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달콤한 그 디저트
티라미수(tiramisù)라는 이름의 의미라고 합니다. 조금 더 의역을 하면 '날 기분 좋게 해줘'정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데요, 한 입만 먹어도 입꼬리가 올리가는 그 맛과 이름이 참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티라미수는 한국에서 참 인기가 많은 디저트이기도 합니다. 큰 카페, 작은 카페 가리지 않고 찾을 수 있는 디저트 중 하나이면서 아이스크림이나 빙수처럼 여러 가지 형태를 만나볼 수도 있죠. 요즘은 티라미수를 시그니처 메뉴 격으로 내세우는 카페나 식당도 많아서 선택지가 더 늘어나더라고요.
오늘은 그 티라미수를 집에서도 만나보고자 합니다. 이번 레시피는 꼭 한번 시도해보시기를 추천해요. 결과물이 꽤 괜찮거든요. 게다가 언제나 그렇듯이, 쉬워요 참 쉽죠? 정말입니다. 아마 몇 번 만들어본 뒤 요령이 생기면, 30분 만에 어디 가서 안 꿀리는 티라미수를 뚝딱뚝딱 뽑아내실 수 있을 거라 장담하니까, 우리 모두 만들어봅시다!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1)마스카르포네(250g)
영어권 사람들에 의해서 "마스카포네"로 읽히는 발음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가운데에 있는 r발음을 빼먹지 않는다고 하네요.
아주 고운 질감과 고소한 맛이 특징인 치즈인데, 마트에서 보통 구입하실 수 있는 것이 250g에 8,000원대 제품이에요. 그거 한 통 뜯으면 두세 명이 한 번 먹을 양 정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같은 2~3인분이라도 크림을 듬뿍 올려서 좀 넉넉하게 만들고 싶으시다면 한 통 더 뜯으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2)계란 노른자 1
마스카르포네 250g 당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3)설탕 많이
크림 부분에도 들어가고, 커피 부분에도 들어갈 것입니다.
(4)바닐라 에센스
이마트에서 팝니다.
(5)우유
마스카르포네를 풀 때 살짝살짝 넣어주는데요, 생크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우유나 생크림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제 생각으로는 뻑뻑할 수 있는 마스카르포네를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크림 양을 늘려주려고 쓰는 것 같아요.
(1)커피
마스카르포네와 함께 티라미수의 핵심 재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통은 에스프레소를 사용해서 진한 커피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사실 가정에서 충분한 양의 에스프레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일반적인 레시피에서는 '진한 커피' 정도로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카누 같은 블랙 스틱 커피를 진하게 타는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프렌치 프레스를 사용하는 편입니다. 원두 30g에 물 300ml 정도 해서 내리면 티라미수 한 번 만들기에 충~분한 양이 나오거든요. 참고 삼아 프렌치 프레스 사용법 포스팅을 첨부할게요!
(2)깔루아
커피 향이 나는 술입니다. 달콤하기도 하고 해서 커피 향과 맛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필수 재료는 아니니 생략해도 상관없으실 듯하고요, 사용해봤자 한두 테이블 스푼 정도 쓸 거예요.
(3)설탕
조금만 넣어줄 것입니다.
사실상 시트 역할을 하는 이탈리아 쿠키입니다. 마트에는 없는 듯 하지만 온라인 쇼핑으로 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아요. 영어 이름인 레이디 핑거(lady finger)로 더 익숙한 분들이 많으실 듯합니다.
사보이아르디를 다른 빵이나 쿠키로 대체하실 수도 있는데요, 이탈리아에서는 파네토네 같은 빵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스펀지케이크 시트나 카스텔라를 쓰는 레시피도 볼 수 있었습니다. 비슷한 느낌으로, 편하실 대로 사용하시면 될 것 같아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티라미수 하면 또 떠오르는 것이 위에 뿌려진 코코아 파우더죠. 마무리할 때 사용해줍시다.
조리과정을 알아봅시다.
먼저 크림부터 만들어 볼게요.
계란 노른자를 먼저 살짝 풀어주세요.
그 위에 설탕 두 테이블 스푼 정도와 바닐라 에센스 적당량을 넣은 뒤 섞어주세요. 설탕이 모두 젖을 정도만 섞어주시면 돼요, 어차피 마스카르포네 넣으면 막 휘저어야 해서...
저의 경험에 비추어 말씀드리자면, 마스카르포네는 사용 전 30분 정도 실온에 놓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냉장실에서 바로 꺼내 쓰면 엄청 뻑뻑하거든요... 진짜 힘듭니다.
