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시인 페소아였던가요?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감각할 뿐“
가을은 감각이란 단어에 잘 어울리는 계절인 것 같군요. 점심을 먹고 서순라길을 걸었습니다. 이 길은 최근에 복원된 길로 창덕궁과 종묘를 이어주고 있는데 종묘 담길 따라 걸으면 예쁘고 화려한 단풍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사람과 걷고 싶다
오광수
내 눈빛만 보고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내 걸음걸이만 보고도
내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
그리고 말도 되지 않는
나의 투정이라도 미소로 받아주는
그런 사람과 걷고 싶다.
걸음을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사람 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얼굴을 한 번씩 쳐다볼 때마다
하얀 이 드러내며 웃는 모습까지
포근한 삶의 모습을 느끼는 속에서
가끔씩 닿는 어깨로 인해
약간의 긴장까지 더해주는
그런 사람과 걷고 싶다.
이제는 세월의 깊이만큼
눈가에는 잔주름이 하나둘 드러나며
앞가슴의 속살까지 햇볕에 그을렸어도
흘러간 먼 먼 시절에
풍뎅이 죽음에도 같이 울면서
하얀 얼굴의 소녀로 남아있는
그런 사람과 걷고 싶다.
하얗게 눈 내린 오솔길..
그대와 함께 발자욱 남기며..
따스한 손을 맞잡고...
몇 년 전 가을!
노란색 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온통 노랑으로 물든
성공회 대성당에서 걷기를 시작해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정동교회를 지나면서
참 아름다운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편안 사람!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받아주고
나의 박식함(?)에 존경을 표해주던 사람과 걷는 것은
지극히 행복한 일입니다.
시인의 표현대로
‘가끔씩 닿는 어깨로 인해 약간의 긴장까지 더해주는’
설렘으로 인해 마음이 살짝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가을이 절정에 와 있습니다.
“은행나무가 얼마나 물들었나?”를
확인하는 것을 보면
그날이 그리운 것 같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는 아니지만
마음이 약간씩은 흔들리면 좋겠습니다.
그 흔들림이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고
그 그리움 때문에 가을비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을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살아있는 증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깨끗하고 고운 감성을 따라 사는 것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삶의 아름다움으로
믿고 있습니다.
오늘 같은 날!
누구라도 전화가 온다면 달려 나가고 싶습니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었고 바람에 날리는 잎새를 보면 가을은 절정에 와 있기 때문입니다.
배경 음악은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Ennio Morricone) cover 입니다.
가을의 서정에 잘 어울리는 쓸쓸함, 외로움이 배어나오는 곡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