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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Jun 07. 2023

성적 소수자의 사랑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 리뷰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트랜스젠더에 대해 알지 못했다. 아니 알 필요가 없었다. 
그것은 기독교인이 혐오하고 수용할 수 없는 가치관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는 아직도 전통적인 가치관을 토대로 사는 삶에 익숙하기에 자신과 다른 가치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이다. 

‘하나님이 짝 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눌 수 없다’는 기독교의 결혼관이 대표적인 경우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만난 두 사람이 자녀를 낳고 죽을 때까지 희로애락 하며 평생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사는 부부야 말로 모든 인간이 꿈꾸는 결혼관이다. 그러나 인류의 타락으로 인해 일부다처제가 생기고 이혼, 불륜, 동성애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간통제도를 폐지했기에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극적인 불륜의 모습을 찾을 수 없지만 이것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지 누구도 모르는 현실이다.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실화로 1993년 12월 30일 미국의 작은 도시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건을 영화화했다고 한다. 남자로 살고 싶었던 여자 티나 브랜든(힐러리 앤 스왱크)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며 놀란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 배우 힐러리 앤 스왱크가 브랜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는 것이다. 
짧게 자른 머리는 그녀의 보이쉬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각본과 연출을 맡은 킴벌리 피어스는 2년 반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힐러리 앤 스왱크를 주연으로 발굴했다고 한다. 감독이 배우를 조련한다는 말은 맞다. 이 영화로 인해 그녀는 72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두 번째는 이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든과 라나의 사랑이다.

“난 네가 남자란 걸 알아. 겁낼 거 없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우리도 아름답게 살아야지”브랜든이 여자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녀를 향한 많은 압박이 동시에 밀려올 때 라나는 자신의 사랑을 이 한마디로 지켜낸다.



이 영화를 보고 다가오는 생각 하나는 사랑은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느냐 보다 사랑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학이나 영화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함께 한 사랑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논쟁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시청자들도 막장 드라마를 보며 욕을 하지만 은근히 그 내용을 즐기고 있다. 너무도 아름다운 불륜을 다룬 영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나 소설 ‘안나카레리나’ 등이 대표라 할 수 있다. 그 시대의 도덕이나 법으로 판단한다면 교도소행이 틀림없겠지만 진정한 사랑은 시대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넘어 영원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 감동하는 이유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 이 영화 속에 표현된 사랑도 그렇다. 여성 감독인 킴벌리 피어스는 브랜든의 성적 정체성보다 두 사람의 사랑을 밀도 있는 진정한 사랑으로 표현하다. 비록 그 시대가 용납하기 어려운 사랑이었지만 그들은 시대의 가치를 넘어선 진정한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이 관객들에게 전달되기에 영화는 감동이 있다. 나아가 감독은 그 시대가 가지고 있던 야만성을 해부한다. 정상인이었지만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던 존과 톰은 브랜든이 여자라는 것을 알고 분노한다. 더군다나 존이 사랑하는 라나를 브랜든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자 그는 톰과 합세하여 브랜든을 강간한다.

“네가 여자이기 때문에 강간당하는 거야. 그런데 어떻게 네가 라나를 사랑한다는 거야” 
오직 동물적인 본능만으로 자신의 성적 욕심을 채우는 짐승적인 남자들과 브랜든과 라나의 아픈 사랑을 비교해서 고발한다.



에이즈로 목숨을 잃은 록 허드슨이나 프레디 머큐리 등으로 인해 심어진 편견이 하나 있다. 성적인 문란함 때문에 얻어진 병이라는 것이다.

에이즈 환자. 동성애자, 트렌스젠더 등은 과연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들일까? 

이 영화를 보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최소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브랜든과 라나는 그렇지 않았다. 두 사람은 첫사랑이었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브랜든은 21살의 어린 나이에 살해를 당하고 라나는 자신이 살고 있던 지역을 떠나게 된다. 기독교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쉽게 수긍할 수 없지만 이들의 사랑을 돌 던지며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충분히 응원하지는 못하겠지만 심정적인 이해는 있다. 진정한 사랑은 그 시대의 가치관을 이겨내고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사랑은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믿는다. 제삼자가 판단할 수 없는 비밀, 난 그것을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랑은 누군가에게 힘이 될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그 사랑을 인정하며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리라. 

https://youtu.be/NitHn2kXL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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