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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an 12. 2023

상처주는 가족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가족의 어떤 모습에 상처받나요?

나의 희생을 너무도 당연하게 요구할 때, 내 의견을 무참히 깔아뭉개고 무시할 때, 자기 화에 못 이겨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때, 가족 중 한 명을 희생양 삼아 조롱할 때, 자신의 불행을 끊임없이 내 탓으로 돌릴 때, 아무리 잘해줘도 더 잘해주지 못하는 것을 원망할 때...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다른 것들과는 달라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빨갛게 드러난 살점이 다 벗겨진  채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남들이 하는 말과 행동은 안 보면 그만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잊히지만 마흔이 넘은 지금도 가족이 내게 상처를 줬던 말, 행동,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순간은 여전히 선명하기만 합니다.


가족도 인관관계인데 상처 하나 없을 순 없겠죠. 흔한 말다툼, 의견 충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제가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가족 관계는 혼자서는 도저히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삶의 에너지를 모두 잃어버리게 된 경우를 말하고자 합니다. 


상처주는 가족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독립할 수 있는 자금을 모으세요.

또 독립이야기냐고, 나는 지금 독립을 할 수 없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저도 그랬어요. 절대로 입 밖으로 독립 이야기를 꺼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집 분위기에서는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으니까요. 애초에 희망이 없다는 생각으로 돈도 모으지 않았고 오히려 최대한 집에 늦게 들어가기 위해 돈을 더 쓰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 행동이 정말 바보 같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사람은 정말 언제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알 수 없어요. 또 자신의 생각이, 내가 처한 상황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돈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굉장히 큽니다. 또한 사람은 쥐고 있는 패가 많아야 선택을 할 수 있고, 그 선택을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내가 지금 당장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움직일 수 있겠어요? 

독립 자금을 모으세요. 지금 당장 원룸 한 칸 얻을 수 있는 보증금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마세요.

상처받은 사람의 특징은 스스로를 피해자로 포지셔닝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나인 것처럼 자꾸만 몰아가다가 결국 자기 연민에 빠지게 되죠. 자기 연민은 중독성이 강해서 한 번 시작되면 빠져나오기가 어렵고 오히려 더 깊은 우울과 분노, 원망과 슬픔에 더욱 깊게 심취하게 됩니다. 결국 자기 연민은 자기혐오, 더 나아가 무기력과 마주하게 됩니다. 무기력이 정말 무서운 게 삶의 모든 희망을 앗아간다는 것입니다. 자기 연민은 정신적인 살인이나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나를 살리는 방법을 찾고 있는데 스스로를 죽이는 자기 연민에 빠지면 안 되겠죠. 


남이라고 생각하세요.

사회생활을 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밖에서 만난 사람들은 무조건 기브 앤 테이크입니다. 기브 앤 테이크가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깔끔한 관계가 좋아요. 서로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에 대해 ‘당연한 것'이 아닌 고마움을 느끼고 또 다른 호의를 불러오는 관계라니. 내게 '당연히' 요구만 하는 가족보다 훨씬 낫지요. 

나를 괴롭히는 가족을 차라리 남이라고 생각하세요. 이 사람은 내게 이것을 주니, 나도 이 정도쯤은 해준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어쩌면 우리도 가족에게 당연히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부모의 경제적인 지원, 부모의 희생, 자식에 대한 사랑 이런 것들을 당연히 바라왔기 때문에 이런 것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원망을 갖게 되는 것이겠죠. 만약 남이라면 이들도 우리에게 어떤 의무도 없는 것입니다. 

가족이 나에게 준 고마운 부분을 단 한 개라도 찾아서 우리도 그들이 원하는 것 하나는 준다는 생각으로 버티세요. 옆집 아저씨, 옆집 아줌마, 옆집 할머니 이렇게 생각하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자기비하하지 마세요. 

자기 비하도 습관입니다. '나는 이런 면은 별로야.' '내가 잘 못하는 거야.' '나는 이런 게 부족해.' 입에 달고 산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겸손의 한 방법으로 자기 비하를 했는데 사람들에게 그렇게 포지셔닝되는 것은 물론이고, 저 스스로도 제가 말한 대로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무의식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무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내가 이렇게 강한 사람이야.' '내가 이렇게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포지셔닝하세요. 의외로 사람들은 잘 속고, 나도 잘 속습니다. 그로 인해 자신감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고요.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 단단해져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행복을 포기하지 마세요.

절대로 이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끝이 안 보이는 길고 긴 터널이라고 할지라도 분명히 끝은 있습니다. 나만 행복을 포기하면 모두가 행복할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고개를 세차게 흔드세요.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삶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을 쟁취하려고 노력하세요. 행복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준비하고, 노력하고, 반드시 이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셔야 합니다. 결국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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