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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부엉씨 Feb 12. 2021

비욘드미트로 햄버거 만들어 보기

고기 저 너머로 !

'비욘드미트'(Beyond Meat), 이름만 많이 들어봤었다. 이른바 '푸드테크'로 가장 유명한 기업 중 하나로 식물성 대체육, 간단히 말해서 '가짜 고기'를 만드는 기업이다.


과거에는 건강이나 종교적인 차원에서 주로 채식이 이뤄졌다면 요즘에는 육식 자체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로 지적을 받으면서 그 대안으로서 채식 관련 담론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여러 이야기 다 차치하고, 선택지가 늘어나는 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비욘드 미트는 거기서 파생되는 수요를 충족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 상장했고 주식은 나름 잘나가는 중인 듯... 그도 그럴 것이 환경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그럴듯하게 다가오니 요즘 핫한 ESG 테마인데다, 기술주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으니 그 덕도 본 것 같다. 뭐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당분간은 계속 사업 잘되지 않을까 싶네...

꽤 오래 전에 동원홈푸드에서 들여왔다는 소식은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다. 마침 마켓컬리를 뒤적거리다가 있길래 한번 구입해봤다. 요즘엔 마트에도 물건이 들어간다고 하니 궁금한 사람은 오프라인에서도 사기 어렵지 않을 듯. 가격은 227g, 패티 두 장짜리에 12,900원이다.


원재료명을 보면 재밌다. 식물성 기름에 과일이나 콩 등에서 뽑은 것 같은 재료들도 보인다. 제일 재밌었던 건 '비트과즙추출물'. 이게 육즙 역할을 한다나?


사진에서도 보이는데, 무슨 글씨를 작은 테이프로 가려놓은 부분들이 몇 있다. 무슨 꿀리는 게 있어서 그렇다기보다는 한국이랑 미국 사이에 식품 표기법이나 규제가 다른 부분이 있어서 가린 거라고 다른 블로그 등에서 봤다. 사실 나는 성분이나 이런 거엔 크게 관심이 없어서...

나름 버거 패티니까 햄버거 만들어 먹으려고 번도 샀다.

포장을 까면 이런 모습이 나온다. 일단 비주얼로는 언뜻 고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색깔은 무슨 선지를 갈아서 뭉쳐놓은 느낌이다.


비주얼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비욘드미트의 대체육을 맛보는 데는 어느 정도 열린 마음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보통의 육고기에 기준을 두면 여러가지 모자란 부분이 (아직은?) 많다. 차라리 그냥 '다른 종류의 고기'로 생각하면 맛있게 먹을만 하다. (소/돼지/닭)고기에 비해 맛있는데? 맛없는데? 이렇게 따지고 들어가면 안 먹느니만 못하다는 느낌.

오랜만에 롯지 그릴팬도 꺼냈다. 조리법은 포장지에 쓰여있는 대로 냉장실에서 12시간 정도 해동했고, 앞뒤로 4분 정도씩 구웠다.


굽는 과정에서 육즙(느낌의 무슨 즙)이나 기름이 충분히 흘러나오기 때문에 따로 기름을 많이 두르거나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구워지는 모습을 보면 얼추 진짜 고기 같은 느낌이 난다.

고기 굽는 동안 팬을 하나 더 꺼내서 번을 버터(...락토오보 콘셉트인 걸로)에 구웠다. 귀여운 치즈 한 장 올려주고

양상추도 보기 좋게 끼웠다. 이렇게 보니까 엄청 그럴듯한 느낌?


이렇게 여러가지 추가하고 햄버거로 만들어서 맛을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가 아니라 그 이상이었다. 씹는 맛도 있고 육즙도 있고 숯불구이 향도 풍부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시중에 파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불고기버거 패티보다는 맛있다는 느낌이다(물론 가격 차이를 생각해보면 크흠...)


다만 패티 자체만 놓고 먹으면 크게 좋진 못하다. 그냥 진짜 냉동 너비아니나 피카츄 돈까스 느낌. 패티 자체는 햄버거 패티로 쓰기에는 적당한 맛이다. 홍보용 레시피로 함바그 스테이크 같은 게 있던데 물론 먹을 만은 하겠지만 추천할만한 레시피는 아닌듯.


정리하자면, 놀랍기도 하고 재밌기도 한 경험이었다. '대체육'이라는 말이 참 묘한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각에서는 이런 대체육이 궁극적으로는 기존 육고기를 (말 그대로) '대체'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꼭 육고기의 대체재로서가 아닌, 새로운 고기의 한 형태로서 포지셔닝하는게 더 좋지 않나 싶다.


마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 제목처럼 먹으면서도 계속 실제 육고기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다 보니 비교하면서 깎아내리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로 이 정도의 고기 맛과 식감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게 뭐 과도기적인 상황이라 그럴수도 있고... 기술이 더 좋아지면 진짜 육고기를 안 먹는 날도 올 수 있겠지.


어쨌든 현재 육식에는 여러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고 어떤 이유에서든지 채식을 선택한 사람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비욘드미트와 같은 기업들의 노력이 하나의 대안으로서 자리를 잘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햄버거 패티 말고 소시지 같은 것도 있던데 다음에 한 번 사 먹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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