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닭은 좋은 친구지!
라고 생각하셨죠!? 사실 마트에서 백숙용, 삼계탕용 생닭을 보면 닭도리탕용으로 손질된 닭보다 크게 싸지도 않고, 손질하는 일 또한 쉽지 않더라고요.
물론 생닭을 사서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이익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손질한 뒤 나오는 닭 뼈로 육수를 우려낼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이마저도 큐브 제품을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무조건 생닭을 사란 말이야!'라고 강조하게 되지는 않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과정을 이해하고 직접 해보는 것이 상당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직접 하고 목격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요리하는 사람만의 특권이자 재미이니까요.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완성된 리조또의 플레이팅과 맛만 보고, 그것으로도 충분하겠지만, 리조또를 직접 요리해본 사람이라면 오일에 구워지는 쌀알, 녹아내리는 버터와 치즈, 그리고 맛있는 육수를 위해 희생한 닭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갈 테니 그거야말로 총체적이고 다차원적인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죠?
생닭 손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입니다. 생닭 표면에는 식중독균이 생기기 쉬워서 생닭을 만지고 나서는 손을 깨끗이 씻어줘야 해요.
더 무서운 것은 무의식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교차오염인데요. 생닭에 닿은 손, 조리 기구 등이 다른 재료에 닿았을 때 생닭에 있었던 식중독균이 옮겨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생닭을 수돗물에 씻을 경우, 그 물이 다른 재료에 튀어도 교차오염이 일어난다고 하니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닭을 굳이 씻지 말라는 의견도 있고요.
그러니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넓고 쾌적한 작업환경이겠습니다. 닭 손질하다가 이거 저거 손댈 필요 없도록 말이죠.
그리고는 잘 드는 칼, 해체한 부위를 담아놓을 별도의 그릇, 중간중간 칼을 닦을 수건이나 키친타월... 마지막으로 오늘의 주인공, 생닭 한 마리가 필요하겠네요! 닭은 한 마리에 600g 정도 하는 작은 것을 1+1으로 구입했습니다. 덕분에 당분간은 닭요리네요...
사전 작업으로 여기저기 튀어나와있는 지방 덩어리들을 칼이나 가위로 떼어주세요. 맛도 없고 괜히 기름지기만 하니까요.
본격적으로 해체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팁을 드리자면, 닭 해체의 대부분은 관절을 공략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뼈와 뼈의 연결 부분을 제대로 찾아들어가기만 한다면 정말 쉽게 하실 수 있을 거예요. 혹시 관절을 찾지 못했다고 해도 당황하지 마세요. 가정용 칼로는 절대 뼈를 자를 수 없으니까, 살짝 칼을 뺀 다음 조금씩 옮겨가면서 관절을 찾으시면 돼요!
먼저, 다리입니다. 가슴살이 보이도록 닭을 바로 놓아주시고, 닭다리를 본인의 몸 쪽으로 향하도록 해주세요.
닭다리를 손으로 잡고 바깥쪽으로 쭉 당겨줍니다. 그러면 몸통과 다리가 연결된 부분의 껍질이 팽팽하게 긴장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그 부분의(좌측 사진에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 껍질을 칼로 베어주세요. 속살이 보이도록 껍질만 살짝 갈라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양쪽 다요.
왼쪽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닭을 잡으시고요. 엄지를 제외한 네 개의 손가락으로 닭 몸통을 들어 올리듯이 힘을 주면 몸통에 붙어있는 다리뼈가 툭 하고 튀어나옵니다.
오른쪽 사진에 튀어나온 뼈가 보이시나요? 저 정도로 과하게 하실 필요는 없고요... 살짝만 힘을 주시면 뼈가 빠지는 것이 느껴지실 겁니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다리는 몸통에서 떨어져 나온 거고, 마지막으로 붙어있는 살과 껍질만 칼로 베어주면 크게 힘을 들이지 않다고 깨끗하게 뒷다리 전체가 분리됩니다.
떼어낸 뒷다리는 우리가 보통 닭다리라고 부르는 부분과 닭 허벅지 부분이 연결된 상태입니다.
그 둘을 떼어놓는 과정은 정말 쉬운데요. 안쪽의 껍질을 살짝 들어 보시면 다리와 허벅지를 연결한 관절을 따라 끼어있는 지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왼쪽 사진 동그라미 안의 칼 끝을 주목하시면 가로로 나있는 지방 선이 보이죠? 그 옆에 있는 닭다리에 해당 부위를 또 표시해놓았습니다.
그 선을 따라 칼을 쓱 밀어 넣으시면...
정말 쉽고 깨끗하게 썰립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일단 손가락의 감각을 이용해 관절 부분을 찾아주세요.
아마 잘 모르겠다 하실 수 있는데, 그럴 때는 그냥 날개를 들어 몸통 가까이 깊숙한 곳 쪽으로 칼을 슥슥 밀어 넣어보시면 됩니다. 부드럽게 잘 들어가면 맞고, 아니면 칼을 살살 돌려가면서 포인트를 찾아가면 돼요.
날개도 깨끗하게 떨어져 나왔습니다.
닭가슴살을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뼈를 붙인 채로 잘라내는 방법과 뼈에서 발라내는 방법인데요. 전자의 경우는 가위로 싹둑싹둑 자르면 그만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좀 쉬운 편입니다.
