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지나야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 부모님의 사랑이 그러하다. 어릴 때에는 그 말을, 그 행동을 왜 사랑이라고 느끼지 못했을까. 세상에 처음 내던져진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으며, 엄마와 아빠는 부모가 또한 처음이라 양육하는 게 서툴렀기 때문은 아닐까. '나'와는 처음 만나는 거니까.
성인이 된 나는 요즘에도 대화를 하다가 사람들에게 오해를 하곤 하는데. 그저 울 줄만 알았던 어린 내가 엄마, 아빠에게는 얼마나 큰 고난으로 다가왔을까. 그저 배운대로,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받은대로 나를 대했겠지.
이제 나는 안다. 기대한 것과는 다른 말과 행동에 아프고, 좌절하고, 괴로웠어도, 사랑이었음을. 아빠의 큰 언성에 겁을 내고, 엄마의 불안을 함께 느끼며 두려웠지만, 사람이었음을. 우울감을 견디지 못하고 아무 일도 손에 잡지 못한 오늘의 나처럼, 서툴렀음을. 스스로에게, 가족에게, 나에게.