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심벌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낸 장본인 마릴린 먼로에 대해 대중들은 거의 알지 못한다. 이유는 1926년에 태어나 1962년 36살의 젊은 나이에 자살했기에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직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특히 1955년 빌리 와일더가 연출한 ‘7년 만의 외출’에서 하얀 원피스가 지하철 환풍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날리며 드러나는 허벅지 장면은 먼로의 아이콘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또한 섹스 심벌답게 그녀의 남성편력은 화려한데 특히 질적인 면에서는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압도한다고 한다. 56경기 연속안타라는 불멸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조 디마지오는 메이저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였는데 그는 그녀의 두 번째 결혼 상대였다. 섹스 심벌과 육체적 매력의 소유자였던 두 사람의 결혼은 그래서 화제가 됐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 결혼은 불과 9개월 만에 파경으로 끝나고 만다. 육체적 탐닉에 질렸을까?
그녀의 3번째 결혼 상대는 그 당시 미국을 대표하던 극작가 아서 밀러였다. 대중들은 마릴린의 매력을 백치미에서 찾는다. 무식하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다. 때문에 그녀는 정신적인 성숙을 위해 UCLA에서 문학 강좌를 듣고 톨스토이와 밀턴, 휘트먼을 비롯한 유명한 작가들의 책을 수집했고 베토벤을 들었다고 한다. 아서 밀러와의 결혼은 어쩜 그녀의 콤플렉스를 치유하는 방법이 될 수 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혼도 오래가지 못했다.
그 후 그녀는 미남에다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존 F 케네디와 사랑을 나누었다. 육체와 정신,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최고의 남자들과 사랑을 했던 마릴린의 남성 편력을 따를 여배우는 양적이나 질적인 면에서 없을 것 같다. 그녀는 섹스 심벌이니까…….
그러나 마릴린의 삶은 대중이 알고 있는 것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영화 ‘노마진 앤 마릴린’은 그녀의 짧은 삶을 다큐멘터리 식으로 보여준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극적인 긴장감보다는 그녀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 분열된 자아가 겪는 고통을 ‘노마진’과 ‘마릴린’으로 나눠 표현한다. 노마진은 자연인이었던 그녀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마릴린은 스타로 기억되는 화려한 그녀의 삶을 보여준다.
본명이 ‘노마진 모르텐슨’인 그녀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생아로 태어났고 편집 기자였던 어머니는 마릴린이 일곱 살 되었을 때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다. 이때부터 그녀는 친척집과 고아원을 전전하다 열여섯의 어린 나이로 생활을 꾸리기 위해 항공기 정비사인 짐 도허티와 결혼하지만 사랑이 없던 그녀는 모델 활동을 하며 눈부신 스타의 삶을 꿈꾸게 된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지만 그녀에게는 섹시하고 매력적인 육체가 있었다. 연기보다는 자신의 육체를 통해 남성들을 정복하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부와 명예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만들어 가는 그녀는 “배우가 되려면 잘 나가는 놈하고 배를 맞춰야 해” 라며 자신의 육체를 욕망의 도구로 활용한다. 그러나 욕망과 가까워질수록 그녀는 외로웠고 정신은 분열되기 시작한다.
팀 파이웰 감독은 그녀의 삶을 ‘노마진 앤 마릴린'으로 나누어 관객들에게 그녀의 분열된 자아를 표현하는데 마릴린이 배우로 성공하기 전인 자연인으로서의 모습을 애슐리 쥬드가 멋지게 소화했고, 미라 소르비노는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스타로서의 메릴린 먼로의 역할을 연기했는데 톱스타였던 두 배우의 연기대결이 이 영화의 극적인 완성을 만들어 낸다.
놀라운 사실 하나는 완전한 자연 미인으로 알고 있었던 마릴린이 코를 성형했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그녀의 풍만한 육체를 원했고 마릴린은 남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육체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만들어 갔던 그녀는 만인의 연인이라 불릴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로부터 버림받고 결국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원인이 된다. 영화는 그녀가 약물에 의존하며 자아가 분열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삶이란 무엇인가?” 란 무거운 주제에 대해 관객들에게 질문한다.
1962년 8월 자택에서 약물과용으로 갑자기 사망한 그녀의 죽음은 자살로 결론 났지만 누군가 살해하였을 것이란 의문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릴 땐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봐주었으면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오직 한 사람이 나를 봐주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어요”
마릴린 먼로가 생전에 한 말이다. 오직 한 사람의 진실한 사랑을 받고 싶었던 그녀의 마음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 아닐까?
이정하 시인의 시가 갑자기 생각하는 이유도 사랑은 언제나 갈망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대여 손을 흔들지 마라.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떠나는 사람은 아무 때나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 남아 있는 삶은 무언가.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가.
기약도 없이 떠나려면 손을 흔들지 마라.‘
배경 음악은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 강에서 마릴린 먼로의 노래입니다. 노래도 잘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