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실수를 하는 팀원이 있었다. 마감일을 못 지키거나, 보고를 누락하는 등 크고 작은 실수들이 쌓여가자 신뢰에도 금이 갔다. 몇 번이나 따로 불러 주의를 주고, 1대1 면담을 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팀원은 마치 처음 하는 것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이거 왜 이렇게 했어?"
"내가 몇 번을 말했는데 또 이러는 거야?"
그 팀원을 질책하는 내 말투도 점점 날카로워졌고, '내가 너무 감정적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건 팀원 잘못'이고 '쓴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자기합리화했다.
몇 달후 그 팀원은 퇴사했다.
대부분의 팀장은 팀원의 실수 앞에서 감정이 앞선다. 화가 나니까 지적하고 후회하고, 또다시 실수하는 팀원을 보며 실망하는 감정을 반복한다. 하지만 질책으로는 팀원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 질책은 가장 쉬운 방법이자 관계를 소모시키는 최악의 수이다.
바둑에서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해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는 것을 ‘복기‘라고 한다. 복기를 통해 실수를 되짚어봐야 그 다음을 설계할 수 있다.
복기를 할 때 중요한 건 사람 탓을 하는 대신 프로세스를 돌아보기 , 결과가 아니라 과정 중심으로 복기하기, 말로 끝내지 않고 행동 계획을 연결하는 것이다.
1. 사실 정리하기
실수를 하면 대부분의 리더는 "왜 그랬는지"를 먼저 묻는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사실을 차분하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당시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그 판단을 내리게 된 과정이 궁금해. 어떤 정보가 있었어?"
이 단계는 감정 배제와 판단 유보가 핵심이다. 팀원이 스스로 상황을 정리하면서 무슨 상황이었는지를 보게하는 것이다.
2. 실수를 해부하기
사실을 파악한 다음에는 '무엇을 잘못했냐'가 아니라 '어떤 구조가 부족했는지'로 질문을 바꿔보자.
"이번 실수에서 놓친 부분이 있었다면 어떤 걸까?"
"그 상황에서 어떤 기준이나 체크리스트가 있었다면 도움이 됐을까?"
이 단계는 실수를 개인의 책임으로 고립시키지 않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 설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3. 다음을 설계하기
복기는 과거의 실수를 곱씹는 과정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복기의 목적은 회고가 아니라 전환이다.
'이번에 뭘 놓쳤는가'에서 멈추면 반성에서 그치고, '다음에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가'까지 가야 학습이 된다.
팀장이 해야 할 마지막 질문은 실수를 통해 팀원이 다음 행동을 설계하는 질문이다.
"앞으로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싶어?"
"앞으로 이 업무를 맡을 때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건 뭐라고 생각해?"
이 단계의 핵심은 팀원을 팀장이 다음 행동 제안하기 보다 팀원이 스스로 생각해서 개선안이 나오도록 유도해야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하지만 실수를 복기하는 사람은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