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여름. 유럽은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공군은 적을 물리치기 위해 적지에서 매일 희생되었고 귀환병은 줄었다.’
는 자막과 함께 영화는 시작이 된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초원에서 십 수 명의 젊은 청년들이 럭비에 열중하고 있다. 엄살쟁이, 바람둥이, 오직 믿음, 자칭 시인, 범생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젊음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아홉 살부터 스물 초반까지의 나이를 가진 평범한 청년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영국 공군에서 뛰어난 전과를 자랑하는 B-17 폭격기 ‘멤피스 벨’의 전투병들이다. 이 폭격기에는 <프리티 걸>로 불리는 삽화가 기체에 그려져 있다. 그림의 주인공인 ‘마거릿 폴크’는 이 폭격기의 조종사 K. 모간 대위의 연인이었다고 한다. 그녀가 살던 곳이 테네시주의 멤피스였기에 폭격기의 이름이 멤피스 벨로 불리고 있다. 출격하기 전날 밤 디어본 대위는 멤피스 벨 앞에서 마치 사랑하는 연인에게 속삭이듯이 이렇게 말한다.
“보고 싶을 거야 벨, 지켜 주었고 격려해 주었고, 그것이 감사해.”
정말 연인의 힘인지 멤피스 벨은 24번 폭격 작전에 투입되었고 살아 돌아왔다. 사랑의 힘일까?
멤피스 벨을 함께 타고 생사고락을 같이 한 10명의 전투원은 이제 25번째의 출격을 앞두고 있지만, 전쟁은 점점 영국군에게 불리해지기에 많은 군인들이 희생되고 있다. 공군도 출격한 비행기가 살아 돌아오는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상부는 멤피스 벨에게 25번째의 작전 명령을 내린다. 이번 작전이 성공해 살아 돌아온다면 그들은 영광스러운 전역을 할 수 있고, 고향에 돌아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영화는 마지막 출격을 앞둔 10명의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 심리를 보여주며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 을 알려준다. 군 홍보부에서는 25번째 출격을 마치고 성공적으로 귀환할 멤피스 벨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대대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바치는 투철한 애국정신으로 무장된 군인은 아니다. 보통의 젊은이들처럼 그들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평범한 군인이고 청년이다. 럭비공을 가지고 노는 것과 춤과 노래를 좋아하고 시와 여자를 사랑하는 평범한 청년에 불과했다. 그러기에 내일 아침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 그들은 불안하다. 이 두려운 감정을 버리기 위하여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정사를 나눈다. 어쩜 이 모든 행위가 그들의 삶에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격을 앞둔 다음 날 아침 잭의 하모니카 반주에 맞추어 데니스가 자작시를 낭송한다. 숙연한 분위기다.
‘난 적군들을 좋아하지 않고 신을 사랑하지도 않는다. 그저 법과 의무를 따를 뿐 환호하는 대중에 호응할 뿐‘
데니스의 시처럼 전쟁은 그들에게 의무였고 자신들이 승리할 때 국민은 환호했다. 전쟁은 그들의 젊음을 앗아갔고 대신 일찍 허무주의에 물들어 갔다.
“난 죽기 싫어”
이 절규가 그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이윽고 밤이 지나자 태양은 아침 햇살을 퍼트리며 아름답게 떠오른다. 그들은 지난밤의 즐거움 속에서도 프랑스와 같은 안전한 지역으로 출격하기를 원했다. 그곳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예쁜 여자들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독일의 전투기 공장이 있는 브레멘을 폭격하는 주 임무를 맡게 되었다. 군인은 명령에 죽고 사는 것이기에 그들은 조그마한 지프차에 10명이 걸터앉아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함께 부르며 멤피스 벨로 향한다. 그래, 인간의 생명을 주관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믿는다면 이 노래는 확실히 그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드디어 멤피스 벨이 이륙한다. 그들이 예상한 것처럼 전투는 쉽지 않았다. 멤피스 벨도 적의 기관총 세례에 후미를 맞고 두 개의 엔진만으로 위험한 비행을 한다. 설상가상으로 중상을 입은 데니스는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위험에 처한다. 의대생인 줄 알았던 벨은 고작 의대를 2주간 다녔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데니스를 살리는 길은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리게 해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어”
라는 절망적인 말을 벨이 하며 그렇게 하자며 실행에 옮기려고 한다. 그러나 동료들은 부대까지 그를 데려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부터 그들은 데니스를 살리기 위하여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다. 멤피스 벨은 비행기를 가볍게 하려고 모든 무기를 버리고 두 개의 엔진만으로 비행을 계속한다. 관제탑에서 귀환하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전우들은 비행기가 한 대씩 들어올 때마다 환호하지만 멤피스 벨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 낙심하고 있을 때 멀리서 한 대의 비행기가 보인다. 멤피스 벨이다. 그러나 착륙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들에게 큰 위험이 다가오는데 한쪽 바퀴가 내려오지 않는다.
과연 멤피스 벨은 무사히 착륙하고 데니스도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노래한 것처럼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일어날 것인가?
전쟁 영화답지 않게,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처럼 마음의 평안을 주던 영화는 클라이맥스에서 긴장감을 느끼게 하고 무사 귀환을 빌게 한다. 전쟁영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언제나 영웅의 등장인데 ‘멤피스 벨’ 속에는 영웅이 없다. 그들은 관객들의 애국심을 일깨우지도 않고 또 어떤 사상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전쟁은 멋있는 것이 아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아야 하는 생과 사의 갈림길이다. 10명의 전투원은 젊은이답게 각자의 꿈을 가지고 있고 그들은 살아온 환경과 성격도 달랐다. 그러나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데니스가 죽어갈 때 그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생명을 걸고 지켜야 할 전우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모습이 가슴속에서 잔잔한 파문으로 다가온다.
내가 책임지고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공동체는 살아 움직인다. 누구나 죽기 싫지만 어떤 극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던져 남을 구하는 모습은 감동이다. 이번 핼러윈 참사에서 치사하고 비굴한 모습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윤 정부의 모습은 국민에게 공분을 사고 있지만, 현장에서 일어난 많은 미담이 전해지는 것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웠다. 실화이기에 꾸며진 극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일상의 모습을 잃지 않고 작은 꿈을 꾸는 그들이 예쁘다. 그 때문에 젊음은 가치가 있고 영화는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