위 사진의 붉은 원 안에 살짝 하얀 지방 선이 보이시나요? 저 선을 따라 가위로 자르시면 끝입니다. 갈비뼈 같은 것들이 중간에 걸리는데, 약한 뼈들이라 가위로 쉽게 뚫고 지나갈 수 있거든요.
쉽고, 뼈가 붙어있으면 살이 더 촉촉하고 맛 좋아진다는 말이 있어서 실용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사실 닭도리탕 같은 요리를 하는데 굳이 순살 닭가슴살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요.
다만 저는 뭔가 더 있는 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족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순살 닭가슴살을 발라보기로 했습니다.
닭의 머리(가 있었던) 쪽을 본인의 몸쪽으로 향하게 놓아주시고 손끝의 감각을 이용해서 닭 가슴살 양쪽을 나누는 뼈를 느껴주세요. 세로로 길게 난 그 뼈를 기준으로 양쪽에 하나씩, 가슴살이 있습니다.
저는 제 기준으로 오른쪽에 있는 가슴살은 먼저 떼어내고 싶었으므로, 중앙에 있는 뼈의 살짝 오른쪽을 칼로 파고 들어갔습니다. 먼저 할 일은 저렇게 세로로 완전히 베어 주시는 것이죠. 밑으로 계속 찔러 들어가는 동시에 머리 쪽, 꼬리 쪽에 연결되어 있는 살과 껍질까지 뼈에서 완전히 떼어주세요.
그러고 나서는 당신의 미밴드2를 자랑해주시면 됩....은 아니고요. 영상을 찍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반대쪽 가슴살 사진을 보시면...
세로로 깊숙이 칼을 밀어 넣은 다음부터는 갈비뼈를 계속 확인하면서 칼 끝으로 샥샥 베어내시면 됩니다. 칼이 잘 들지 않거나 칼질을 너무 많이 하면 살이 '잘려 나온다'는 느낌보다 '떨어져 나온다'는 느낌이 드실 텐데요. 애초에 막 깨끗하고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으니, 그냥 적당히 합시다.
가슴살을 해체한 뒤에는 모서리에 붙은 하얀 지방층이나 보기 싫게 붙어있는 살과 껍데기들을 잘라내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건 쉬우니까요!
이렇게 닭다리 2, 허벅지 2, 날개 2, 가슴살 2 그리고 닭 뼈 까지, 닭 해체를 완료했습니다!
원래는 가슴살에서 치킨 텐더라고 불리는 안심까지 분리할 수 있긴 하지만 그건 생략했습니다. 그건 다음에 뭐 튀김이라도 하면 해보는 걸로...
닭 해체의 찬란한 보상을 이용할 시간입니다. 육수를 우려 봅시다!
육수에 들어가는 재료는 기본적으로 [채소 육수]와 동일합니다. 해당 글을 참고해주세요.
다만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모든 채소 사용을 반으로 줄였다는 것입니다. 냄비가 작을 것 같아서요... 그 외에 닭 육수만을 위해서 따로 준비한 재료는,
큼지막한 가지 4~5개 정도를 사용했습니다. 타임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생으로 된 것을 사용하길 많이 추천하지만, 생 월계수 잎을 어디 가서 구하겠습니까... 그냥 말린 것 두 장 썼습니다.
채소 육수와는 달리 닭 육수는 대부분 기본적으로 소금, 후추 간을 해주는 것 같더라고요. 소금은 한 테이블 스푼 정도 사용하면 될 것 같고, 후추는 통후추 10~15개 정도를 칼 옆면으로 으깨서 넣어줬습니다.
찬 물 3리터에 준비한 재료를 담고, 뜨거운 불에서 확 끓인 뒤 약불로 2시간 이상 끓여줍니다. 끓이는 과정에서 뜨는 거품이나 기름을 걷어내는 분들도 계시던데 저는 그렇게는 안 했고요, 식힌 다음에 하얗게 뭉쳐서 뜨는 기름만 걷어줬습니다.
닭 육수는 냉장 보관 시 3일 정도로 보관 기간이 짧아요. 하지만 얼릴 경우 보관 기간이 길기 때문에 보통은 얼려서 많이 쓰는 편입니다. 요새 왜 실리콘 얼음 틀 많이 팔잖아요? 그런 거 있으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기 되게 편해요. 여기까지, 닭 손질과 닭 육수 만들기까지를 알아보았습니다!
리조또 요리가 시작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재료를 다듬을 때? 냄비에 올리브 오일을 두를 때? 개인적으로는, 리조또에 들어가는 쌀이 수확되고 육수에 쓰일 닭이 도축될 때부터라고 생각해요.
농장에서 식탁까지, 유명한 말이죠? 제가 생각하는 요리가 그렇습니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스레 그 과정이 궁금해지고 궁금증이 해소되면 재미있고... 제 글과 제 요리는 모두 그런 내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그렇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요리를 맛있게 즐기는 법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저는 직업 요리사가 아니니까 제가 만든 건 제가 다 먹잖아요? 그러면 '내가 무슨 요리를 뭘 가지고 어떻게 만드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죠. 집에서 키우는 허브는 제대로 수확도 못해보고 죽어버리기 일쑤고, 오늘 보여드린 닭도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도 모르는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더 좋은 재료와 요리법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요리도 계속하고 글도 계속 쓰고... 백수는 즐겁습니다! 깔깔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