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프레스로 홈카페 즐기기
원두가 어떻고 로스팅이 어떻고... 추출 방법마다 원두를 얼마나 곱게 갈아야 하는지도 신경써야하는데다 커피와 물의 비율, 추출 시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인데 또 거기에 통달하신 분들이 많은 탓에, 이런 공간에서 커피 이야기를 하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또 이렇게 커피 이야기를 들고 온 이유는... 저도, 커피를 좋아하니까요!
좋아하는 만큼 더 맛있게 즐기고 싶어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노력하고 있으니, 혹시 제가 잘못된 이야기를 하더라도 너그럽게 여기시고 피드백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괜히 찔림)
그리고 그 자신없다는 커피 이야기를 무려 세 개의 글로 기획했습니다. 지난 주, [모카 포트]에 이은 오늘의 글에서는 [프렌치 프레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하는데요. 첫번째 글과 비슷하게, 유용한 홈카페 기구인 프렌치 프레스의 사용법을 주로 다룰 생각입니다.
프렌치 프레스(French Press) 또는 카페티에르(cafetière)라고 불리는 위의 기구는, 단연코 가정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가장 저렴한 원두 커피 추출 기구입니다. 제가 처음 장만한 홈카페 기구이기도 해요.
쉽고 싸다고 해서 결코 다른 추출법에 비해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프렌치 프레스 커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풍미를 따로 찾는 분들이 많죠. 그야말로 '원두 육수'를 우려내는 과정이라 원두가 가지고 있는 맛을 진하고 묵직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프렌치 프레스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요. 바로 왼쪽에 보이는 비커(beaker)와 오른쪽에 보이는 플런저(plunger)가 달린 뚜껑입니다.
비커는 손잡이가 붙은 틀 안에 유리 비커가 들어가있는 모양새인데 간혹 설거지를 하실 때 유리 비커가 쑥 빠져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플런저에 붙은 거름망은 분리해서 세척할 수 있습니다. 사용 빈도에 따라 주기적으로 분해해서 씻어주시면 좋아요.
그리고 사진으로 남기지는 않았지만 팁 하나!
모든 과정을 시작하시기 전, 비커에 따뜻한 물을 담아주세요. 그렇게 비커를 따뜻하게 데운 물은 원두를 담기 전 살짝 헹궈버리시면 됩니다. 위생상의 이유인 것도 같고 그래야 더 커피가 잘 우려진다고 하네요.
그리고 프렌치 프레스를 구입하시면 왼쪽 사진처럼 생긴 숟가락이 따라옵니다. 원두를 퍼서 담으라고 주는 물건인데요, 손잡이 부분에 "Coffee 7g/0.25 oz per cup"이라고 적힌 것이 보이시나요? 말 그대로, 저 숟가락 기준으로 원두 한 숟가락이 7g, 한 컵 분량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저 '컵'이라는 것이 기준이 뭔지 모르겠어요. 제 생각으로는 데미타세만한 크기의 컵인것 같기도 한데... 여하튼 보통 사용하시는 머그잔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글을 끝까지 보시다 보면 무슨 뜻인지 아실거에요.
오른쪽 사진은 실제로 원두 한 숟가락의 무게를 측정해본 것입니다. 7g은 아니고 6g이 나오네요.
프렌치 프레스에 사용하실 원두는 드립 커피용보다 2배 이상 굵게 분쇄하셔야해요. 원두 굵기가 충분히 굵지 않으면 마시는 커피에 원두 가루가 지나치게 많이 섞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타벅스에서 원두를 구입하기 때문에 구입할 때 그냥 '프렌치 프레스용으로 갈아주세요'라고 말씀드려요.
프렌치 프레스에 원두 30g을 담았습니다. 7g이 한 컵이라고 하니 그 기준으로는 네 컵 약간 더 되는 양이네요.
이제는 끓인 물(물을 끓인 뒤 1분 정도 지난 후에 부으라고 하니, '끓는 물'은 아니겠죠?)을 넣을 차례군요. '물을 얼마나 넣을지'가 핵심인데, 믹스 커피 하나를 탈 때도 중요한 것이 물의 양이니, 원두 커피는 안 그렇겠습니까?
