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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Jun 05. 2023

이 영화 비처럼 마음을 적신다.

영화 '구름 속의 산책' 리뷰

2차 대전이 끝나자 살아남은 군인들은 군함을 타고 항구에 도착한다.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연인들은 우산으로 비를 피하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배에서 내린 군인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려가 키스와 포옹을 한다. 수많은 인파 중에서 폴(키아누 리부스)도 사랑하는 아내를 찾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금요일에 만나 토요일에 결혼하고, 월요일에 전장으로 떠났기에 결혼 생활은 불과 3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3년이란 긴 시간 동안 그는 아내에게 매일매일 그리움의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그녀는 한 번도 남편의 편지를 읽지 않았기에 남편이 돌아오는 날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구름 속의 산책’은 첫 장면부터 애정이 식어버린 폴의 부부생활을 보여준다. 이것도 모자라 아내는 돈이 필요하다며 이제 막 전장에서 돌아온 폴에게 초콜릿 장사를 시킨다. 착한 남편........ㅎㅎ.

이때 기차 안에서 빅토리아(아이타나 산체스-기욘)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유학 도중 교수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버림받고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멕시코계 미국인 부호로 큰 포도 농장의 주인인 빅토리아의 아버지는 보수적이고 엄격하고 다혈질이기에 그녀는 아버지를 실망시키는 것이 두려워 갈등하고 있음을 폴에게 털어놓는다. 착한 남자 폴은 그녀를 위해 가짜 남편이 되어 주기로 한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승낙 없이 결혼했고 임신한 딸을 보며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며 냉정하게 두 사람을 대한다. 하루가 지나면 떠나기로 했던 폴은 빅토리아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진짜 남편처럼 그녀의 곁에 머물며 포도 농사일을 돕는다.



 이렇게 스토리는 끝까지 보지 않아도 결말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영상에 있다.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 있는 마야카바스 와이너리가 배경인데 이곳에서 주조된 ‘마야카마스 카베르네 소비뇽’은 죽기 전에 마셔봐야 할 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잘 그려진 풍경화처럼 아름다운 포도 농장에 갑작스러운 서리가 내리자 한밤중에 집안의 모든 사람들은  천사의 날개와 같은 모습의 도구를 통해 따뜻한 바람을 일으켜 포도나무에 전달한다. 폴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빅토리아의 모습은 마치 천사의 날갯짓처럼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아버지는 폴에 대한 불만 때문에

“도와주려면 제대로 하라”

며 쏘아붙인다. 그러나 그것이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가슴을 찡하게 한다. 어머니의 사랑이 달콤함에 있다면 아버지의 사랑은 쌉싸름하기에 쉽게 맛을 느끼지 못하지만 길들여지면 그것처럼 좋은 것도 없다. 빅토리아에 대한 보이지 않는 사랑과 폴에 대한 신뢰가 늘어날수록 아버지의 큰 사랑이 우리 시대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거기에 할아버지의 사랑이 더하기에 대가족 제도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다.



포도에 열을 전하기 위해 바람을 일으키는 모습이 마치 나비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기에 나비춤이라 명해도 괜찮을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조화를 이루어 내는 서정적인 장면이다.

그래, 사랑은 한 사람이 이끌어 주고 한 사람이 따를 때 깊이를 더한다.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잊히지 않는 명장면은 단연 도자기를 빚을 때 두 사람의 몸이 밀착되며 전해지는 사랑의 모습이다. 이때 흘러나오는 'Unchained Melody'는 두 사람의 감정을 멋지게 표현한다.
이에 못지않게 폴과 빅토리아가 함께 추는 나비춤도 진한 감동이 있는데 빅토리아는 밝게 웃지만 아직 어색한 폴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그녀 빅토리아의 행복을 보는 것은 이 영화를 통해 남자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 아닐까?

수확한 포도를 으깨기 위해 커다란 나무통속에서 결혼한 여자들은 치마를 들썩이며 멕시코 전통음악인 마리아치에 맞춰 춤을 춘다. 통 밖의 남자들은 박수를 치며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마야카바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렇게 이 영화 속에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거기에 가족사랑은 진한 감동과 함께 교훈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식구라는 단어를 잃어버렸다. 말 그대로 한집에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호칭하지만 함께 모여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날은 생일날이나 될까? 그것도 외식으로…….ㅠㅠ.

대가족의 아름다움은 역시 온 가족이 함께 함께 밥을 먹음으로 시작된다. 할머니가 두 손을 모으고 가족을 대표해 식사기도 하는 장면은 우리가 잃어버린 모습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마음으로 와 닫는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는 말처럼 촉촉이 가슴을 적시는 영화가 있는데 이때는 자신이 가장 순수해지는 시간이다. 그래서 악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를 좋아한다. 착하고 예쁜 마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느낌으로 다가오는 영화는 자신을 영화 속의 한 사람과 동일시하게 한다. 폴과 같은 주인공에 몰입할 수도 있지만, 아버지 엘버토의 모습을 본다. 겉으로는 엄격하고 단호하지만 마음은 한없이 여리기에 사랑하는 딸을 속으로 지켜주고 돌봐주는 아버지 모습에 공감한다.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얻게 된 행복과 그 행복을 지켜주는 가족들의 따뜻함은 인생의 추운 계절을 이기게 하는 힘이 된다.

저녁상을 물리고 와인 한 잔을 마시고 가족끼리 보면 딱 좋은 영화다.

영화 구름 속의 산책 OST 중에서


'Love is Unbreakable'입니다

https://youtu.be/5StGJDC0sQ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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