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있을 바디프로필을 위해 주 5일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야근을 하든 날이 좋든 비가 오든 퇴근 후 센터에 가는 게 루틴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매주 월요일마다 인바디를 재며 체지방과 근육량을 체크하고 있는데, 이번주 인바디에서 지난주와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 순간 눈물이 날 뻔했다. 매 끼니 식단을 맞춰 먹고, 주 5일 1시간 30분 이상 운동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체지방이 안 빠지다니, 이건 완전 몸의 배신이다. 그렇다고 근육량이 늘었냐면 그것도 아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한다고 하는데 결과가 안 나오는 상황에 매주 일희일비하는 나를 견디는 일도 몹시 괴롭다.
몸은 정직하다며? 근데 대체 내 몸은 왜 이래?
짜증이 나서 다 때려치우고 집에 가버리고 싶었지만 러닝머신으로 올라갔다. 평소 보다 더 빠르게 속도를 세팅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냥 뛰어!
PT선생님에게 인바디 결과를 보내니 먹는 게 잡혀가는 중이라고 했다. 사실 아직 저 말을 100% 이해하지는 못했는데,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양을 계산해서 꼭 맞춰서 먹어야 한다는 말 같다. 그동안에는 대충 어림짐작으로 먹는 걸 때려 넣었다면 이제는 그렇게 해서는 원하는 몸을 만들 수 없었다.
대략 하루 먹는 것들을 계산하면 이렇다. 저녁식사 시간이 9시 전이라면 고구마를 추가로 130g을 먹고, 너무 늦은 시간이면 생략한다. 입이 심심하면 토마토나 단백질바, 혹은 미주라 비스킷 소량을 섭취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이 루틴을 가져가고 있다. 이러니 살이 안 빠지면 짜증이 날만도 하잖아?
사실 일희일비는 내 특기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체지방량 0.1kg에 웃고 울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1kg이 아니라 그 10분의 1인 0.1kg이 오르고 내릴 때마다 의지가 꺾이기도 했고, 불타기도 했다. 이 정도면 유리 멘탈을 넘어 쿠크다스 멘탈이다.
<한 달에 -10kg>, <3개월에 -28kg> 같은 자극적인 영상의 제목들을 보고 나면 힘이 쭉 빠진다. 나도 진짜 열심히 하는데, 왜 이 사람들처럼 빨리 결과를 내지 못할까? 싶은 마음에 금방 우울모드로 전환되기도 한다. 그래도 그냥 밥 먹듯 매일매일 하니 1년이 안된 11개월 차에 체지방 -10kg을 찍었다. 지난 1년 동안 수도 없이 좌절한 기억밖에 없는데 대체 언제 이렇게 빠졌을까 싶을 정도다.
내가 찍었던 수많은 점들이 모여 지금에 닿았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좌절하더라도 꾸준히 하는 법을 익혔다.
돌이켜 생각하니 다이어트에 수도 없이 실패했던 이유는 ‘의심했고, 멈추었기 때문’이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해보고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역시 나는 안된다 ‘고 의심했다. ‘나잇살이라 안 빠지나 보다’고 쉽게 포기했다. 의심하고 멈추는 일이 반복될수록 내 몸은 더 쉽게 살이 찌는 체질로 바뀌었고 좌절하는 날들은 많아졌다. ‘그래 이 나이에 살 빼서 뭐 해’라며 스스로 여자로서의 매력을 포기한 사람처럼 굴었다. 그러나 사실은 누구보다 살을 빼고 싶었고 그걸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를 위한 자기 합리화였을 뿐이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안다. 인생에 진짜 쉬운 거 하나 없고, 거저 주어지는 것 또한 없다. 노력은 쉽게 그 결과를 보여주지 않고, 변화는 생각보다 길고 긴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하다 보면 무조건 변화는 일어난다.
얼마 전에 어떤 강연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모든 행동엔 실패가 뒤따른다. 무슨 일을 하건 실패는 당연하다.
사람들은 실패가 두려워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뭘 하든 단기간의 실패는 무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엇을 하든 무조건 실패를 깔고 간다고 생각하고 멘탈 잡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
오늘도 공복 몸무게를 재며 좌절한다. 일주일 내내 진짜 열심히 했는데 몸무게는 왜 느는 걸까? 하지만 이내 생각을 떨치고 내가 먹을 건강한 식단을 차리고 맛있게 먹는다.
일희일비하면 어때? 어차피 계속할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