원두와 물의 비율은,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1:10으로 잡는 것 같아요. 다시 말해, 원두 1g에 물 10g이라는 말이죠. 저는 30g의 원두를 담았으니 물은 총 300g이 필요하겠네요!
그러면, 이제 물을 담아볼까요?
프렌치 프레스에는 물을 두번에 걸쳐 넣습니다.
먼저 원두 양의 두배만큼의 물을 넣고 젓가락이나 작은 나무 주걱으로 부드럽게 저어주세요! 저는 30g*2=60g 만큼의 물을 넣어야 했지만 손이 떨리는 바람에 5g이 더 들어갔네요.
이 과정에서 30초 정도 기다려주는데요, 이 과정을 영어로는 blooming이라고 하더라구요. 공부가 부족하여 이것을 왜 하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ㅠㅠ 이 과정 자체를 생략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하면 커피 맛이 좀 더 좋아진다고 하니... 적어는 놓습니다.
30초를 기다린 다음에는 나머지 물을 모두 넣어 다시 한번 부드럽게 저어준 다음, 뚜껑을 덮고(플런저는 아직 내리시면 안됩니다), 타이머를 4분에 맞춰주세요!
프렌치 프레스의 추출 시간(4분)만큼은 이견이 없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4분이라고 하네요!
4분 동안 저는 이 커피를 어디에 담아 마실지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이전에는 예쁜 데미타세가 없어서 아포가토를 만들었지만, 오늘은 커피를 그대로 담을 예쁜 컵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저를 고민에 빠지게 한 저 컵들은 제가 매우 좋아하는 것인데, 단순하달지 단아하달지 어디 튀는 구석은 없지만 왠지 정이 가는 디자인과, 손에 쥐었을 때 보들보들한 도자기의 감촉이 중독성있는 녀석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에게 '공예도 과학'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물건이기도 하죠.
세가지 모두 같은 작가님이 만든 것으로, 판매용은 아니고 저희 사무실에 선물(내지는 샘플)로 들어온 것들입니다. 처음에는 위에서 말한 디자인이나 감촉같은 이유로 마냥 좋아라했는데, 막상 가격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비싼 편이어서 놀랐습니다.
이후 해당 작가님과 미팅을 가질 때 조심스레 여쭤봤어요. '왜 그렇게 비싸냐'고요. 무례하게 들릴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일반 백자토보다 단단하고 가벼운 흙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렇다'는 작가님의 대답에서는 노여움 대신 어떤 열정 같은 것이 담겨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저 컵들이 또 달라보이더라구요.
주저리주저리 하다보니 4분은 금방 가네요. 이제 플런저를 내려주세요.
그리고 저는 하얀 컵을 선택했습니다.
30g의 원두를 사용했으니, 처음에 말씀드린 기준(1 cup = 7g)에 따르면 4컵 정도가 나와야 하지만 저 컵으로는 1.5잔에서 2잔 정도 밖에 나오질 않네요. 커피 맛은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컵의 기준이 다른 걸까, 싶기도 하지만 뭔가 실수한 것은 아닐까 하는 찜찜함은 남습니다.
작가님과의 대화를 곱씹으며 커피가 담긴 컵을 들어 올리니, 이 글의 첫머리에서 '커피는 과학'이라고 말한 것이 다시 생각나네요. 원두와 추출법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인 커피처럼 사용한 흙, 가마의 온도 등의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탄생하는 공예 역시 과학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듯 합니다. 알아도 알아도 끝이 없네요~
왜,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어떤 대상을 사랑하게 되면 그 것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지 않나요? 그렇다면 저는 커피 그리고 공예와 사랑에 빠진 것 같네요. 손에 쥔 컵과 그 속의 커피에 대해 계속해서 궁금증이 생기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오늘 그야말로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지면서 더 알고 싶은 것, 더 보고 싶은 것, 그리고 더 사랑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해보셔도 좋을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