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년 전 YES24 파워 블로거 시절 하루 방문객이 4만 명을 찍었던 날이 있었어요. 제 글이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올랐기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 글에 딸 사진을 사용했는데 전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몰려온 줄 알았어요. 혹시 딸에게 해가 될 것 같아 얼른 사진을 내렸답니다.
그제 제 글이 다음 메인 브런치란에 소개가 되어 방문객이 평소보다 50배 정도는 늘었어요. 브런치는 밴드에 올린 글을 붙여놓기만 하기에 관리를 하지않는답니다. 브런치도 밴드처럼 “좋아요”를 눌러 글에 공감을 표하는데 제 방에 오는 작가들만 방문을 하기에 교제는 제한적입니다.
브런치는 나름 글 좀 쓴다는 작가 지망생들이 모여 뽐내기를 하는 곳이기에 은근 경쟁이 심한 곳입니다. 여기에 글을 올리는 작가들의 가장 큰 바람은 자신의 글이 발탁되어 책으로 출간되는 꿈을 가지고 있기에 약 5만 명 정도가 글을 쓰고 있다는군요.심지어 4수 5수를 하면서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는 글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작가들 대부분이 젊은 사람이기에 저처럼 나이 든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 작가분이 젝스키스를 좋아했던 시절의 글을 올렸습니다. 제 딸도 젝키를 좋아했으니까 나이가 많아야 30대 후반 정도가 되지 않을까...사진을 보니까 BMW를 운전하고 있는 모습이기에 나름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사는 분 같아요. 글의 마지막에 성덕(성공한 덕후’를 줄여 이르는 말로, 자신이 좋아하고 몰두해 있는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을 뜻한다)이 되어 젝스키스의 은지원을 보고 싶다는군요. 웃음이 나왔습니다. 제가 답글을 달았어요. “전 송창식, 윤형주를 좋아한답니다” ㅋㅋ “누구지?” 할 것 같군요
이렇게 나이 차이가 크게 나기에 노인네가 쉽게 나설 수 있는 공간은 아닙니다.
“그럼 세일 씨는 브런치 왜 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전 은근 열등감과 자기 비하가 강한 사람입니다. MBTI 믿지 않지만 참고할만해요.
전 INTJ의 성격으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대장질을 자주 합니다.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곳을 싫어합니다. 개인주의자이자 이기적입니다. 계획 짜는 것을 좋아하며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을 좋아합니다. 남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싸가지가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몇 가지 물건에 집착하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 얼굴이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놀랍게도 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요
제 성격상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나타내지 못하기에 글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랍니다. 물론 글이 제 인생에 뚜렷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지만 감사한 것은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꾸준히 책을 가까이하며 살았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를 말씀드리고 싶군요.
제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리울 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브런치는 밴드보다 일목요연하게 글을 편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죽은 연애 세포를 살아나게 하는 영화’란 제목으로 매거진을 발행했습니다. 그러면 로맨스에 대한 영화는 이 매거진에 들어가 있기에 공통 주제의 글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브런치로 발간이 되면 거의 책과 같은 형태이기에 한 권의 책을 읽는 기분을 가질 수 있어요. 초라해 보이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질적으로 더 멋진 삶을 꿈꾸기에 부족한 글이지만 적습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
을 생각하며 메모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하루의 의미를 기록해 나갑니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보잘것없이 반복되는 일상이라 할지라도 어제와 오늘이 똑같지 않습니다. 사물이나, 일상, 사람을 보는 자신의 감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아내지만 어제는 미울 수 있고 오늘은 예뻐 보일 수 있습니다. 매일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의 감정을 글로 담아놓고 싶습니다. 요즘 제가 쓰고 싶은 글감들이 많아졌습니다. 제 마음을 흔드는 친구도 있고, 재미있는 만남을 갖고 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또 아내와 맥주 한 잔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는 리뷰를 가장 잘 쓴다고 생각하지만 제 브런치에서 인기 있는 글은 일상적인 이야기입니다.
1위가 비 내리는 날, 누리는 마음의 사치 (창덕궁 산책) 2위가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 (영화 호우 시절 리뷰) 3위가 마음이 가는 친구와 미술관 산책( 리윰 미술관 관람)
살펴보니까 제 글은 비를 소재로 했을 때 괜찮은 인상을 주는 것 같군요. 하하
블로그를 한창 하던 시절에는 조회 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루에 몇 명이 왔는지 누가 '좋아요'를 눌렀는지 등 겉으로 나타난 성과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제 글을 좋아하는 친구가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 벗을 향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마음이 오가는 것은 약간의 설렘이 필요합니다. J란 친구에 대해 언급했기에 기억하는 친구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친구가 “칼 융을 읽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당시 칼 융에 대해 아는 것은 유대인이고 프로이트의 제자라는 것뿐이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이렇게 상대로부터 자극을 받는 만남을 갖고 싶어요. 우리 모두 거의 비슷한 나이의 인생을 살아왔기에 상대의 삶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저도 이제는 지적인 배움보다 좋아하는 사람을 통해 배우는 만남을 소중히 여깁니다. 가까워지려고 만나는 친구에게 저에 대한 소개를 할 때 “착하게 살았어"
이 한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기에 극적인 스토리를 가진 친구의 이야기를 좋아한답니다.
밴드 모임은 친해 보이지만 그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모든 것이 떠나고 남아있는 것이 없어요. 아쉬운 것도 없고요. 만남이 아니라는 반증이지요. 돌이켜 보면 소중한 사람이었지만 제 수첩에서 지워진 이름이 꽤 되는 것 같군요.
왜일까요?
함께 보낸 시간이 끊어졌기 때문이죠 많은 세월을 살았기에 가슴속에 희로애락의 이야기가 있겠죠. 만남은 서로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기에 과정이 필요해요. 이 단계가 없었기에 떠나면 남이 되죠... ㅠㅠ
오늘 글은 옆으로 잘 새는군요. 뭔가 본심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자기 자랑이 되버리기에 ... ㅠㅠ
여하튼 결론은 간단합니다.
첫째 열등감 많고, 자기 비하가 강한 사람인데 그나마 글이 자신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세워주기에 “어떻게 하루를 기록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살고 싶다.
둘째 우리 함께 기록하고 마음을 나누며 살자. 읽었기에 스크랩해 놓은 구절인데 책 제목을 모르겠어요. ㅠ
‘즐거움을, 기쁨을,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삶을 기억하는 가장 행복한 방법이기도 해’
왔다리 갔다리 했지만, 이 문장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