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일 Mar 23. 2023

Only One의 삶을 위해 건배!!

- 혼술의 즐거움 -


젊은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 자신에 대한 인식이 확실하다. 그만큼 자신을 돌아보고,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인생을 열심히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신지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외모를 뽀샵해 찍은 사진도 없고, 학력도 작가 소개에 등장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만 독자에게 확실하게 이야기한다.

김 작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자아는 느리게 흐르는 세상에서 주로 맥주를 마시며 에세이를 쓴다. 맥주를 마시며 글 쓰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고, 인생이 마음대로 안 되기에 오늘을 사는 맥덕이 되기로 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술을 마시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나 기분 전환, 아니면 만남을 윤기 있게 만드는 등 삶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김신지 작가에게 맥주는 이 단계를 넘어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마치 연료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 자동차처럼 한 잔의 맥주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사물과 사람, 사건을 보고 글을 쓸 수 있는 원초적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일주일에 서너 번 혼자 있는 시간에 맥주를 마신다. 시대의 변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혼술을 즐긴다. 더군다나 나이가 들면 집에 혼자 앉아 김치나 두부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는 노년층들이 늘고 있다. 내 눈에는 그 모습이 좀 초라하고 애처롭게 보이기에 맥주를 고집한다. 투명한 유리잔에서 일어나는 거품과 황금빛 색깔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의 행복은 모두 내 것이 된다. 더군다나 요즘은 다양한 맥주로 인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한 달 계산해보면 맥주값이 과소비가 되기도 하지만 인생이 행복하다면 이 정도 씀씀이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맥덕들은 맥주를 마시기 위해 돈을 번다고 하지 않는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 취미’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쌉싸래한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고개를 들자, 기와를 머리에 인 돌담 위로 저만치 키 큰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인사를 건네는 게 보였다. 지난주에 본 것보다 더 짙어진 초록.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릴 때마다 돌담에 비친 나무 그림자도 함께 흔들렸다. 좁다란 골목 위로 떨어지는 햇볕, 손을 잡고 지나가다 이 가게가 궁금한 듯 건너다보는 연인, 어느 집 처마 아래선가 취중 장기를 두는 할아버지들의 실랑이 소리……. 선 산책, 후 맥주가 가져다주던 나른한 즐거움 때문이었을까. 해가 기울수록 사라지는 나무 그림자가 아쉽기 때문이었을까. 이상하게 그게 보였다. 좋은 순간에 좋은 시절이.’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눈을 들자 보이고 느껴지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맨 정신으론 보이지 않는다. 적당한 취기와 함께 할 때 삶은 새롭게 다가온다. 이것이 음주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이 즐거움은 애주가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하는데 그 순간의 감정을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 나이에 좋은 순간을 기대하고 그 삶을 기록하고 싶은 것은 천박한 욕심은 아니기에 당당하고 싶다. “잘 쓴다, 못 쓴다”라는 평가도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의 기준은 자신이고 그 삶을 ‘Only One’의 삶이라고 추켜세우기 때문이다. 나만의 삶이 소중하다. 바비인형처럼 찍어놓은 똑같은 삶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삶을 찾아 살아야 한다. 맥주 한잔이 그 힘을 제공해 준다면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브라보”를 외칠 수 있다.

홀로 외치는 "브라보"

쪼금 초라한 느낌은 있다. ㅠ

https://youtu.be/UwZsvIdt7dg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 한잔을 들고 당신 생각을 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