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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Mar 27. 2023

지키고 싶은 소중한 사랑

영화 '사랑의 순간' 리뷰

'널 위했던 나의 마음이 이제는 조금씩 식어 가는 걸!
하지만 잊지는 않을 거야 수많은 겨울들
나를 감싸 안았던 너의 손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엔 또다시 살아나는걸!
그늘진 너의 얼굴이 다시 내게 돌아올 수 없기에
알고는 있어

가끔씩 오늘 같은 날 외로움이 널 부를 땐
조용히 내 마음속에 찾아와 줘'


장필순 -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중에서 -

마음이 가라앉는 날 가끔 이 노래를 나지막이 따라 부른다. 모든 감정을 배제한 채 편안하고 담백하게 노래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외로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게 한다. 한때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 내 마음속에서 서서히 식어 갈 때 헤어진 연인 대부분은 지난 사랑을 채색하며 그 사랑이 다시 돌아오기를 꿈꾼다. 외로움이다. 이 노래처럼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의 외로움이 그 사람을 부르는 것은 순전히 이기적이다. 자신만의 감정에 도취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술에 취한 날이나 감성적인 영화 한 편을 보면 아직도 저장된 번호를 보며 충동적인 전화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상대방은 그 전화가 부담스럽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장필순의 노래가 생각이 난 것은 짙은 외로움이 깔린 주인공들의 내면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순간(The Edge of Love)은 키이라 나이틀리 (베라) 시에나 밀러 (케이틀린) 킬리언 머피(토마스) 매튜 리스(윌리엄) 남녀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사랑은 욕망과 질투, 외로움, 소유욕 등 부정적인 사랑의 모습이 이 영화의 절정에 이르기까지 계속된다. 진정한 사랑의 가치인 자기희생이나 배려 등 아름다운 사랑과는 거리가 멀지만, 영화는 후반부에서 책임지는 사랑의 가치를 보여준다.



영화는 자막이 올라가며 시작이 된다. 시인이며 소설가 방송작가였던 ‘딜런 토머스’(1914-1953)의 인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일군의 대공습 때문에 런던의 시민들은 지하 방공호에서 숨어 지낸다. 이 암울한 현실 속에서 음악은 그들에게 위안거리고 힘이다.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이 매혹적인 베라(키이라 나이틀리)가 입술의 클로즈업되며 그녀의 노래가 흐르기 시작한다. 이때 방송을 통해 영국 국민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일을 하고 있던 딜런(킬리언 머피)을 우연히 만난다. 딜런은 가벼운 입맞춤을 하면서 “아직도 날 사랑하지?”라고 묻는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애정과 친구 사이를 넘나들며 헷갈림을 가져온다. 그는 이미 케이틀린(시에나 밀러)과 결혼했다. 딜런을 찾아 런던에 도착한 케이틀린(시에나 밀러)은 직감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채지만 워낙 개방적인 성격 탓에 세 사람은 서로 잘 어울린다. 특히 담배를 피우는 시에나 밀러의 모습은 퇴폐적인 이미지와 함께 도시적인 그녀의 모습에 잘 어울린다. 세 사람은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함께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며 나름대로 즐거운 인생을 추구한다. 어느 날 방공호를 거닐고 있는 베라 앞에 윌리엄(매슈 리스)이 나타난다. 고전적이고 책임지는 사랑에 익숙한 그는 바른생활에 익숙한 사람이다. 한 여인을 바라보는 진정한 사랑의 아픔을 보여준다.

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던 베라는 윌리엄과 결혼하고 그는 전쟁터로 발령을 받고 오랜 시간 동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윌리엄의 아기를 낳은 베라는 딜런과 케이틀린과 함께 자신의 고향인 웨일스의 바닷가 마을에서 함께 살게 된다. 윌리엄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받은 월급을 베라에게 송금하고 그녀는 그 돈으로 생활 능력이 전혀 없는 딜런과 케이틀린까지 먹여 살린다. 티격태격하고 사는 딜런과 케이틀린의 모습을 보면서 베라는 심한 외로움을 느끼고 결국 딜런과 한 번의 육체관계를 갖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케이틀린은 심한 질투를 이기지 못하지만 베라와 케이틀린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우정을 가지고 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윌리엄은 트라우마로 인해 현실 적음에 어려움을 느끼고 더군다나 베라와 딜런의 관계를 알게 된 그는 딜런의 집을 향해 총을 쏘고 이것으로 인해 윌리엄은 감옥에 간다. 딜런에게 베라는 윌리엄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는 냉정하다. 심한 배신감을 느낀 베라는 자신을 향한 윌리엄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가를 깨닫고 그 사랑을 지킨다.

"첫사랑은 어느 정도 인정해 줄 수 있어. 내가 원하는 것은 마지막 사랑이야. “

이 대사가 찡하게 다가온다.

이 영화는 인간의 내면에 간직된 부정적인 감정들을 잘 드러내 준다. 첫사랑에 심각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딜런의 유아적인 모습과 그 첫사랑의 줄다리기에서 갈등하고 있는 베라. 담배를 꼬나문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리는 케이틀린 그가 아무리 개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딜런의 외도를 용서할 수 있기에 갈등하며 분노한다. 개인적으론 케이틀린의 모습이 가장 멋지고 아름답다. 그리고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을 끝까지 책임지려고 애쓰는 윌리엄. 이 네 사람을 통해서 영화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어느 날 나의 외로움 때문에 다가오는 사랑이 있지 않을까?

그와 함께 있으면 모든 외로움이 사라지고 내 가슴이 다시 뛸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 그러나 장필순이 노래한 것처럼 내 마음이 식어가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 사랑은 이미 시효가 끝난 것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아름다운 이유는 책임지는 사랑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반전이 있다.
우정의 소중함^^

배경음악은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입니다. 

https://youtu.be/2dCawq3tX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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