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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Aug 12. 2020

서툴렀지만, 사랑이기에

세월이 지나야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 부모님의 사랑이 그러하다. 어릴 때에는 그 말을, 그 행동을 왜 사랑이라고 느끼지 못했을까. 세상에 처음 내던져진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으며, 엄마와 아빠는 부모가 또한 처음이라 양육하는 게 서툴렀기 때문은 아닐까. '나'와는 처음 만나는 거니까. 


성인이 된 나는 요즘에도 대화를 하다가 사람들에게 오해를 하곤 하는데. 그저 울 줄만 알았던 어린 내가 엄마, 아빠에게는 얼마나 큰 고난으로 다가왔을까. 그저 배운대로,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받은대로 나를 대했겠지. 


이제 나는 안다. 기대한 것과는 다른 말과 행동에 아프고, 좌절하고, 괴로웠어도, 사랑이었음을. 아빠의 큰 언성에 겁을 내고, 엄마의 불안을 함께 느끼며 두려웠지만, 사람이었음을. 우울감을 견디지 못하고 아무 일도 손에 잡지 못한 오늘의 나처럼, 서툴렀음을. 스스로에게, 가족에게, 나에게. 




시커먼 손을 떠난

조약돌 가라앉으며

물속을 본다


모여드는 송사리 때에

눈을 맞추고

거센 물살에

이름을 되뇌며

찾아간다


피할수록

빠져든다

외면할수록

깊어진다


바닥에 닿아서야

생의 의미를 알고

지문을 더듬으며

화해한다


굽이진 얼굴에서

세월을 실감하고

이끼 든 어깨에서

사랑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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