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에 거품 좀 묻혀볼까요?
9월 한달은 취준생인 저에게 매우 힘든 달이었습니다. 폭풍같은 자소서 무더기의 끝이 보이고... 이제 슬슬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시기에 잠깐 짬이 나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20일만의 새 글이라 어색하긴한데, 그래도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가 보도록 할게요.
정신없이 일이 몰리고 항상 긴장과 불안으로 가득했던 9월은, 아마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커피를 마신 한달이 아닐까 싶어요. 지난 포스팅 어디선가 말했듯이, 평소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복용'하는 저로서는 주삿바늘같은 에스프레소나 한약 한사발같은 프렌치 프레스 커피를 입에 달고 살았죠. 독한 커피를 입에 달고 살다보니, 가끔은 좀 부드러운 커피가 생각날 때가 있더라구요. 그렇다고 물을 타자니 좀 아쉽고... 그래서 생각난 것이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더하는 카페라떼와 카푸치노였습니다.
카페라떼와 카푸치노 두 커피의 차이를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에스프레소, 스팀 밀크, 우유 거품의 비율 차이인데, 카푸치노의 경우 이 비율을 1:1:1로 잡는다고 하네요. 따라서 에스프레소에 스팀 밀크를 섞고 그 위에 얇은 거품이 깔리는 카페라떼보다 더 풍부한 거품을 즐길 수 있죠.
그러면 왜 굳이 카푸치노냐... 이건 미묘한 컨트롤이 어려운 저희 집 홈카페의 한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부분은 본격적으로 만드는 과정을 다루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 것 처럼, 카푸치노에 필요한 것은 에스프레소와 거품을 많이 낸 스팀 밀크입니다. 먼저 에스프레소는 따로 준비가 필요하지 않으니 모카 포트에 끓여놓습니다.
혹시 모카포트 사용법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https://brunch.co.kr/@jhkho2840/3
이제는 스팀 밀크를 만들 차례입니다. 사실 이 과정이 핵심인데요, 스팀 완드가 달린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는(있으시다면 무ㅓ...!) 가정집에서는 우유를 데우면서 거품을 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저번 글까지 알아본 홈카페 기구를 이용해 한번 스팀 밀크를 만들어 보도록 할게요. 간단히 말해, 수증기를 분사해서 우유의 온도를 올리는 동시에 공기를 주입하는 스팀 완드의 역할을 두개로 나누는 겁니다.
즉, 우유의 온도를 올리는 과정과 우유에 공기를 불어넣는 과정을 분리하는 것이죠. 온도는... 전자레인지에 맡깁시다. 자취생의 소중한 600W 전자레인지가 빛나고 있네요. 늠름합니다.
카푸치노에 쓰이는 스팀 밀크의 온도는 65도~70도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저야 글 작성을 위해 온도계를 들이 댄 것이지만 어차피 야매로 하는거, 제가 얼추 시간을 적어드릴게요. 상온의 우유 200ml를 600W 레인지에 1분 정도 돌리면 얼추 저 온도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우유가 냉장고에 들어있었거나, 양이 많거나, 전자레인지 출력이 높은 경우는... 시행 착오를 통해 알아보시기 바랍니다(문과는 경험을 먹고 자란다.)
이제 우유 거품을 낼 시간. 또 다른 홈카페 기구인 프렌치 프레스를 이용합니다. 데운 우유를 옮겨 담고...
*아, 여기서 잠깐!
아래의 과정은 프렌치 프레스로 우유 거품을 내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칠 경우, 프렌치 프레스로 내리는 커피의 맛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거름망에 우유 찌꺼기가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인데... 개인적으로는 그와 관계없이 커피든 우유든 잘 먹고 있습니다만, 맛에 예민한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뚜껑을 덮어준 뒤, 플런저를 위아래로 열심히 움직여 주시면 점점 우유의 부피가 늘어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우유 부피가 2배 내지 3배가 되었다면 끝! 뚜껑을 열어보죠.
고운 우유 거품이 생긴 것이 보이시죠?
제가 굳이 카페라떼가 아닌 카푸치노를 만드는 이유가 여기 있는데요. 거품을 내는 적당한 정도를 몰라서 그렇습니다. 막 정신없이 위아래 위위아래 하다보면 저렇게 거품이 확 올라와있거든요.
사실, 일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커피라는게 참 까다롭습니다. 카페라떼와 카푸치노의 구별도 구별인데, 거기다가 카푸치노 안에서도 그 거품의 성질에 따라 wet(젖은) 카푸치노와 dry(마른) 카푸치노로 나뉜다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네요.
그런건 제가 먼~훗날 혹시 바리스타나 되면 글을 쓰는 걸로 하고... 이제 우리의 카푸치노를 만들어봅시다.
카푸치노를 담을 때는 유리컵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저는 이렇게 펑퍼짐한 도자기 컵에 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더 푸근해보인달까?
오늘 사용한 컵은 지난번 [커피 한잔의 여유]에서 사용한 컵과 같은 작가님이 만든 것인데 제가 평소 그려온 '카푸치노 컵'의 이미지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고, 펑퍼짐한 디자인에 무게 중심도 잘 맞으니까요.
준비된 컵에 먼저 만들어 놓은 에스프레소를 담고 거품을 낸 우유도 넣어주세요.
우유를 넣어주실 때는 커피-우유-거품의 순서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숟가락 등으로 거품이 먼저 딸려 나오는 것을 막아주셔도 좋은데요. 바리스타분들은 이 과정에서 숟가락 쓰는 것을 안좋게 보시는 것 같기도 하더라구요. 저희는 어차피 여기 오기까지 어긴 원칙들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죠ㅎㅎ.....!
아 그리고 아트? 그런 것도 모릅니다(단호)
그냥 이렇게 봐도 예쁘지 않나요?
표면에 그림을 그릴 능력이 안되어서 아트 같은 것은 모른다고 넘겼지만, 그래도 하얀 우유 거품 가에 둘러진 황금빛 커피 고리는 아주 보기 좋습니다. 만족스러워요.
기호에 따라 코코아 파우더를 뿌려 드셔도 좋고,
다양한 브런치와 곁들여 드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침 식사로 간단하게 카푸치노 한잔을 먹거나, 달콤한 빵과 곁들여 먹는다고 하네요.
그나저나 프렌치 토스트 특별출연이네요. 다음에 프렌치 토스트도 다룰 수 있다면 다루는 걸로...
이렇게 세 편에 거친 커피 기획은 끝이 났습니다. 나름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기구(모카포트) -> 스팀 밀크를 만드는 기구(프렌치 프레스) -> 카푸치노로 이어지는 커리큘럼(?!)을 짠 것인데... 누차 말씀드렸다시피 커피는 저에게 너무나 어렵고,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분야인듯하여 글을 쓰는 내내 힘들었습니다 ㅠㅠ
게다가 오늘 포스팅은 너무 오랜만에 작성하는 글이라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던 것 같네요. 그래도 어쨌든 브런치에 다시 돌아왔다는 데 의의를 두면서... 다음 글은 언제가될지는 모르겠지만 맛있는 음식, 예쁜 공예품과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