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과 맥주처럼, 커피와 생크림 케이크처럼, 영화와 영화음악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요즘처럼 마음이 떠다니는 날은 약간 처연한 로맨스 영화에 빠져드는 것도 좋다. 오늘도 어린아이처럼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다시 보기 하며 몇 번씩이나 눈시울을 붉히며 울컥했다.
"이 나이에 영화를 보며 훌쩍이다니..."
로맨스 영화가 주는 감동은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충동과 함께 아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
찾아올 것이란 상상만으로도 삶은 활기를 찾을 수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편하게 듣는 OST는 영화의 감동을 기억나게 하고, OTT를 통해 명장면을 반복해 볼 수 있기에 영화를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저자가 해설해 주는 책을 읽으면 영화나 OST는 한여름 밤에 반짝이는 별처럼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영화 음악 이야기 겨울’ 도 이런 범주에 속한 책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연작으로 출간된 이 책은 한 권으로 묶어도 좋을 것 같은데 계절에 어울리는 영화로 세분화시키다 보니까 분절된 형태의 책이 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이북으로 만 출간되었고 저자 박신영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에 알려진 책은 아니다. 그러나 서정적인 문체나 스토리를 소개하며 간간이드러나는 저자의 감수성과 영화에 대한 이해는 독자를 편하게 인도해 주는 장점이 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난 관심은 작가의 책을 다 섭렵하고 싶기에 구입하는 편인데 박신영은 이 책 외에는 출간된 것이 없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저자가 영화를 분석하고 바라보는 시점과 서정적인 문체는 배우고 싶기에 관심이 가는 작가다. 한창 영화를 좋아할 때 길잡이가 되어준 하재봉 작가나 기독교적 시점으로 영화를 분석하는 하정완 목사 등을 통해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방법을 배웠는데 또 한 사람의 작가를 마음에 담아둔다.
‘겨울’은 저자의 말처럼 1년 중 밤이 가장 길기에 홀로 영화를 볼 수 도 있고 늦은 시간까지 헤드폰을 끼고 영화음악을 들을 수 도 있다. 거기에 한밤중에 눈이라도 내린다면 마음은 한층 더 옛 추억을 향해 달려가겠기에 낙엽의 계절 위에 쌓이는 흰 눈을 상상하며 음악 속에 빠져들 수도 있다. 그렇다. 이 책 속에는 겨울에 잘 어울리는 영화 15편과 함께 영화 속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던 OST가 소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설경의 아름다움과 함께 이른 아침 먼 산을 향해 “잘 있냐?” 며 애절한 목소리로 안부를 전하는 이츠키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는 겨울이면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일 순위로 기억된다. 다시 보기를 통해서는 ‘A Winter Story’ ‘Forgive Me’ ‘Small Happiness’ 등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 때문에 그 아픈 사랑에 감정이입이 된다.
2번째는 ‘로맨틱 홀리데이’ 일상의 탈출방법으로 제일 쉬운 휴가는 누구에게나 낭만적인 여행을 꿈꾸게 한다. 영화 속의 아만다와 아이리스는 2주간의 휴가를 얻어 각자의 공간을 떠나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정반대의 곳으로 낭만적인 여행을 떠난다. 아만다는 아이리스가 살고 있는 영국 시골마을의 예쁜 오두막집으로, 아이리스는 꿈에 그리던 아만다의 화려한 저택 로스앤젤레스로 집을 바꿔 휴가를 즐기는 것이다. 이 영화 보면서 오두막집에서 살고 싶었다. 하얀 눈과 페치카, 그리고 사랑. 로맨스 영화의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기에 낭만을 꿈꾸게 하는 영화. 여기에 한스 짐머의 음악은 휴가의 즐거움을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서비스해주고 있다.
세 번째는 ‘당신이 잠든 사이’ 로맨틱 영화의 단골인 맥 라이언이 여주인줄 알았는데 산드라 블록이다. 이 착각은 어디에서 연유된 것일까? 산드라 블록이 로맨스 영화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란 나의 생각 때문이겠지.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이터널 선샤인’이 있다. 과장된 표정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짐 캐리의 영화는 본 것이 거의 없는데 그가 로맨스 영화에 어울린다는 것이 가당치나 할까? 란 의구심까지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알던 짐캐리가 아니다. 그래도 가끔 그 표정은 아니다.ㅎㅎ 그렇지만 케이트 윈슬릿이 있지 않은가?
네 번째는 로맨스 영화의 고전이 되었고 크리스마스 때 꼭 보고 싶은 영화인 ‘러브 액추얼리
"9가지의 사랑 중에 자신이 꿈꾸는 사랑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라는 생각 때문에 나눔이 풍성한 이 영화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화면 가득 채워 보여준다. 더군다나 이 영화 속에는 다양한 사랑에 맞춘 음악들이 너무 좋다. 엉덩이를 들먹거리게 하는 포인터 시스터즈의 경쾌한 Jump,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 오티스 레딩의 ‘White christmas’ 노라 존스의 ‘Turn me on’ 그리고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등 주옥같은 곡들이 저들의 사랑에 코러스를 넣어준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세렌디피티, 패밀리 맨,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러브 어페어’ 등 빠트릴 수 없는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꼭 겨울에 보지 않는다 할지라도 마음이 일탈을 꿈꾼다면, 갑자기 사랑에 목마르다면 영화는 잠자고 있는 감성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