ㅋㅋㅋ

 그래도 뭐든지 기본이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취미로 하는 요리지만 좀 더 잘 이해하고, 좀 더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다 보니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메타 레시피라고 할까요? ㅎㅎ... 앞으로 구체적인 리조또 레시피를 작성할 때 여기서 규정하고 설명해놓은 내용들을 참고하신다면 여러분께도 저에게도 작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져보면서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1. Serious Eats 리조또 기사 "http://www.seriouseats.com/2011/10/the-food-lab-the-science-of-risotto.html"

2. 사진1 "https://i.ytimg.com/vi/54-l3gAxTSk/maxresdefault.jpg"

3. 전분의 호정화 "http://m.blog.naver.com/chs9201/130106791938"

4. 리조또 만드는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9eQZnXDD6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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