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만 귀여운 것이 아니다. 노인들도 귀여울 수 있다. 나이 들어서도 매력적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귀여움’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가 가진 명성, 재산, 학식, 사회공헌도에 상관없이 계속 만나고 싶은 사람 역시 귀여움이 느껴지는 분들이다. 100세가 된 철학자 김형석 교수도 아이처럼 순박한 미소가 참 귀여웠다. 80세에 돌아가신 박완서 작가를 70대 중반쯤 인터뷰했을 때 문학 이야기가 아니라 ‘조인성의 팬’ 임을 밝히며 짓던 소녀 같은 표정을 지금도 기억한다. 곧 아흔을 바라보는 한승헌 변호사는 근엄한 표정과 달리 세포 마디마디가 귀여움으로 채워진 것 같다. 그분은 항상 진지한 척하며 농담을 던진다. 세계 10여 개국에 시집이 번역 출간된 세계적 시인이자 시인협회 회장을 지낸 문정희 시인이 “이거 터키의 시장에서 산 건데 근사하지?”라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반지를 자랑할 때면 머리에 귀여움이란 모자가 씌워진 것 같다.'
기쁨 채집 : 놀이공원에 막 도착한 아이처럼,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처럼 | 유인경
중학교 시절이다. 버스를 타면 언제나 배 나온 아저씨가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난 이다음에 저러지 말아야지"
그 아저씨는 졸지에 배 나왔다는 이유 하나로 인생을 엉터리로 살아온 사람이 되었다. 근데 자신이 배 나온 사람이 되다 보니 그 아저씨에게 정말 미안하다.
세월이 흘러 난 나라에서 인정하는 노인이 되었기에 경로석에 당당하게 앉는다. 태블릿을 꺼내 이북으로 책을 읽는 내 모습은 꽤 괜찮아 보인다.
왜? 대부분의 사람이 고개를 떨구고 핸드폰과 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문구류에 대한 욕심이 크다.
60만 원이 넘는 아르떼미데 스탠드(갖고 싶다), 몽블랑 만년필 등은 견물생심뿐 그러나 포스트잇, 샤프, 볼펜, 5색 uni STYLE FIT 펜, 몰스킨 노트 등은 마음먹으면 구매할 수 있기에 기분 좋은 날이 된다. 거기에 요즘 내가 좋아하는 스테들러 상표 제품들은 만 원의 행복을 누리게 한다.
이 행위는 책과 멀어진 사람에게는 불필요하고 가치 없는 행동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유인경 작가의 말에 의하면 귀여움이다.
'늙어가는 것보다 무서운 것이 낡아지는 것이다.'
배 나온 것, 경로석에 앉는 것은 늙어가는 것이지만 책과 멀어지고, 문구류를 구입하는 것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낡아가는 것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