우유를 조금씩 넣어주면서 계속 섞어주시면 됩니다. 근데 이게 잘 안된다고 막 너무 섞어버리면 또 치즈에서 물이 빠져나오는 경우도 있어서요, 답답하더라도 너무 과하게 섞지는 맙시다.
계속 작업을 계속해주시다가, 너무 묽지도 되지도 않은, 원하는 수준으로 맞춰주시면 크림이 완성됩니다.
재료 부분에서 말씀드린 대로, 300ml 정도의 프렌치 프레스 커피를 준비했습니다. 사실 좀 남긴 했지만 그래도 부족한 것보다는 남는 게 나으니까 항상 넉넉하게 만드는 편이긴 합니다.
아직 커피가 따뜻할 때, 설탕과 깔루아를 한 테이블 스푼 씩 넣고 잘 저어주세요.
적당한 틀이나 통을 준비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깔끔하게 모양을 잡는 것이 보관하기도 좋지만, 금방 먹을 것이라면 디저트 담는 작은 볼이나 유리컵 같은 곳에 대충 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사보이아르디가 커피를 빨아들이도록 한 두 바퀴 굴려주세요. 개인적으로는 커피에 담그고 3초 정도를 헤아린 뒤 바로 빼냅니다. 액체를 상당히 잘 빨아들이는 친구이기 때문에 아차 하는 순간에 완전 축축해져 버리니까 조심하시길.
적당히 부수고 끼워 맞춰서 준비한 틀에 배치하시면 됩니다.
티라미수 하면 생각나는 층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사보이아르디 시트 위에 크림을 적당히 얹어 펴 발라주세요.
준비하신 만큼의 사보이아르디와 커피, 크림을 이용해 층을 쌓아 올리시면 되겠습니다. 어느 정도 크기로 만드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준비한 양으로는 4층(시트-크림-시트-크림) 정도 만들면 딱 맞더라고요.
드디어 마지막입니다. 코코아 파우더 적당량을 체로 쳐주세요. 원하시는 스타일대로 뿌려주시면 되겠습니다.
위에서 만든 티라미수는 따로 완성샷을 찍지 않아서, 일 년 전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코코아 파우더를 지나치게 많이 뿌린 것 같아서 보기 좀 안 좋네요. 이렇게 결과물을 보니 그래도 일 년 동안 절제하는 법은 배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완성한 티라미수는 냉장실에서 보관하시면 크림도 좀 굳어서 케이크처럼 잘라먹기 수월합니다. 어떤 레시피에는 크림 형태를 잡기 위해서 젤라틴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라요.
맛은 시중에 티라미수 좀 한다는 집만큼, 아니, 그것보다 더 맛있어요. 저의 다른 글을 읽어 오신 분들이라면, 제가 제 요리에 대해 이런 식으로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달콤한 맛, 쌉싸름한 맛, 커피 향, 바닐라향 등, 티라미수에 존재하는 다양한 맛과 향을 조화롭고 강렬하게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사실 재료(값이 좀 나가는 몇몇 재료가 부담스럽긴 하지만...)만 마련된다면 만드는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으므로 꼭 한번 만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혼자 먹기도 좋고, 선물용으로도 괜찮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티라미수와 관련해서 참고한 자료 몇 가지를 첨부할게요.
1. Antonio Carluccio 옹의 Food Tube 영상
제 티라미수 레시피가 이 영상을 참고한 것입니다. 안토니오 칼루초 옹의 편안한 목소리와 더불어서, 평생 요리를 해오신 분의 카리스마가 느껴져서 큰 감명을 받았어요. 멋 부리거나 요란하지 않은, 이탈리아 요리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각별히 아끼는 영상 중에 하나입니다.
2. 조선일보 기사
과하게 어그로를 끈 것 같은 기사입니다. 기자님께서 쓰실 때 msg를 좀 친 게 아닌가... 뭐 어떻든 이탈리아 사람이 그렇다는데 어쩌겠어요. 기본적으로 다 맞는 말인 것은 같으니, 참고 삼아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3. Gennaro Contaldo 옹의 레몬 티라미수
이탈리아 안에서도 티라미수는 무수히 많은 변주가 존재합니다. 그중 가장 재밌었던 것은 젠나로 콘탈도 옹의 레몬 티라미수였는데요. 리몬첼로를 더한 크림과 커피 대신 레몬 시럽을 사용한 레시피였습니다. 한 번 만들어볼까 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원본 영상은 사라지고 러시아어로 더빙된 것만 남아있네요... 당황...
어떤 방식으로 만드시든 재밌게, 맛있게 즐기시면 되겠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냉장고 살짝 넣어 놓으시면 모양도 잡히고 시원하게 즐기실 수 있으시니까요, 요즘같이 드러운 날씨에 깔끔한 기분 만끽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