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소리 잦아들면
담벼락에 손을 얹고
웅크린 한 사람을
지긋이 바라본다
손바닥으로 얼굴 가린 채
좁아든 어깨 들썩이면
발가락 오므리며 나는
눈시울을 붉힌다
나는 묻지 않으며
그를 바라보고
대답 없는 그는
등을 내 보인다
나는 그를 위해
볕이 되고
그는 나를 위해
들썩인다
산책을 좋아한다. 특히, 밤 산책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언제나 특별하다. 소홀했던 나의 마음과 만나 화해하는 길, 스스로를 위로하며 밝아지는 이 길은 또한 나에게 축복이다.
얼마만큼 걸을까. 딱히 거리나 시간을 정해두지는 않는다. 마음이 가벼워질 때까지, 눈시울 붉어진 내가 미소 지을 때까지 걸으려 한다. 오늘이 가지 않을 것처럼, 밤을 잊고, 이어 걸음을 내딛는다.
나에게, 이 순간보다 소중한 건 없다. 단언컨대, 나는 지금과 같은 전율을 일상에서 느껴본 적이 없다.
채워진다. 어둠으로 다가갈수록 나는 빛이 난다. 고요해진 세상 위에 마음은 소리 내어 외친다. 메아리가 되어 내게 다가온다. 귀 기울이며, 나는 다시 미소를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