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서판(身言書判)

고전(classic).

by Yongnam Kim

몸 신(身), 말씀 언(言), 쓸 서(書), 판가름할 판(判). 중국 당나라 시대 때,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인물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던 네 가지 기준이다. 관리도 사람이기에 천 년 이상이 지난 지금의 시대에도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쓰이는 인기 있는 고전(classic).


몸가짐에 관하여서는 외모를 들 수 있다. 아무래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 사람은 잘생기고 예쁜 사람에게 호감이 가고 더 한번 눈길이 간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의복이 다양화되고 기술이 발전된 시대에서는 옷을 어떻게 입고 생활을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상황에 맞는 옷차림, 그리고 평소의 옷차림을 통하여 볼 수 있는 좋은 판단의 근거가 된다. 사회의 보편적 판단 기준에 옷을 단정하게 입으면 그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단정하게 차려입은 사람에 대하여 호감을 느끼게 되며, 이 예와 연결하여 우리나라 속담에서도 있는 말이 있듯이 ‘옷이 날개다.’라는 말과 연관되어 생각해보면 옷 하나로 나를 남들의 눈에 좋게 평가받게 할 수 있는 평가근거가 된다.


말씀, 말씨에 관하여서는 구어(口語)를 말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입에서 나오는 말로 사람을 판단한다. 우리가 귀라는 청각기관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느낄 수 있는 2차적인 판단근거이고 매우 중요하다. 목소리도 될 수 있으며, 입에서 나오는 말이 교양 있는 말이 나오는지와 함께 바르고 조리 있는 말을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된다. 횡설수설하며 또한 입에서 나오는 말이 비속어 혹은 욕설이 나오거나 쓸데없이 지나치게 말이 많고 상대방 배려 없는 말하기를 하면 대체로 상대방의 호감이 급격하게 떨어지기도 하는 부분이다.


글씨, 글솜씨를 말한다. 신림동 고시촌에는 몇 가지 잘 팔리는 책이 있는데, ‘불합격을 피하는 법’이란 책과 ‘B고시체 연습’이다. 필자는 공학박사 과정 중에서 사법시험에 합격한 공학박사 C변호사가 쓴 책인데, 그 책 안의 내용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에 사법연수원에 들어가 연수원생 신분으로 공부하는 가운데 다른 동기들의 필기 등을 관찰한 결과 악필은 드물었다.’ 라는 것. 천재는 악필이라는 많이 알려진 말을 조금은 의문스럽게 만드는 필자의 글이면서 서술형 시험이 존재하는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꼭 글씨를 교정할 것을 주문한다. 글씨가 어지러우면 평가자도 인간이기에 다른 수험자들보다는 점수를 얻기에 힘들다는 이유였으며 이 말은 또한 한글맞춤법을 당연히 잘 따라야 한다는 점도 포함된다.


판단력. 이 말은 사물의 이치를 알고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하여 할 일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며 시간은 그 선택에 대하여 내가 좋은 선택을 할 순간만큼의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 속담에 ‘장고 끝에 악수 둔다.’ 라는 말도 있듯이, 물리적인 상황을 넘어 판단력은 중요한 삶의 잣대가 되며, 그 이후에 벌어지는 결과에 대하여 두고두고 기록이 남는 중요한 증거들이 되고, 잘못된 판단을 하였을 시에는 다음에 기억 속에 남아 두고두고 후회되는 기억들로 남겨져 버린다.


옛사람들이 사람을 판달 할 때 삼았던 것들이지만, 지금도 상당히 유효하다. 그 큰 이유는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인간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며, 사람들끼리 부대끼며 살기 때문이다. 옷을 껄렁거리게 입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는 언어생활과 함께 욕을 입에 달고 살며, 그가 쓴 글씨도 그 자신이 못 알아볼 뿐만 아니라 쉬운 맞춤법도 계속 틀리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왜? 저 사람은 그 상황에서 저런 선택을 하였을까?’에 대하여 의문이 달리는 사람이 과연 다수의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까? 아니면 단정한 옷차림을 갖추고, 사람을 배려하는 교양 있는 언어를 구사하며, 명필(名筆)을 가지고 누구나 끄덕일 수 있는 논리적인 글쓰기를 하고, 설득력 있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다수의 사람에게 좋게 평가를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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