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새벽 3시 30분에 깰 때가 있다. 이때는 본능적으로 YES24에 들어가 책 서핑을 즐긴다. 장바구니에 책이 한두 권씩 쌓일 때마다 행복의 양도 비례해서 늘어난다.
누군가 “세일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 언제야?” 라고 물으면
“맥주 마실 때 책 구입할 때”
그다음은
“맥주 마시며 책 읽을 때”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 맥주 마시며 영화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ㅎ
책과 맥주는 인생에서 행복의 양 날개인데 자제하라는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이유는 수입에 비해 대책 없이 늘어나는 카드값 때문이다. ㅠ 용돈의 절반 이상은 맥주와 책 구입에 사용되고 있다. 냉철하게 말하면 책은 1년에 100권을 읽어도 50년을 읽을 정도의 양이 준비되어 있기에 틈만 나면 책 사들이는 것은 탐욕인데 책탐은 많을수록 좋다고 대놓고 유혹하는 김경집 작가도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로망이라면 자신의 분신과 같은 책을 서재에 진열해 놓고 즐기는 관음증인데 더는 공간이 없기에 대부분 E-BOOK으로 구매한다.
“또 책이야. 불살라 버린다.”
라는 아내의 잔소리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이 이북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이다. (여자는 나이 들어가면 왜 그리 잔소리가 심해질까? 이해 불가 ㅠ) 또 하나의 장점은 눈이 책을 읽을 만큼 건강하지 않기에 의사 선생님은 “책 읽지 말라”라고 권유하지만, 전자책은 글씨를 마음대로 키울 수 있기에 종이책보다 읽기 쉬운 장점이 있다. 물론 종이책이 주는 감성적 독서의 즐거움은 포기해야 한다.
소장하고 있는 책을 다 읽으려면 최소한 50년의 세월이 필요한데 자신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평균수명으로 따져도 13년 정도 밖에는 없기에 책 구매가 욕심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장바구니에 책이 한 권씩 담기고 그중에서 신중한 선택을 해 5만 원에 맞추어 주문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유는 늘 YES24의 호객 행위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고객님은 플래티넘 등급이니까 5만 원 이상 구매하시면 기본적립에, 추가적립, 또 마니아 적립도 받으실 수 있어요.” 카드사도 여기에 호응해 “5만 원 이상 결제하시면 3천 원 할인 혜택을 드려요” 이 유혹에 넘어가는 자신이 호갱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지만 언박싱할 때의 설렘은 최고의 행복으로 다가온다.
아쉬운 것은 책을 구매할 때 선택의 기준이 “이 책은 꼭 읽어야 해” 가 아니라 “이 책은 꼭 사야 해”다
우라지게 사기만 하고 우라지게 읽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행복
“맥주냐? 책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라고 갈등하고 있음에도 살은 빠지지 않고 있는 현실. 쩝!! 5만 5천 원을 결제했다. 주말이기에 책은 화요일까지 배송된다고 한다.
문득 어린 왕자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나를 길들여줘.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4시가 가까워져 올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4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일인가 알게 되겠지. “
어린 왕자도 아닌 노친네가 행복해지는 시간은 화요일 CJ 택배로부터 문자 받을 때다. 그 시간에 맥주 한 잔 있으면 더 행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