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인인가? 아니면

아름다운 뒷모습

by 이세일

무더위가 한창이던 7월 29일 동네 메타세쿼이아 거리를 걷는데 앞에 어린 친구들이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 예뻐서 순간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뒷모습을 찍었다.

”어린 연인들인가?
아니면 남매?“

분명 둘 중의 하나인 것 같기에 확인하려고 일부러 그 친구들을 앞지르며 대화를 들었지만 짧은 순간이기에 판단이 어려웠다. 두 손을 잡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아기자기한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아 ”글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더는 진전이 없었다. 며칠 전 오원 작가의 ‘걷는 생각들’을 읽으며 쓸 수 있겠다는 감이 잡혔다.



‘이성이 사랑할 때 가장 로맨틱한 행위는 손을 잡는 것이다. 두 사람이 처음 시작하는 Touch이자 가장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행위이며 ‘한 인간’으로서 이해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연인이 손을 잡는 것과 오래된 노부부가 손을 잡는 모습은 사랑의 다양함은 물론 인간애를 보여주는 가장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오원 작가는 이성이 손을 잡는 이유를 이성이 사랑할 때 할 수 있는 가장 로맨틱한 행위라고 정의한다. 맞다! 누구나 첫사랑의 흔적을 가슴에 품고 있는데 아직도 기억되는 것은 처음 손을 잡으려 할 때 찾아왔던 두려움과 긴장감이다.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란 두려움 속에서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느껴지는 반응. 다행히 그녀가 따스한 손길로 내 손을 잡아 주었을 때의 기쁨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할 전율이다. 이때부터 본인이 즐기는 데이트는 손잡고 걷는 것이 되었다. 그녀가 말했다.

”웬 남자가 손이 이렇게 작아, 내 손보다도 작은데….“

고등학교 시절 은근 내 손은 여자아이들에게 자랑거리였다. 얇고 잘 빠진 긴 손가락을 가지고 글씨를 쓰면 여자아이들이 탄성을 질렀다. (물론 지금은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손이 되었지만... ㅠ)



추운 겨울날 그녀의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꼼지락거리면 손에서 느껴지는 따듯한 체온을 통해 ”이게 사랑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얼굴도 기억할 수 없는 옛날이야기로 남아 있지만, 나이가 들어도 세월이 흘러갔어도 이성 간에 가장 설레는 일은 손을 잡는 것이라 믿는다. (물론 지금 누구의 손을 함부로 잡는 것은 큰일 나는 행위겠지만 누가 내 손을 잡아준다면 거절하지는 않는다. 특히 영화관에서 손잡는 것 좋아한다. ㅎㅎ)

”어린 연인들인가? 아님 남매인가?“

라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랑의 행위에서 나온 것이기에 아름답다.
연인이라도 좋고, 남매여도 좋다. 어린 두 친구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란 말을 떠올린다.

사랑처럼 고운 것이 또 있을까?

김춘수의 ’꽃’을 인용한다면 이렇게 노래할 수 있다.

’내가 그의 손을 잡아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손을 잡아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누가 나의 손을 잡아 주렴
아님. 내가 잡아 줄게. ㅎㅎ“


겨울이 다가오고있다. 추울텐데 ㅠㅠ

배경 음악은
’젊은 연인들‘입니다.

https://youtu.be/YsLJniklYz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