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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Jan 23. 2024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

목포 2박 3일 여행기

1일 차
목포를 향해 시동걸다.     

모든 일은 앞에서 끄는 친구가 있을 때 수월하게 진행된다.
목포 여행도 Y로 인해 시작되었다. 여행 이야기가 무르익자 ‘목포 투어’라는 이름으로 톡방을 개설했는데 여행의 목적은 분명했다. 암 투병을 하는 O를 위로하고 웃음을 주기 위해 2박 3일의 여행을 하는 것이다. 방법은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숙소, 남도의 맛있는 음식 먹기, 마음씨 예쁜 7명의 친구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남원상 작가는 자신의 책 ‘여행의 목적’ 중에서 이렇게 말한다.
‘바캉스나 식도락이나 화보 촬영은 아니지만 핑곗김에 잘 자고 잘 먹고 인생 샷도 남긴 여행’   

잘 자고 잘 먹고 인생 샷 남기는 것.
이번 여행의 콘셉트다.

Y의 매력 중 하나는 그녀 옆에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달란트에 있다.
두 번쯤 만나면 Y는 친구 중 누구에게도 팔짱을 끼며 남자 가슴을 설레게 한다. (나한테만 그러는 줄 알고 좋아했는데 ㅠ) 심지어는 헤드록까지 걸며 애정을 과시하는데 이 친근감에 녹아 모든 남성은 순종형으로 바뀐다.   



7인 밴드에 올라온 공지 사항이다.      
‘허리띠 졸라매는 여행은 안 하느니 못하다.
맛의 고장에서 허접하게 먹는 거 싫다.
맛집 찾아 골라 먹고 즐겁게 먹고 분위기 있는 집에서 차 마시고’    

히틀러도 이렇게 일방적인 통보로 계획을 이끌지 않았지만, Y와 팔짱 끼고 헤드록 당한 네 남자는 끽소리 못 하고 회비 내며 “좋아요”를 누른다. K와 H도 질세라 “좋아요”를 눌러 화답한다.   

감기로 인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떠나는 즐거움을 이길 순 없다. 

친구들에게 혹시 감기 퍼트릴까, 걱정되어 마스크를 5개 준비했지만 1개만 쓸 정도로 몸이 회복되었다. (혹시 나 때문에 감기 걸렸으면 어떡하지란 불안감은 남아있지만)
9시에 백석역으로 가기 위해 3호선에 승차했다.
전철 밖으로 보이는 도시가 반짝이는 햇살에 빛나 아름답게 반짝인다.   

12일 오전 10시 백석역에서 5명이 모였다.
공유한 카톡에 Y도, K도 G도 지난밤, 설렘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한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K는 목포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겨울 날씨답지 않게 햇살은 따뜻하고 하늘은 맑다. 아만자(암환자)가 운전하는 것을 보면서 안심이 되는 것은 그의 건강을 믿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보다 짐이 많은 Y가 보따리를 풀기 시작하는데 풀코스 요리처럼 간식거리가 나온다. 과자, 고구마, 떡, 음료수 등을 맛있게 먹는데 이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자애로운 엄마다. 그 사랑을 느끼며 목포에 도착한 시간이 3시 30분이다.

역에는 KTX를 타고 홀로 내려면 J가 있다.
정모 때 만났기에 얼굴은 익지만, 아직 그 친구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에 이번 기회에 알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과묵한 친구다. K에게 J에 대해 단편적으로 들었기에 대화할 시간이 되면 그가 살아온 삶과 밴드 활동에 관해 묻고 싶었다.      


숙소인 폰타나 호텔에 짐을 풀었다.
탁 트인 통창으로 바다가 보이기에 아름다운 배경이 마음에 든다. 이번 여행 중 하나의 목적인 잘 자는 것에 대해 친구들이 만족을 표시한다. 짐을 풀고 저녁 시간 전까지 갓바위가 있는 해변 길을 걷는다. 자연스럽게 G와 K가 함께했기에 이야기를 나누며 노을이 지는 장면을 찍었다. 또 하나의 목표인 인생 사진 찍기에 도전했지만, 결과물은 비참했다. ㅠ 초로의 노인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나름 애썼지만 인정하기 싫은 자기 모습만 확인된다.   

2009년 4월 27일에 천연기념물 500호로 지정된 갓바위는 서해와 영산강이 만나는 강의 하구에 있는데 화산재가 쌓여서 생성된 응회암이다. 오랫동안 파도에 의한 침식작용과 풍화작용으로 인해 만들어졌다. 지금은 본모습이 많이 파괴되어 아쉬움이 있지만 갓바위 앞에서 펼쳐진 장엄한 일몰은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하늘을 붉은빛으로 물들이며 태양은 바닷속으로 사라지는데 자신의 존재를 잊지 말라는 듯 바다를 황금색으로 물들인다. 앞에 놓여있는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하지만 또 하나의 즐거움인 잘 먹기 위해 저녁을 예약해 놓은 송미네 밥상으로 이동해야 한다.      
오늘 저녁은 K의 친구가 우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해 주었는데 아귀탕과 갈치구이가 주메뉴다. 주는 대로 먹는 편이기에 솔직히 맛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먹갈치 구이에 반했다. 내 평생에 이렇게 큰 갈치는 처음 봤다. 한 조각을 떼어 식접시에 담았는데 거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H가 저녁때 도착했기에 7명이 완전체가 되어  식사할 수 있었다. 모든 친구가 저녁 메뉴에 감탄하며 즐거움을 이야기하는데 맥주의 즐거움을 빠트릴 수 없지 ㅎ. 감기로 인해 1주일 정도 맥주를 마시지 못했는데 첫 잔을 넘기며 “이것이 인생이지”를 읊조린다. 근데 G가 술꾼이다.


G는 소주
난 맥주     

둘이 잔 부딪치며 웃음과 함께 마시는 즐거움을 누린다.
모두 잠자는 새벽 2시까지 G, H과 함께 음주의 즐거움을 누리며 우리가 살아온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유익한 시간이다.    

하루를 정리하면서
“이 모임이 좋은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프게 하거나 상처 주는 친구가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지금 이대로의 내모습을 받아주며 괜찮다고 느끼게 해주는 친구가 두 번째 이유다.      

함께한 시간은 짧지만 돌아서면 보고 싶은 친구.
술 한잔에 말이 많고, 횡설수설해도 그 모습까지 사랑해 주는 친구.     
그들이 내 앞에 있다.
함께 같이 잠을 잔다.
함께 같이 먹고 마신다.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 모임에 함께하지 못한 친구를 생각한다.
오고 싶었지만 올 수 없었기에 그들이 아파하는 것을 알고 있다. 글을 길게 쓰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그 친구에게 우리의 행복을 전할 수 있다면 우린 꽤 괜찮은 사이다.    

그렇지, 친구야?

배경음악은

볼빨간사춘기의 Travel(여행)입니다.

https://youtu.be/xRbPAVnqtcs?si=HZWLgbmfCBsMbX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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